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은 27일 야마노우치 간지(山野內勘二)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이 자민당 외교부회(部會)에서 "(위안부 평화비 설치가)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적절히 대응해달라고 실무 수준에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집회가 1000회를 맞는 12월 14일 이를 기념한 평화비를 대사관 앞에 세우겠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높이 1.2m의 평화비는 일본군에 끌러간 위안부 피해자들을 묘사한 소녀 모습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12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울 계획인 평회비 모형.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외무성 측의 요청에 대해 해당 시민단체를 접촉해 설립 계획과 목적 등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며 "설립 과정에서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행위가 있다면 자체를 요청하겠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안선미 정대협 기획팀장은 "평화비 설립 계획을 밝힌 이후 일본 쪽에서 반대 기류가 있는 건 알고 있었다"며 "평화비 설립은 따로 허가가 필요한 게 아니고 (대사관이 위치한) 종로구청과의 협의를 통한 행정 절차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절차에 따라 최종 조율만 남겨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평화비 설립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1000번에 이르는 집회를 열어도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악화를 이유로 설립을 막아달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정부가 정대협에 평화비와 관련한 협의를 요청해 온 적은 없다고 그는 전했다.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헌재 판결에도 양국간 대화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위안부 문제가 언급될 예정이라는 외교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해 대조를 보였다. 헌재 판결이 나왔고, 일본 총리는 자국민들의 대북 납치를 언급했지만 일본군에 의한 납치인 위안부 문제를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양국의 외교 채널간 협의가 선행된 후 정상끼리 문제를 논의하는 게 순서라는 입장이지만 눈에 띄는 진적 상황은 없다. 외교통상부는 헌재 판결 이후 지난 15일 일본 측에 양자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는 거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위안부 배상 청구권 문제는 시효가 소멸됐다는 일본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겐바 외무상은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해 노다 총리의 방한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24일 외교장관 회담 당시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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