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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번째 주권국가 남수단, '부패와 신식민주의'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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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번째 주권국가 남수단, '부패와 신식민주의' 경계령

[분석] "제2의 에리트레아 우려 극복해야"

지난 9일 아프리카에서는 남수단이 세계 193번째 주권국가로 탄생하며 전세계의 축하를 받았다. 하지만 해외 주요 외신들은 주말을 넘기면서 '독립국가 남수단'을 축하하는 기사보다는 '신생국가 남수단'의 앞날을 우려하는 기사를 더 많이 내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1일 "남수단은 독립 선포에 열광한 토요일 이후 한결 조용해졌다"면서 "문맹과 굶주림, 내부 분열 등이 심한 이 나라가 겪을 진짜 시련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9일 남수단의 독립기념식에서 수단인민해방군 군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남수단의 권력층으로 많은 사람들은 남수단이 '그들만의 세상' 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AP=연합
'인종학살 주범' 수단 대통령이 버젓이 참석한 독립기념식

9일 남수단의 독립기념식은 수단독립영웅 존 가랑을 기념하는 수도 주바의 '존 가랑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식장에는 살파 키르 마야르디트 초대 남수단 대통령은 물론, 남수단을 독립을 막아왔던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도 참석했다.

하지만 남수단 주민들이 국민투표에서 보여준 독립에 대한 열망과 남수단의 독립 의사를 더 이상 물리력으로 막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알바시르는 이날 "남부 수단인들의 국가 수립의지를 존중한다"고 축사에서 말했다.

알바시르는 지난 89년 무혈 쿠데타로 수단 대통령으로 권력을 잡은 이후 2005년까지 16년간 약 200만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수단 제 2차 내전'의 주범이다. 특히 지난 2003년 이후 수단 정부의 사주를 받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에 의해 30만 명의 인종대학살이 자행된 북수단의 다르푸르 사태도 알바시르가 배후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2009년 3월 알바시르에 대해 '인종청소 및 전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그런데도 그가 버젓하게 남수단 독립기념식의 귀빈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는 점은 남수단이 처한 복잡한 현실을 그대로 상징한다. 남수단의 앞날을 크게 좌우한다는 외부세력이자, 남수단의 독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들이 모두 ICC에 가입하지 않는 나라들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중국은 지난달 29일 알바시르를 초정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내부 분열과 부패, 불안한 평화협정 등 산적한 문제

남수단이 독립 이후 직면하게 될 문제들은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아프라카 국가들의 고질적인 부족간의 분열, 부패 , 빈곤, 저개발 등의 문제가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아직도 깔끔하게 매듭지어지지 못한 북수단과의 평화협정, 특히 국경문제와 원유 수입 배분 문제 등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서구열강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과정을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내부 통합'에 '남수단'의 앞날이 달렸다고 지적한다. 세력이 강한 부족이 모든 권력과 이권을 독점하고 부패가 만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남수단의 앞날도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30년간의 분리독립 투쟁 끝에 지난 1993년 주민투표에 의해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한 에리트레아는 '부패 독재국가'로 전락했다는 비웃음을 사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올해초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투르키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리비아, 수단, 미얀마, 적도 기니, 소말리아, 티베트 등과 함께 '최악의 인권탄압국'에 포함됐다.

이 신문은 "남수단은 실패가 예정된 국가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수단 전문가 자크 베르탱도 프랑스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삶과 개발의 질을 측정하는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수단은 169개 국 중 154위이며, 남수단을 따로 측정한다면 더 하위권에 들 것"이라면서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독립을 기뻐만 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자기들 배를 불리려는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 앞서"

이때문에 남수단의 독립 선포 기념식에서 귀빈으로 참석한 주바대 타반 로 리용 교수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독립 이후 겪게 될 어려움을 이제 북수단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면서 "키르 대통령이 부패 척결에 대한 공약을 지켜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키르 대통령이 직면할 첫번째 문제가 바로 자기 부족 사람들"이라면서 "키르 대통령이 속한 딩카족 출신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공정한 등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 선포식에서 내전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들, 남편과 부모를 잃은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울컥했지만, 나를 둘러싼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면서 "그들이 독립한 이 나라를 제대로 건설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자기들의 배를 불리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수단은 가장 최근에 독립한 국가이지만, 가장 저개발된 국가 중 하나"라면서 "인구의 80% 이상이 움막에 살고 있고, 은행에 계좌를 가진 사람은 1%에 불과하다"고 남수단의 열악상을 전했다.

"지금도 분배 제대로 되면 가난한 나라 아니다"

하지만 유엔개발계획의 수단 전문가로 지난 8년간 수단에 머물기도 한 영국의 정치과학자 사라 판툴리아노는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남수단은 막대한 원유 판매 수익만으로도 이미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 "남수단의 수단인민해방군(SPLA)이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권력을 쟁취하면 독재로 기우는 전철을 밞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수단은 아프리카 최대 영토를 가진 수단의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남한의 6배에 달할 정도의 면적이지만 주민은 800만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수단과의 국경 부근의 아비에이 유전지역은 하루 4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등 천연자원이 많아 이를 수출해 얻은 수익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주민 대부분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고, 문맹률이 80%가 넘는 이유는 딩카족 특히 수단인민해방군이 거의 대부분의 수입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단의 변호사 율리우스 몰링가는 이처럼 국민의 분열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독립을 쟁취한 것과 제대로 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과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독립 국가라고 하지만 북수단과의 국경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국경 분쟁 지역은 5개나 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800명이 국경 분쟁으로 살해됐다. 특히 한반도 휴전선 길이의 8배가 넘는 2100㎞ 국경선에 유정지대가 걸쳐 있으며 이 중 최대 유전인 아비에이 등에서 원유 수익의 배분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기득권층과 식식민주의 결탁 우려도

일각에서는 남수단이 '신식민주의'에 시달릴 것이라는 경고도 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알바시르를 초청한 것도 수단의 석유·광물 개발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프리카의 '식식민주의 정책'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여온 중국은 지난 95년부터 수단의 석유개발에 참여한 이후 현재 수단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80%인 40만 배럴을 수입해 가고 있다.

이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남수단의 권력층이 중국 등 식식민주의 정책과 결탁한다면, 남수단의 앞날은 어둡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남수단으로서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1956년 독립한 이래 또다시 55년의 세월이 흘러 쟁취한 독립이지만, '신식민주의'의 위협도 극복할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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