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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이익 협정은 늘 독재정권 때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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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이익 협정은 늘 독재정권 때 체결"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 창립대회 열려

"나는 아직도 일본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내가 용서하지 않는데, 누가 일본을 용서하자는 말입니까? 일본이 독도에 대해 망발을 하고 우리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지 않는 이유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분함 마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대회사를 통해 "누가 마음대로 그런 협정을 체결했느냐. 그런 거짓 농간을 부린 협정을 인정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나는 2006년 헌법재판소에 재판을 걸었고, 그 결과 2011년 8월 30일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와 재판에 이겼습니다.

그 후 외교통상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일본 정부는 들은 척도 않은 것 같은데, 헌법을 지켜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우리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서 대통령이 우리를 다시 절망케 하고 있습니다."


▲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내가 용서하지 않는데 누가 용서하느냐'고 말했다. ⓒ뉴시스

한일협정 재협상 국민행동은 이용수 할머니가 언급한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65년 한일협정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격적인 창립 준비에 착수했다. 9월 20일 국민행동 준비위원회가 발족된 후 대구·경북, 부산, 전북, 광주, 대전·충남, 인천 등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 이날 창립대회를 갖게 됐다.

국민행동의 상임 공동대표로는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장(신부), 이해학 6월항쟁계승기념사업회 이사장(목사), 청화 조계종 총무원 전 교육원장(스님), 윤미향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대표,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장(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추대됐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전국에서 온 약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6.3 동지회장' 출신 MB, 헌재 결정 무시하고 위안부 모르쇠

한일협정이란 1965년 6월 22일 한일 양국이 조인한 기본조약과 4개의 부속협정(청구권 협정, 재일교포 법적지위 협정, 어업 협정, 문화재 협정) 등 25개 문서의 총칭이다. 박정희 정부는 1964년 한일회담을 본격 시작해 이듬해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회담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64년부터 전국을 뒤흔들었다. 이에 박정희 군사 정부는 그해 6월 4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4개 사단 병력을 서울 시내에 투입해 시위를 진압했다. 당시 고려대에 다니던 이명박 대통령도 '6.3 사건'과 관련해 투옥되었다.

국민행동은 "한일협정은 일본이 미국의 압력을 받아 당시 정통성 없는 박정희 군사정권을 매수한 매국적이고 굴욕적인 괴문서"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들은 "한일협정은 대한제국의 궁성을 포위하고 체결한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일병탄 조약이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 강제 징용 희생자 문제 등 현재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한일협정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한일협정에는 일본의 한반도 강점으로 입은 피해나 손실에 대해 청구하는 권리(청구권)는 '무상 3억 달러, 차관 3억 달러'로 끝났으니 더 이상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 인해 생명과 재산을 약탈당한 한국인들이 개인적으로 배상받을 길은 봉쇄됐고, 또한 협정 이후 새롭게 조명 받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일본이 회피할 실마리를 제공했다.

실제로 8월 헌재 판결 이후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도 일본 당국자들은 '한일협정으로 모든 게 끝났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헌재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판결 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른바 '6.3 세대'이며 1992년 '6.3 동지회' 회장을 역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나왔다.

▲ 이날 창립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뉴시스

"변절한 6.3 세대, 역사의 마지막 열차에 타라"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인사말에서 "6.3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상위 1%의 이익을 위해 기울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그들에게 이제는 돌아오라고 외쳐야 한다. 자식 교육도 시켜야 하고 돈이 필요해서 변절했겠지만 양심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열차에 제발 타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세계 역사에서 나타난 모든 조약이나 협약이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만들어졌다면 그건 언제나 독재정권 시절에 체결된 것"이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마찬가지인데, 한일협정 전면 재협상 운동을 통해 국민의 의사에 위배되는 조약은 재협상의 대상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행동은 한일협정 재협상이 일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같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일본은 혼자서 앞으로 나갈 수 없으므로' 일본을 위해서도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일본은 한일협정 재협상을 통해 '닫힌 국가'에서 독일 같은 '열린 국가'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행동은 앞으로 정부와 국회에 한일협정 무효를 공식 입장으로 천명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지원, 일본에 무단 반출된 문화재 환수 운동 등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내달 1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1000번째 행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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