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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권'은 사치다"…'무법천지' 다르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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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권'은 사치다"…'무법천지' 다르푸르

[초점]평화유지군 기지 피습…10여 명 사망, 수십명 실종

버마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을 계기로 버마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 서부 수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르푸르 사태'는 이 지역 주민들은 '인권'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듯 국제사회의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끊임없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는 다르푸르 사태가 선악의 구도마저 불분명한 복잡한 내전의 성격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르푸르 남동부의 하스카니타에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한 아프리카연합(AU)군 병사들이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아 1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된 것이다. 다르푸르에서 활동하는 구호요원이나 평화유지군 요원들이 공격을 받은 사례는 적지 않지만, 기지 자체가 습격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AU군이 2004년부터 주둔한 이후 가장 격렬한 공격"이라면서 "중화기를 탈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해결 노력에 찬물

이번 사건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한 이후 다르푸르 문제를 유엔의 최우선 해결과제로 추진해온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 지난 9월 5일 다르푸르의 한 난민촌을 찾아 현장시찰을 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로이터=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8월말 2만 6000명의 평화유지군을 올해 연말까지 주둔시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결의안은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 소속 병력들로 구성한 평화유지군(UNAMID)을 이 지역에 배치돼 있는 7000여 명의 AU 병력을 대체해 다르푸르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유엔이 평화유지군 확대를 위해 회원국들에게 파병과 지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면서 "일부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몇몇 나라들은 참여를 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다르푸르 사태가 새로운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다르푸르 사태는 반군과 잔인한 반군진압군 간의 충돌에서 10여개의 무장단체들이 서로 싸우는 상황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이번 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의 가장 큰 목적을 첨단무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단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옥스팜 대변인 앨런 맥도널드는 "이번 사건은 이곳이 무법천지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장단체들은 아무나 공격하고,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무장단체들이 구호단체 요원들로부터 차량과 라디오,비품들을 탈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도 규모가 더 크다고 할 뿐 본질적인 성격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반군 협상 앞두고 세력 다툼 치열

무장단체들이 무기 확보에 혈안이 된 이유는 유엔평화유지군 확대와 10월말로 리비아에서 개최될 예정된 수단 정부와 반군간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세력을 더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벌어진 하스카니타는 수단 정부와 수단해방군(SLA)와 정의평등운동(JEM)이라는 가장 강력한 반군 무장단체 두 곳이 여러 분파로 나뉘어 일상적으로 교전을 벌이는 곳이어서 대부분의 구호단체들은 철수한 상태다.

이들 반군은 정부군과 싸울 뿐 아니라 세력경쟁으로 서로 싸우기도 해, 이번 사건을 누가 일으켰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수단 정부 측은 JEM과 관련이 있는 분파가 AU군 기지를 습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들을 알아본 현지 목격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JEM 측은 "다르푸르 주민들을 돕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 AU군을 우리가 왜 공격하느냐"고 일축하면서 오히려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AU군은 공개적으로 이번 사건의 소행이 어느 쪽인지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번 사건을 누가 일으켰는지도 불분명한 것에서 보듯 다르푸르 사태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다르푸르 사태'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다르푸르 남부에 밀집한 기독교계 흑인 푸르족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며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아랍 이슬람계가 장악한 중앙정부가 다르푸르 일대의 아랍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비롯된 내전이다.

특히 지난 2003년 정부의 비공식적인 지원을 받는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말탄 광인들이라는 뜻)가 반군 및 반군지역에 대해 대량학살과 인종청소를 자행하면서 지금까지 20여만명이 희생되고 25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초 다르푸르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다르푸르 남부 지역에 집중된 원유 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 다르푸르 난민들이 식수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은 이 지역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푸르족을 지원해 온 반면, 전체 원유수입의 10%를 수단에 의존하면서 현지 유전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중국은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수단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적과 아군 구분이 모호한 내전 양상으로 변질

하지만 최근에는 적과 아군의 구분이 모호한 내전 양상으로 변질됐다. <뉴욕타임스>는 "아랍 부족끼리도 싸우고, 반군끼리도 싸울 뿐 아니라 무기를 가진 자들은 별다른 소속이 없어도 길을 가다가 맞닥뜨린 사람들은 누구이건 공격한다"고 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지역책임자인 데이비드 모저스키는 "하스카니타 사건은 그 뻔뻔함과 규모에서 매우 나쁜 징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다르푸르 사태가 얼마나 확대된 것인지 보여준다"면서 "이제 정부와 반군의 분쟁 정도가 아니라, 훨씬 많은 행위자들이 뒤엉켜 있는 사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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