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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나는 아프가니스탄, 결국 이란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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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나는 아프가니스탄, 결국 이란 품으로?

[해외시각] 이란‧아프간‧파키스탄 정상, '미군 철수 이후' 논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내년 여름까지 3만3000명의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군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2014년 말까지 나머지 6만8000명도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군이 떠난 후 중동 지역의 세력은 어떻게 재편될까?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 로버트 피스크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숙적인 이란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고 있다고 보았다. 피스크는 27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이란이 아프간과 파키스탄, 이라크 지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스크는 특히 25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국제 테러 대책 회의를 주목했다. 약 60여개국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어떤 강대한 국가는 테러를 핑계삼아 나라들 사이에 불화의 씨를 뿌려 단합을 해치고, 각국이 스스로의 자원(배분)과 운명을 결정하고 발전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누가 들어도 어떤 나라에 대한 비난인지는 명백하다. 피스크는 회의에서 아흐마디네자드가 아프간과 파키스탄 정상들과 매우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면서, 향후 이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음은 피스크의 칼럼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25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국제 테러대책회의. 앞열 왼쪽부터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아시프 알리 알아시프 파키스탄 대통령,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란, 대테러 회의에서 '미군 철수 이후'를 논의하다

지난 주말 테헤란에서 열린 국제 테러 대책 회의에서 세 나라의 지도자들은 미군과 나토(NATO)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시킨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은밀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그들이었다. 이들은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그리고 지명 수배중인(쉿!)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즐거운 듯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제국의 무덤'인 아프간에서 서방 국가들의 모험이 끝나면 자신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토의했다.

이는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미국은 페르시아 제국의 후계자 이란이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한다'며 비난을 일삼아 왔지만 정작 이란은 탈레반이란 '테러리스트'들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미국은 탈레반과의 대화 열망을 드러내며 아프간에서 빠져나가려고 혈안이 돼있었는데 말이다.

아프간의 카르자이 대통령은 4분 간의 연설에서 아프간의 재건을 위해 이란의 도움을 구하는데 열의를 보였다. 아프간 재건은 2001년 탈레반 정권의 붕괴 이후 미국과 영국 등 민주주의 애호가들이 열을 올렸던 바로 그 사업이다.

또 자신의 아내[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를 폭탄 테러로 잃은 파키스탄의 자르다리 대통령은 미래 파키스탄의 역할에 대해 이란 및 아프간 지도자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파키스탄은 늘 이란의 '제거 대상 목록'(hit-list)을 장식해 온 '검은 탈레반'[2001년 미국의 침입으로 무너진 이전의 아프간 정권을 이란 정부에서 일컬어 온 말]을 강력히 지지해 왔는데도 말이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란, 아프간, 파키스탄 3자 대화에서 우리는 나토의 철군 이후 생겨날 많은 주제와 이슈를 논의했다"며 "세 정상들의 관점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간략히 말해 나는 이 지역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며, 이 세 국가들은 정부의 통치를 강화하고 독립을 확보해 정치, 경제, 문화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휴! 미국인들이 마침내 떠난다니,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라는 말을 장황하고 외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마치 교황과 같은 지혜를 가진 인물로 대접받은 아야톨라 사이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마저도 미국이 동방의 이웃들을 버렸다고 결론내린듯 보인다. 하메네이는 미국이 '3년 이내'로 이 지역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프간의 칸다하르, 바그람 등에 있는 많은 미 공군기지들은 훨씬 더 장기적인 과제이며, 이라크에 있는 미국의 '연꽃잎' 기지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참 놀라운 군사 전략가인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장관의 표현이다.) ['연꽃잎'이란, 개구리가 연못을 건널 때 연꽃잎들을 징검다리 삼듯 미국이 전 세계 곳곳에 기지를 배치해 언제든 세계 어느 곳으로도 전력을 투사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

이라크의 탈라바니 대통령은 그러나 이 문제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탈라바니는 한때 사담 후세인에게 충성을 바쳤고 이란에 폭탄 공격을 퍼부었던 이란 정권의 가장 큰 적인 [이란 반정부단체]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 광신도들을 이라크 국외로 내쫒는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이들은 지금도 이라크 내 '캠프 아쉬라프'에 은신하고 있다.

이란은 이미 이 무장단체 요원 250명에게 개과천선하겠다는 맹세를 받고 국내로 받아들인 바 있다. 또 이들 중 많은 수는 제3국 망명을 선택했다. 헤이다르 모슬레히 이란 정보기구 수장은 "캠프 아쉬라프의 운명을 가능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겨우 이것이 '테러 대책' 회의에 모인 높으신 분들의 결정 사항이다.

한편 '시리아'라는 민감한 단어가 나오자 살레히 외무장관은 크게 소리쳤다. "내 생각에 시리아는…." 그러나 모두가 들은 것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그는 이란의 동맹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별다른 걱정 없이 현재의 '작은 어려움'을 헤쳐나갈(soldier thorough) 것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 (시리아에서는 1400명이 숨졌고 거의 모든 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시리아 북부는 내전에 가까운 상태다)

그러나 필자의 추측이지만 이란과 같은 약삭빠른 국가는 '미군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준비하는 것처럼, '아사드 없는 시리아' 또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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