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그랜드 에어리어' 독트린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1970년대 이후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이 빠지자 신자유주의라는 시장주의 도그마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대기업은 대마불사의 논리로 오히려 돈을 더 버는 기괴한 사회가 됐다. 촘스키는 이런 사회가 지속되면 환경의 대재앙이 초래되고, 더 이상 도와줄 사람이 없어 정작 인류 자체가 '대마불사'의 믿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편집자>
▲ 촘스키는 오바마는 미국 재계의 정치 마케팅 사상 최고의 성취 사례이며, 세계 패권과 대기업의 대마불사 논리를 추종하는 점에서 공화당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AP=연합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최소한 서유럽의 경제적 핵심자산을 포함해 가능한 한 유라시아에 대한 지배권을 최대한 넓히는 이른바 '그랜드 에어리어(Grand Area)' 전략을 추구해 왔다.
북대서양조양기구(NATO)는 소련에 대한 견제뿐 아니라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 유럽을 제약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며,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운영하는 '침략군'이 되었다.
나토가 개입하는 지역은 매우 넓다. 전임 나토 사무총장 야프 더호프 스헤퍼르(Jaap de Hoop Scheffer)는 "나토군은 서구와 연결된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을 보호해야 하며, 나아가 유조선 항로 해역과 에너지 시스템에 중요한 기반시설 등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랜드 에어리어' 독트린은 군사적 개입을 제멋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정부는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주요 시장, 에너지 공급, 전략 자산들에 대한 제한받지 않는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미국에 대한 여론 형성과 미국의 삶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를 꾸미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 전진 배치된 막대한 군사력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말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이 독트린에 따른 것이다. 이라크에 대해 의지를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해지자 미국은 겉만 번지르르한 외교적 수사법 뒤에 침략의 진정한 목적을 더 이상 은폐할 수 없었다. 2007년 11월 백악관은 미군이 이라크에 무기한 주둔하고, 이라크가 미국 투자자들에게 특혜를 주도록 요구하는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저항으로 인해 이 원칙은 얼마 못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랍의 봄'의 민주적 성취에 최대 장벽은 미국과 동맹세력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최근 발생한 민중봉기는 인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카네기재단의 보고서가 지적했듯 지배엘리트와 통치시스템의 변화는 여전히 시간이 걸리는 목표다. 이 보고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내부 장벽에 대해 지적했지만, 언제나 중요한 외부 장벽은 무시했다.
미국과 서구 동맹세력은 아랍세계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방해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 틀림없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아랍의 여론만 봐도 된다. 아랍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그들이 직면한 주요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집트 주민 90%을 비록해 아랍권의 75%가 미국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을 위협으로 간주한 아랍인들도 있는데, 그것은 10% 정도다.
미국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도 강하다. 아랍 민중들은 대다수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아랍권의 안보가 개선될 것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 주민들은 80%가 이렇게 생각한다. 여론이 정책에 반영된다면, 미국은 아랍권에 대한 통제는 커녕 이 지역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쫓겨나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지배의 독트린은 근본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데올로기나 선전용으로도 옹호된다. 하지만 지배계급은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혐오한다. 민주주의가 어디까지나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지배계급의 목표에 도움이 될 때만 옹호된다는 증거는 뚜렷하다.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한 지배계급의 반응에서 그들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경멸하는지 극적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미국 외교전문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아랍인들이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랍인들의 지지한다는 근거는 아랍 독재자들의 언급일 뿐, 아랍 민중의 태도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 것이다.
요르단 정부의 고위관료 출신으로 현재 카네기재단 중동전문가로 활동하는 마르완 무아셔는 "문제가 없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는 미국이 아랍에 대해 취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의 말은 간단히 말해, 아랍의 독재자들이 미국을 지지한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느냐고 말한 것이다.
이란 응징 거부한 터키와 브라질
'그랜드 에어리어' 독트린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독트린에 따라 이란은 세계 질서에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되기에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이 제기하는 위협이 정확이 무엇인가. 이에 대해 펜타곤과 미국 정보당국의 답변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의 군사적 목표는 침략을 저지하고 힘에 의한 외교력 강화를 위한 방어적인 성격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은 국경 밖으로 군사력을 전개할 능력에 한계가 있고, 그들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히는 것도 억제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란의 잔인한 신정 정권은 미국의 아랍 동맹국 독재정권들보다 심하다고 하기는 힘들어도, 이란 국민에게 위협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진짜 위협은 다른 곳에 있으며 불길하다.
미국은 이란의 핵억제력이 미국의 개입 의지와 충돌하게 될 가능성을 강조한다. 당국에 따르면 이란은 억제력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가들에 대햔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이 볼 때 이란이 나서는 행동은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란의 주변국들에 개입하고 점령하는 것은 안정을 위한 조치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은 이란이 안정을 위협한다면서 응징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이 얼마나 고립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동맹국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 대해 중동의 강자인 터키와 남미의 신흥대국 브라질이 반대표를 던졌다. 터키는 지난 2003년에도 국민의 95%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에 반대함에 따라 동맹국의 역할을 거부했다.
<뉴욕타임스>조차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터키와 행동을 같이 한 것에 대해 맹비난했다. 이 신문은 룰라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터키와 공조해 미국의 짜놓은 틀 밖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것은 "그의 업적에 남긴 오점"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재미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거, PR산업의 쇼로 전락
'그랜드 에어리어' 독트린은 여전히 강고하지만, 실행 능력은 감퇴했다. 1970년대초 미국이 차지하는 부는 전세계의 25% 정도로 감소했다. 산업화된 지역은 북미, 유럽,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로 다극화됐다.
또한 미국의 경제는 1970년대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금융화와 상품 수출이 강화되는 방향이다. 부의 집중, 인구의 1%에 부가 몰리는 과격한 악순환을 조장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됐다. 이에 따라 정치력 집중도 초래됐다. 경제집중을 유도하는 국가정책들이 쏟아졌다. 정당들은 자본의 휘하에 끌려갔다. 이 점에서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별로 다르지 않다.
선거는 PR산업에 의해 연출되는 쇼가 되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승리 이후 재계로부터 그 해의 최우수 마케팅 캠페인 상을 받았다. 기업 경영자들은 친재계 언론들을 통해 로널드 레이건 이후 선거후보들을 일종의 상품으로 마케팅해왔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고위 관직에 재계 경영자 출신을 발탁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부와 권력이 한곳에 집중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실질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오히려 노동시간, 부채만 늘고, 1980년 이후 규제장치들이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증가한 자산 인플레이션은 금융위기로 파괴됐다.
진짜 부자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마불사'로 불리는, 그들을 보살펴주는 정부 보험정책의 수혜자들이다. 이를 믿고 은행과 투자회사들은 두둑한 보수를 받는 위험한 거래를 할 수 있다. 시스템이 붕괴되면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금융을 해주는 정부에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 시대 이후 이런 흐름은 정기적인 과정이 되었다. 위기의 정도는 거듭할 수록 심해졌다. 지금 상당수의 미국 국민들은 대공황 수준의 실업사태를 겪고 있다.
'그들만의 세상' 구가하는 지배계급', 노동자와 이민자 희생양 만들기
반면에 현재 위기를 초래한 주범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그 어느 때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75억 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1260만 달러를 보너스를 받았으며, 그의 기본 연봉은 이 보너스의 3배다.
이런 사실에 사람들이 주목하면 곤란하다. 따라서 선전기구는 비난받을 희생양을 찾아야 한다. 공공 분야의 노동자들이 봉급을 많이 받고, 터무니없이 많은 연금을 받는다는 등 비난을 하면서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사들은 이런 공격의 좋은 목표물이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민영화해서 공교육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은 부자들에게는 좋지만 국민과 이 나라의 장기적인 경제에 재앙이다.
또다른 좋은 공격 대상 중에는 언제나 그랬듯 이민자들이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려지면 이들이 우리의 부를 뺏어가서 그렇다는 식으로 이민자들을 공격한다.
미국의 새 의회, 기후변화 부정 세력 득세
시장주의 시스템에서 외면하고 있는 또다른 외재적 비용이 있다. 인류의 운명이다. 금융시스템의 체제적 위험은 납세자의 돈으로 메울 수 있을지 몰라도 환경이 파괴되면 구해줄 사람이 없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재계 지도자들은 그 심각성은 잘 알고 있으나, 단기적인 이익과 시장 점유율 극대화에 매어있는 신세다. 그들이 안하면 다른 경영자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위험이 얼마나 크냐는 것을 알려면 재계의 자금과 선전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 미국 의회를 보면 된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의회는 환경의 대재앙을 완화시킬 대책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환경의 대재앙이 일부 소규모 주변국들에서 일어난다면 미국인들은 웃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 미국에서 일어난다면 웃지 못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경제위기도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는 도그마를 맹신해서 초래된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미 15년전 시장이 가장 잘 안다는 믿음을 '종교'에 비유했다. 이런 신앙에 눈이 가리워져, 그들의 이론에 따른 경제적 펀더멘털로 볼 때는 그럴리가 없는 가운데 8조 달러에 달하는 주택거품이 꺼지고, 이로 인해 경제가 파탄나는 것을 중앙은행과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소비주의에 빠져있고, 약자들을 증오하는 상태에 머물고 있으면, 그리고 강자들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상황이 지속되면, 살아남는 자들이 그 결과를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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