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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손짓하는 오바마, '상투적인' 중국 견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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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손짓하는 오바마, '상투적인' 중국 견제 통할까

다자 무역 협정과 안보로 접근…중국의 아시아 장악력 시험대

대외전략의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려는 미국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하드 파워'(hard power) 측면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가장 신경을 쓰는 쪽은 물론 아시아의 '맹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은 이미 10년 전부터 밝힌 구상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미국은 레토릭(수사)만 화려했지 실제로 나타난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구 국가들이 재정 위기로 휘청거리고, 2000년대 초반 10년 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수렁에 빠진 나머지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서 이제 미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동아시아에 '재개입'(re-engage)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개입은 결국 중국과의 협력보다는 대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일본과 호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TPP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통합 경제권 출현을 예고해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유럽에 비해 사정이 그나마 나은 아시아 국가들과 무역장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 뒤에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TPP에 참가 제안을 받지 못한 중국은 무역장벽 해소라는 원칙에는 동감하지만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협정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불거진 남중국해 문제가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연간 5조3000억 달러 규모의 화물이 드나드는 남중국해의 해상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이 군사력을 확장하면서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미국을 끌어들여 대항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최근 정치범 일부를 석방하면서 서방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버마(미얀마)와 인도,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도 강화해 대(對) 중국 연합전선을 두텁게 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영유권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남중국해 해상무역로를 거치는 미국의 화물이 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도 개입의 한 이유지만 중국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더 강했다.

호주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7일 밝힐 새로운 해군기지 구상도 남중국해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호주의 북부 도시 다윈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호주 정부와 합의한 상태로, 다윈 인근에 이미 4500명의 미군을 수용할 수 있는 로버트슨 해군기지가 있지만 수용 능력을 더 늘리고 정기 군사훈련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 16일 호주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지난 10년간 아시아 지역 주둔 병력을 조금씩 감축해 왔지만 호주에 새롭게 들어설 해군기지로 인해 미국 선박과 항공기가 남중국해의 해상 무역로에 더 가깝게 접근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있는 일본 오키나와(沖繩)나 괌보다는 멀리 떨어진 호주에 병력을 늘림으로써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육군을 통한 지상전보다 해군과 공군 중심으로 작전을 펴겠다는 미 국방부의 최근 구상과도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미국의 구상과 행보에는 자국 내 경제 상황도 한몫을 한다. 지난 여름 백악관과 의회의 부채상한 협상 결과 미 정부는 향후 10년간 4000~4500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를 삭감해야할 처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오바마의 이번 호주 방문은 돈이 없어 쩔쩔매는 미국이 적은 돈으로 가급적 많은 것을 얻으려는 시도라고 평했다. 신문은 호주를 미국의 방위 동맹으로 더 강하게 끌어들이는 한편으로 일정한 부담을 지우려는 이러한 계획은 일본과 한국에서도 시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담당 부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유지한다면 중국에 전선(戰線)을 그리려 한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4월 미국이 동아시아의 동맹국을 끌어들여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공해전'(Air Sea Battle) 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처음으로 참가해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년의 역사를 가진 EAS는 지금까지 재난 구호 등의 이슈에 집중해왔다"며 "하지만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은 남중국해의 안보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16일 "남해(남중국해) 분쟁에 비(非)당사국,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뿐"이라고 미국의 개입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이 호주 북부에 미군 기지를 설치키로 한 것을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대해지고 번영하고 안정된 중국을 환영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데 주목한다"며 "미국이 언행일치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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