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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원자바오 회동, 美 '전방위 압박'에 中은…

원자바오, 위안화 절상엔 '단호히'…남중국해 문제는 '부드럽게'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강대국으로 남을 것'임을 천명한 9일 간의 아시아 순방 마지막 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별도 회동을 갖고 위안화 환율 및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9일(현지시간) 이뤄진 이 회동은 원래 예정에도 없던 것이며 특히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중국이 사안별로 다른 대응 태도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예정에 없던 전격 회동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로이터=뉴시스

美 고위당국자 "중국, 남중국해 문제에 '건설적' 태도"

먼저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중국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오바마 대통령과 원 총리 간의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이 대화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음이 관측된다.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 중인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과 원 총리 간의 대화는 주로 경제 문제에 관한 것이었지만 회동 말미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간략한 토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도닐런 보좌관은 "미국은 (남중국해의 영토주권 문제에 대해) 누구의 편을 들거나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국제적 해양 강국으로서 원칙들이 폭넓게 적용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영토분쟁이 국제적 규범과 국제법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AP> 통신에 따르면 한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푸는데 점진적 진보를 보였다'고 말했다. 외교적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이 고위관계자는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인 미 공군 1호기) 안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도 이날 회동 이후 미국 당국자들이 남중국해 사안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 미 고위당국자는 중국의 반응에 대해 "건설적이었다"고 평했다.

이날 회동 이후 중국 언론에선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관영 <신화> 통신과 <CCTV> 방송은 이날 회동에서 논의된 경제 관련 사안만 보도했다. 전날 원 총리는 EAS에서 미국을 겨냥한 듯 '외부 세력'은 남중국해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도닐런 보좌관은 미중 간의 갈등은 심각한 것이 아니며 양국은 폭넓은 영역에 걸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출장은 "누구를 고립시키거나 봉쇄하는 것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 의회 연설에서 "호주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신화> 통신은 이날 "미국이 냉전적 감수성을 유지하고 독단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개입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지역에서 반발을 살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맞받았다.

원자바오 "위안화 절상하라고? 시장 반응 보면 절하해야"

반면 경제 사안에서 중국은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의 평가절상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음에도 원 총리는 역으로 '절하'까지 거론했다는 것이다.

<신화> 통신과 <CCTV> 등에 따르면 원 총리는 "(중국은) 환율 시스템 개혁에서 이미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능동성, 점진성, 통제 가능성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 개혁을 추진해가면서 환율에 탄성을 부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를 절상하더라도 급격한 조치는 없을 거라는 얘기다.

특히 원 총리는 "9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역외 선물환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의 절하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위안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중국은 미중 간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첨단기술 제품의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등 '역공'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CTV>는 세계 경제위기의 현실은 미중 간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 문제는 구조적인 것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경제협력 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상품 수출 제한을 풀고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원 총리는 양국이 첨단기술 제조업, 의료보건 산업, 신에너지 산업, 에너지 절감 및 환경 산업,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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