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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노르웨이 극우테러, 좌파가 정체성 잃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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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노르웨이 극우테러, 좌파가 정체성 잃은 탓"

"극우파 발호의 배경은 좌파 정권의 '신자유주의 수용' 배신"

노르웨이 테러와 관련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는 29일 "극우 파시즘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는 극렬분자들이 생기고 이번처럼 대형 참극이 벌어지고 만다"면서 중도좌파 성향의 노르웨이 노동당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한 것이 극우세력 발호의 토양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박노자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 <레디앙> 기고를 통해 7월 중순 현재 노르웨이에서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이 29% 정도지만, 반(反)이민 성향의 정당으로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한때 몸담았던 극우 '진보당'의 지지율도 무려 20%에 이른다며 이같이 설명햇다.

박 교수는 "상당수의 민중을 '진보당'의 지지자로 만든 것은 바로 노르웨이의 온건좌파, 특히 오랫동안 권력을 견지해온 노동당의 실책, 즉 신자유주의의 부분적 수용"이라며 "지난 20여년 동안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많은 민중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고 <경향> 칼럼에서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반민중적 정책을 실행해온 것이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온건좌파 세력인 노동당이었기에, 수많은 과거의 노동당 지지자들은 만악의 근원이 '무절제한 이민자 유입'이라는 거짓말로 민심을 잡아보려는 극우파 포퓰리스트들에게 가버리고 말았다"며 "온건좌파가 좌파성을 잃었기에 극우파가 양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투적이고 철저하게 반(反)신자유주의적 '좌파 야성의 부활'만이 극우파의 창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좌파가 극우들과의 투쟁에서 이기려면 일단 자기 원칙에 충실한 반신자유주의적 실천부터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디앙> 기고에서 박 교수는 '극우파의 대중화' 요인으로 "온건좌파의 신자유주의적 배신" 외에도 "급진적 좌파의 고학력자로서의 오만과 무능"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노동당보다 왼쪽에 있는 좌파 정당들은 고학력자 위주여서 노동자들에게 말도 제대로 건넬 줄 모른다면서 "적색당 기관지 일간 <계급투쟁>의 기사 상당 부분은 석사학위쯤 갖고 있어야 읽을 수 있는 논문투의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당에 대한 지지(30%)보다 진보당에 대한 지지(37%)가 훨씬 높았다"며 "온건좌파인 노동당의 배신적 태도와, 급진좌파의 은근한 '먹물' 근성과 오만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사회주의 혁명이나 변혁이 아닌 '종족적 폐쇄성'을 신자유주의로부터의 구출의 방법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명적, 계급적 좌파의 부활과 대중성 확보"를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들며 "다시 '브나로드', 인민 속으로 가야만 유럽을 킬링필드로 만들려는 파쇼들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기고문 중에서 이번 노르웨이 테러 사건과 관련해 한국사회가 읽어야 할 함의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세율 인하과 대대적 민영화 조치 등을 갈망하는 극우세력의 '이상적 모델'은 "이번 참사의 테러범도 찬양해 마지 않은 저(低)세율과 노동자 해고의 자유, 부동산투기 자유의 왕국, 즉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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