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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진전으로 남북관계 개선 실마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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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진전으로 남북관계 개선 실마리 찾아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최근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인택 전장관이 교체되고 새로 취임한 류우익 장관은 대북정책에서 '방법론적 유연성'을 찾아보겠다고 밝히고 실제로 민간인 방북 허용 등 완화된 조치를 시도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공단 활성화를 주장한 이후 통일부는 병원 건립과 진입도로 개보수에 착수하기도 했다. 8월에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원칙적으로 합의되면서 한반도에는 새로운 기대가 부풀기도 했다. 9월에 베이징에서 개최된 2차 남북 비핵화 회담 역시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반도는 국면 돌파의 추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아직은 경색과 대립의 상황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대북인식과 대북정책 기조는 여전히 원칙적 입장에서 완강하다. 류우익 장관 임명이 대북정책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 대북정책은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못 박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은 '현 대북정책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대통령의 단호한 고집 외에도 여전히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보수 진영의 강경정책 주문도 현 시기 정세변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다. 경제적 실익을 아무리 강조해도 남북러 가스관 연결 구상 자체를 반대하는 보수 진영은 현 상황에서 대북정책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을 자세다. 정세변화를 긍정하지 않는 요인은 또 하나, 북한의 태도다. 박수도 손이 마주쳐야 나듯이 만약 이명박 정부가 관계 개선을 시도한다 해도 북이 대응하지 않으면 헛수고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리 회담 직후 통일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했음에도 북은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건물을 압류하고 현대아산을 대신할 해외사업자를 물색하고 있다. 법까지 바꿔 남측과의 금강산 관광 자체를 폐기할 심산이다. 남측의 수해지원마저 거부하는 북한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마음이 떠난 모습이다.

결국 일정한 정세변화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는 곧 남북관계 자체의 동력으로 정세를 돌파하거나 개선해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하고 오히려 외부 요인에 의해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진행되는 북미협상이 속도를 내고 6자회담 재개와 북핵문제 진전이라는 외적 환경이 개선될 경우 그로 인해 남북관계가 진전될 여건이 마련되고 정세변화의 외적 동력이 생길 수 있음을 오히려 기대해 볼만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미협상과 남북관계는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다. 우선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진전되는 경우에는 북미관계 즉 북미협상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남북관계는 북미 대결로 인한 한반도 긴장고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안전판이면서 동시에 북미 협상을 촉진하고 북미관계 진전에 기여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도 남북관계가 우호적일 경우는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부시 행정부 내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과 북한의 고슴도치식 맞대응으로 북미 대결이 지속되었지만 긴장고조를 막고 한반도 정세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은 북핵과 병행해서 남북관계라는 틀이 유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남북관계는 북미협상을 진전시키는 적극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5년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6.17 면담으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이끌어 냈고 그해 9월에 이른바 9.19 공동성명을 도출할 수 있었던 데는 남북관계라는 틀이 적극적으로 가동됨으로써 북미 협상을 견인했던 탓이었다.

▲ 지난 7월 1차 북미 고위급 회담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뉴시스

그러나 북미대결로 인한 정세 악화를 막아내고 북미 협상을 촉진시키는 것 이상의 남북관계 역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증진되고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된 데 토대해서 그 해 10월에는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곧이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미간 극적인 관계개선의 정점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6.17 면담으로 이끌어낸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이었지만 이 역시 그것이 다였다. 9.19 공동성명 이후 또 다시 심화된 북미간 대결 즉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의 대미 불신 구조가 재현되면서 결국은 9.19의 실종을 가져왔고 급기야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다. 한반도의 현실은 남북관계가 북미협상에 우호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북미협상을 성공시키기는 역부족임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정세의 주요한 두 축인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북미관계가 보다 높은 수준의 정세 결정력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미관계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는 한 남북관계만으로는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북미관계가 정세를 결정하는 보다 근본적 요인임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가 파탄되거나 중단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즉 남북관계 갈등 국면에서는 북미관계가 대결일 경우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북미협상을 오히려 발목 잡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에서 검증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대표는 가장 강경한 입장을 주장함으로써 북미 협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말았다. 2009년 하반기에 캠벨 차관보 업무 시작 이후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북미 협상이 시작되는 즈음에 또 이명박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이라는 선북핵폐기론을 고수함으로써 어렵게 조성된 협상 국면을 발목잡고 말았다. 결국 남북관계 악화는 북미관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만 것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관계 중단이 지속되면서 북미협상은 그래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동맹이라는 틀을 무시할 수 없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불가불 남북관계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은 이명박 정부를 두둔해야 했고 그 결과 한반도는 전쟁위기까지 치닫고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긴장고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했고 우여곡절 끝에 남북비핵화 회담을 거쳐 북미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제네바 북미 협상도 9월의 베이징 비핵화 회담을 명분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북미 협상이 제약을 받고 발목 잡히기도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북미 협상이 시작된 만큼 북미관계 진전이 앞서가고 그 결과로서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수순이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제네바에서의 북미 2차 회담은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만하다. 미국은 이미 2010년 말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 이후 북핵문제 악화를 막고 정세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핵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북핵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북한 역시 2009년 12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이후 일관되게 비핵화와 함께 평화체제 논의를 주장하면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 양자가 협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금년 들어 북미협상의 모멘텀이 형성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7월에 뉴욕에서 개최된 1차 북미 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재미교포 이산가족 상봉과 미군 유해 발굴 협상 등을 진전시키면서 인도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협상의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따라서 이번 제네바에서의 2차 북미 회담은 남북비핵화 회담을 거치는 형식이긴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협상이 시작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회담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해가 깊어지고 일련의 전진이 이룩되었다'고 밝힌 점은 북미협상의 긍정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3차 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이제는 남북 회담이라는 사전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북미협상의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미협상의 진전 가능성은 결국 쟁점이 되고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사전조치 중에서 국제원자력 기구 사찰단 복귀는 이미 2010년 12월 빌 리쳐드슨 주지사 방북 때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모라토리엄 역시 8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분명히 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결국 마지막 쟁점인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문제가 논의의 핵심인 바,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논의 문제와 맞물려 북미가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즉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UEP 중단 의사를 밝히고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논의를 수용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최근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북미간 신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협상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관계 중단의 상황에서 어렵사리 마련되어 진행하고 있는 북미협상이 이제는 첨예한 쟁점을 넘어 상호 양보의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로 인해 더 이상 북미 협상이 장애받거나 제약되어서는 안된다. 제네바 2차 북미회담을 계기로 북미간 쟁점이 해소되고 이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재개됨으로써 북핵문제 진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 갈등 국면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여지도 여기에서 비롯될 수 있다. 남북관계 자체의 동력이 불충분하거나 불가능 할 경우 북미관계 진전이라는 대외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이제 막 시작된 북미협상으로 진전시키고 다시 또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는 상호 선순환의 한반도 정세를 이제라도 우리는 기대하고 싶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1년 11·12월호(제16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기로에 선 남북관계'입니다.(☞전체보기)

* 원제 :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 상호 연관성과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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