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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기 깬 남북정상회담 '돈봉투' 폭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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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기 깬 남북정상회담 '돈봉투' 폭로…왜?

속살 드러난 MB 대북정책, 보수층 핵분열 불가피

핵 포기에 합의하면 내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5월 9일 '베를린 제안'에 대해 북한이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남북 비밀접촉의 내용을 모조리 폭로하며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남측이 4월 비밀접촉을 제안하며 했던 발언, 5월 9일부터 실제 비밀접촉에 나온 남측 당국자들의 실명과 그들의 말을 모두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를린 제안에 대한 진의를 북측에 전달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남북간에 오간 얘기를 공개한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사실 왜곡'을 교정하기 위한 폭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실제 의도는 거기 머무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 임기 내에는 정상회담을 물론 남북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이같은 북측의 속내는 남북 비밀접촉 당사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금도'를 깼다는 사실에서 우선 읽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최악일 때라도 하지 않던 매우 이례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북한은 베를린 제안이 나온 후 3일 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베를린 제안은 도전적 망발"이란 말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런 마당에 굳이 이같은 '충격 요법'을 쓴 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와 대화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위 대변인은 전날도 성명을 발표해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천안함·연평도 문제 사과와 관련해 남측 당국자들이 했다는 발언은 이명박 정부 지지층을 배반하는 내용이다.

남측은 4월 비밀 접촉을 제안하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갖자"고 말했다.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천안함·연평도 사과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남측 당국자들은 베이징에서 실제 비밀접촉이 이뤄지자 말을 바꿨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전에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베를린 제안 당시를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천안함·연평도 사과 우선'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당국자들의 '절충안' 역시 보수세력을 분노케 하기 충분하다. 그들은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말을 해도 된다고 제안했고, 나아가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 달라"고 말했다.

더구나 당국자들이 북쪽에 이같은 제안을 하면서 '돈봉투'를 건넸다는 대목은 정부 지지층들을 충격에 빠지게 할 만한 사건이다. 최근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사수론'이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입지는 극히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북한도, 지지층도 모두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리는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이날 발표는 사실 무근이라는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 '남측이 정상회담을 구걸했다'거나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원했다"는 북한 특유의 과장법은 사실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인용된 천안함·연평도 사과 관련 발언의 구체성 등으로 볼 때 '팩트'는 사실과 가까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핵심 당국자들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온 후 오랜 시간 휴대전화를 끄고 대책 회의에 들어간 것은 북한의 폭로가 심상치 않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또 <조선중앙통신>의 기사 전문(全文)을 보도한 여러 매체들에 기사를 내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과거 남측의 언론들이 북한 매체의 기사 전문을 전한 경우가 수차례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1주일 방중 직후 북한은 억류됐던 미국인을 석방하는 등 미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반면 남쪽에 대해서는 잇달아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싶어 하는 미국과 그를 반대하는 한국 사이의 벌어진 틈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한반도 정세 운영의 방향에 대한 북중간의 조율, 북한 내부의 정리 끝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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