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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사막에 암매장…카다피군 시체 53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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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사막에 암매장…카다피군 시체 53구 발견

반군 복수전 어디까지인가? 서방-카다피 '밀월관계'도 구설수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이후에도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카다피의 최후 거점이었던 리비아 중부 시르테의 한 호텔에서는 카다피군 53명의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됐고 인권단체는 반군에 의한 '처형'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비아 반군을 앞장서 지원했던 영국은 과거 카다피 정권과의 밀월관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지난 22일 시르테의 '마하리' 호텔의 뜰에서 카다피군 전사들의 시신 53구를 발견했으며, 시신들 중 많은 수가 머리에 총을 맞았고 일부는 손이 뒤로 묶여 있는 등 처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 방송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시신들의 상태로 볼 때 이들은 15~19일 사이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누가 이들을 죽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시르테에서는 카다피군과 반군 간의 치열한 교전이 전개됐었다. HRW 측의 조사에 따르면 이 호텔은 이들의 사망 당시부터 지난 20일 카다피의 죽음으로 교전이 종료될 때까지 미스라타에서 온 일단의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다.

HRW의 비상대응 담당자인 피터 보카트는 "일부는 총에 맞았을 때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었다"며 "증거들로 미뤄볼 때 희생자들 중 일부는 포로로 수감돼 있다가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BBC>에 말했다.

보카트는 성명을 통해 "이 대량학살 사례는 스스로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무장한 반군들이 저지르고 있는 살해, 약탈 등 잔혹행위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밝혀낼 리비아 당국의 즉각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TC는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리비아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복수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카다피 또한 생포된 이후 반군에 의해 처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은 카다피의 사망 정황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NTC 측은 카다피와 그의 4남 무타심의 시신을 25일 새벽 이미 매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NTC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는 리비아 사막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비공개로 묻혔다고 전했다. 압둘 하피즈 고가 NTC 부위원장도 <블룸버그> 통신과의 통화에서 그의 시신 매장 사실을 확인했다.

미스라타의 한 정육점 냉동창고에 보관돼 4일간 '전시'됐었던 카다피의 시신은 앞서 24일 오후 다른 장소로 옮겨졌었다. 냉동창고 경비원 살렘 알모한데스는 <알자지라> 방송에 "카다피의 시신은 (반군측) 미스라타 군사위원회에 의해 내가 모르는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사망에 대해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암살'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죽음을 가져온 나토(NATO)를 "잔인한 군사동맹"이라고 비난했고 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카다피가 '암살'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사망 정황이 불투명하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카다피의 죽음으로 종식된 리비아 내전에서 발생한 학살 및 잔혹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로이터=뉴시스

서방-카다피 밀월관계 논란 "인권과 정의 강조하면서 뒤로는…"

한편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보기관인 해외정보국(MI6)의 개입 하에 리비아로 강제 송환된 반(反) 카다피 성향 이슬람 무장단체 지도자와 그 가족들이 영국 정부에 대한 법정 소송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리비아이슬람투쟁그룹'(LIFG)의 지도자 중 하나인 사미 알사디는 과거 중국으로 망명했으나 지난 2004년 3월 홍콩에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로 송환됐다. 이 과정에서 MI6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카다피 정권의 외무장관이었으며 송환 당시 리비아의 해외정보 책임자였던 무사 쿠사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 문서들 중에는 2004년 3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쿠사에게 보낸 팩스도 포함돼 있었다. 팩스에서 CIA는 MI6의 개입 정황을 알고 자신들도 사디 송환 작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리폴리로 송환된 알사디와 그의 아내, 당시 6~12세이던 네 명의 자녀도 카다피 정권 하에서 감옥살이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두 달여만에 풀려났으나 알사디는 6년간 갇혀 있었다. 그는 카다피가 축출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투옥 기간 중 구타와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

알사디의 장녀 카디자(19)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인권과 정의를 말하면서 왜 카다피와 관계를 맺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영국 정부는 우리 가족이 리비아로 송환되면 학대받을 것이고 죽을 수도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우리를 이런 처지로 만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사과받길 원한다. 그들이 내 어린 시절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무사 쿠사의 사무실에서 입수한 다른 문서에는 현재 반군의 트리폴리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LIFG의 전 최고지도자 압델 하킴 벨하지와 그의 임신한 아내도 같은 달 중 트리폴리로 송환될 것이라는 MI6의 전언도 들어 있었다. 벨하지와 알사디 등이 소속됐던 LIFG는 9.11 테러 이후 미국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지목당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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