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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판' 펜타곤 페이퍼'가 필요하다, 지금은…"

베트남전 펜타곤 페이퍼 폭로한 엘스버그의 '만시지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와 대통령 도서관들은 13일(현지시간), 40년 전 폭로된 베트남전 관련 미 국방부 보고서 '펜타곤 페이퍼'의 전문을 공개했다. 7000쪽에 달하는 문서들이 이번에 비밀 해제되면서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펜타곤 페이퍼는 존슨 행정부가 베트남에서 고의로 무력 충돌을 고조시켰으며, 의회에 거짓 보고를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폭로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서와 미 국무부 외교전문, 관타나모 수용소 관련 자료를 폭로해 미국을 곤경에 빠트린 정보공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원조 격으로 평가받는다.

1967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에 의해 작성된 이 자료들은 1971년 당시 국방부 정보분석가였던 대니얼 엘스버그의 '양심선언'에 의해 공개됐다. 엘스버그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제록스' 복사기를 활용해 자료의 사본을 만들어 <뉴욕타임스>에 제보함으로써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닉슨 대통령은 엘스버그와 <뉴욕타임스>에 갖은 압력을 행사해 비밀문서 폭로를 막으려 했으나, 오히려 '펜타곤 페이퍼'에 유명세만 더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엘스버그는 "닉슨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펜타곤 페이퍼의 파장이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닉슨 행정부는 비밀문서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엘스버그와 <뉴욕타임스>를 기소했으나, 미 대법원은 공공기관에 대한 보도에서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기념할 만한 판결을 통해 엘스버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기도 한 엘스버그는 정보 공개 이념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펜타곤 페이퍼가 비밀해제된 13일에 맞추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 '왜 지금 펜타곤 페이퍼가 중요한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도 내부의 정보 고발을 촉구했다.

엘스버그는 "우리는 지금도 거짓에 맞서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펜타곤 페이퍼는 진실을 위해 40년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었음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엘스버그의 칼럼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1973년 4월 28일, 펜타곤 페이퍼를 공개함으로써 베트남전의 진실을 알린 대니얼 엘스버그가 로스엔젤레스 연방대법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왜 지금 펜타곤 페이퍼가 중요한가

펜타곤 페이퍼의 원본이 13일 공개됐다. 이 자료는 7000페이지에 달하며, 1945~67년 동안 이뤄진 미국의 베트남전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국방부의 1급 비밀문서다. 이번 공개는 필자가 이 자료를 입수해 19곳의 신문사와 마이크 그라벨 당시 상원의원에게 제공한지 딱 40년 후다.

펜타곤 페이퍼의 원문 공개는 36년에서 40년 가량 유효기간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이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시기적절하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도 전쟁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30년에 걸친 베트남에서의 분쟁과 아주 유사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 이 상태까지 도달하게 됐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밝혀줄 만한 문서나 내부의 분석을 보지 못했다.

이달에 공개됐어야 할 진짜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그리고 파키스탄, 예멘, 리비아 전쟁)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그런 자료들을 보기 원한다. 어쩌면 아직 그런 자료는 베트남전 관련 자료와 같은 유용한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트남전 자료들은 참고할 만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베트남과 중동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펜타곤 페이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민족주의 게릴라 세력들을 찾아내서 토벌하고, 외국 침략자들(바로 우리다!)과, 우리가 지지하는 부패하고 의욕도 없으며 멍청한 독재자들에 대한 투쟁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더 많은 병력을 보내고 더 많은 적군을 죽일수록 적들은 그만큼 빨리 손실을 회복했고 그들의 지위는 확고해져 갔다. 이는 바로 지금 우리의 [아프간에서의] 현주소다. 우리는 새로운 자원을 동원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정당성'을 결여한 정부[카르자이 정부]를 지원하며 작전을 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펜타곤 페이퍼에 나온 [군사적] 긴장 고조는 지난해 나온 밥 우드워드의 책 <오바마의 전쟁들>에 묘사된 미 정부 내 논란의 확장판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을 3배로 증파하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에 앞서 진행된 논란들 말이다. (우드워드의 책 또한 유출된 1급 비밀자료에 근거해 쓰여졌다. 우드워드나 그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가 '위키리크스'에 제보하기를 기대한다)

40년이나 지나 일어난 다른 전쟁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승리할 가망이 없는 무력충돌을 고조시키고 확장하는, 대통령과 의회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정적에게 유약하다고 비난당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이유와 분별없고 야심만만한 장군들의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의해 전쟁은 계속되지만, 결국 패배할 것이다.

정책결정과 실제 전장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에서 베트남전과 같이 끝도 없고 피비린내 나는 교착상태가 있을 것이다. 1972~73년에 그랬듯, 여론의 압력 하에 의회가 예산을 깎는 방법으로 행정부를 압박해 협상과 철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말이다.

이 '대통령의 전쟁'에서 우리를 구출하도록 유권자들과 의회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중동판(版) 펜타곤 페이퍼가 '지금' 필요하다. 40년 후가 아니라 지금. 교착상태에 빠진 불의한 전쟁은 다만 2~3년이라도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같은 자료를 필요한 때에는 얻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위키리크스의 폭로만이 지난 40년 동안 펜타곤 페이퍼에 버금가는 규모의 폭로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비밀 자료는 현장 수준의 자료이며, 용기 있는 자료 제공자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최고위 정책 과정의 자료, 분석, 결정들이나 1급 비밀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이런 자료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잘못됐다고 믿는 정책에 대해서라고 해도 관련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거나 대중 앞에 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의 경력에 흠집이 날 만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정보 유출은 범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국방부 국제안보차관보의 특별보좌관으로 재직할 당시 그런 접근 권한이 있었고 그런 개인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다.

1964년 8월 미 구축함에 대한 '명백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이라는 거짓말로 인해 통킹만 사건에 대한 의회 결의안이 채택됐을 당시 이 자료를 폭로하지 않은 것을 필자는 오래도록 후회했다. 통킹만 사건에 대한 거짓말은 '어떤 의심도 없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존재한다는 거짓말의 원조 격이었다.

당시 미 대통령에게 전쟁에 대해 기일도 정하지 않은 '백지수표'를 끊어준 비헌법적인 통킹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두 명 중 하나인 웨인 모스 상원의원은, 만약 필자가 모스 의원이 속해 있던 상원 외교위원회에 자료를 제공했던 1969년이 아니라 [결의안이 채택된] 1964년에 자신이 그같은 증거를 제공받았다면 통킹만 결의안은 외교위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며, 상정됐다 한들 부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필자에게 무거운 부담감이었다. 특히 그 해 9월에, 선거 당시 존슨 대통령의 "확전은 없다"던 약속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기밀 자료를 보면서 생각해 봤을 때 더욱 그랬다. 존슨 대통령은 실제로는 은밀하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간주된 그 전쟁을 도발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높은 수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수십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장교 임관 선서를 따라 행동했다면 그 끔찍한 전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폭로가 [베트남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이전의 적절한 시점에 이뤄졌어야 했다. 치명적인 실수가 이뤄진 몇 년 후가 아니라 말이다.

펜타곤 페이퍼를 읽으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지금 과거의 필자와 비슷한 수준의 정보 접근권을 갖고 있으며, 중동에서 미국이 벌이는 전쟁이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진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에 있는 당국자들과 영국이나 다른 나토(NATO) 국가의 당국자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대니얼 엘스버그 ⓒAP=연합뉴스

"내가 했던 [기밀자료를 '너무 늦게' 공개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 이란에서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아프간과 파키스탄, 리비아, 이라크, 예멘에 더 많은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더 죽어나가기 전에, 전쟁의 비용과 위험성에 대한 거짓말을 밝혀 줄 내부 자료를 언론사와 의회에 들고 가 진실을 말하라. 비밀해제될 때까지 40년이나 기다리지 말라. 나처럼 7년이나 기다리지 말라."

이로 인해 감수해야 할 개인적인 위험은 막대할 것이지만, 전쟁으로 인한 인명 희생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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