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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다피 때리면서 뒤로는 비밀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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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다피 때리면서 뒤로는 비밀 접촉

<알자지라> "전직 고위 美 당국자의 카다피 지원 정황 포착"

리비아 내전 발발 이후 미국 정부가 카다피 측과 접촉해 조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31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카다피 정권의 비밀문서를 근거로 이같이 전하며, 심지어 8월초까지 접촉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트리폴리에 있는 리비아 정보기관 본부에서 비밀 문서들을 입수했다면서 "문서들은 미국의 유력자들이 리비아 봉기 초반부터 카다피에게 조언해왔음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리비아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던 압둘라 알사누시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8월 2일자 비밀문서는 카다피 정권 고위관계자들과 데이비드 웰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만남을 담고 있다.

웰치는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로 일했으며 2008년 미국과 리비아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현재는 중동 지역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벡텔'에서 일하고 있다.

▲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3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웰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와 카다피 정권 고위관계자들의 접촉 내용을 담은 비밀문서를 리비아 정보부 건물에서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화면캡쳐

美정부 "카다피 물러나되 권력은 내놓을 필요 없다"

문서에 따르면, 웰치와 카다피 정권 관계자들은 8월 2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 호텔은 이집트 주재 미 대사관 건물과 몇 블록 떨어진 가까운 거리였다. 이 자리에서 웰치는 "미 행정부와 의회, 또다른 유력자들에게 (만남에서 논의된) 모든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웰치를 일종의 특사로 삼아 카다피 정권의 의사를 타진해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웰치는 미 행정부 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태 해결 방안이라면서 "카다피는 물러나야 하지만 권력 전부를 내놓을 필요는 없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상반되는 것이다.

또 웰치는 어떻게 해야 '선전전'(propaganda war)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카다피 정권 관계자들에게 조언했다. <알자지라>는 "미 정치권의 유력자가 미국과 나토에 타격을 입힐 방안을 카다피에게 조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웰치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외국의 정보기관이 잠재적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어떻게 해야 반군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충고도 했다. 그는 "알카에다나 다른 극단주의 테러 조직(과 반군이) 관련 정보를 찾아 미국 정부에 건네달라"면서 "하지만 반드시 이스라엘이나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중 한 나라의 정보기관을 통해 전달하라. 미국은 경청할 것이다. 이들 국가로부터 얻은 정보처럼 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요구했다.

카다피 정권에 시리아 상황을 이용하라는 조언도 했다. 웰치는 "특히 미국 정부의 이중성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상황을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리아인들은 당신들의 친구였던 적이 없지만 서방을 당황시키기 위해 시리아 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손해될 것 없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알자지라>에 웰치는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한 사람의 미국인일 뿐이며 그의 카이로 방문은 "사적인 여행"이었고 "미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웰치 본인은 방송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 나토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리비아 정보부 건물 내에서 발견된 문서들 ⓒ<알자지라> 화면캡쳐

카다피, 반전 성향 미국 의원과도 접촉?

한편 카다피의 차남이자 정권의 '2인자'로 평가받던 사이프 알이슬람의 측근과 민주당의 반전 성향 의원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 사이의 대화가 기록된 편지도 발견됐다.

편지에 따르면 쿠치니치 의원은 나토의 리비아 공습과 미 정부의 반군 과도국가위원회(TNC) 지원을 중단시키자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카다피 측에 요청했다. 쿠치니치 의원이 원한 정보는 반군 지도부의 부패 및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을 입증할 증거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편지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를 받고 있는 사이프 알이슬람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처를 열거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그러나 쿠치니치 의원은 "전쟁을 멈추기 위한 나의 노력은 공공연한 것"이라며 "(이 편지는) 리비아 정부 관료가 다른 관료에게 보낸 문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온라인 매체 <애틀랜틱와이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리비아인들이 자기들 문서에 뭐라고 적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 문서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리비아인들도 <워싱턴포스트>를 읽는다는 것뿐이며, 전쟁을 멈추기 위한 나의 노력에 대해 (신문에서) 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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