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27km 떨어진 어촌에 임시로 머물고 있는 두 나이지리아 여성 로즈 존슨(25, 가명)과 달시 이키부에카 (22, 가명)는 자신들이 2주일 전 총을 든 괴한들에 의해 강간당했다고 밝혔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슨과 이키부에카는 2년 전부터 리비아에 살았으며 같은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지만 나토 공군의 공습과 시가전을 피해 지난 6월부터 이 어촌에서 지내고 있다. 나이지리아, 수단, 차드, 세네갈 등 리비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 수백 명도 이 마을에 거주하면서 버려진 어촌은 일종의 난민 캠프로 탈바꿈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밤 일군의 무장괴한들이 이 캠프를 덮쳤다고 증언했다. 괴한들은 허공에 위협사격을 하며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으며 여성들에게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명령했다. 이들은 총을 겨눈 채 존슨과 이키부에카 등 20여명의 여성들을 집단 강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전쟁을 피해 임시로 모여 살고 있는 트리폴리 외곽의 어촌 마을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화면캡쳐 |
피해자 "강간범은 반군들"
피해자들과 몇몇 이민자들은 괴한들의 정체가 반군이라며 이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소리높여 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괴한들의 정체와 소속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들의 거주지가 당시 카다피군과 반군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었으며 카다피군도 반군도 아닌 제3의 세력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긴급대응 담당 간부인 사이먼 버로우는 이 여성들이 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상담 치료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버로우는 피해 여성의 수와 현재 상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확인을 거부했다. 버로우는 "그들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라며 "그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버로우는 아직도 이 캠프에 간간이 무장괴한들이 들이닥치고 있기에 피해 여성들의 상태를 밝히는 것은 보복의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캠프에는 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밤에 수시로 들이닥쳐 돈과 음식을 강탈해 가고 여성들을 끌고 가 성폭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는 내전으로 인한 트리폴리 인근의 물자 부족 현상 때문에 치안 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상황을 장악해야 할 반군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이지만, 집단 강간이라는 반인륜점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반군이라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반군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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