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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에 절실한 '실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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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에 절실한 '실용외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6자회담의 현실과 과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3호(2011년 5·6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3호는 '북핵 문제, 다시 보기'를 주제로 6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5월 첫째 주 동안 영문 논문을 제외하고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3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월 7일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회담에서 중국 측과 북한 측은 먼저 남북대화를 시작하고 이후 북미 대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6자 회담을 재개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4월17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여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개 프로세스를 논의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6자회담 재개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개 프로세스가 나온 배경을 분석하고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살펴볼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마지막으로 중요한 합의를 한 것은 지난 2007년 10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에서였으며 이것을 10.3 합의라 한다. 10.3 합의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북한은 2007년 말까지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폐쇄하는 2단계 비핵화 조치를 취하며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수교절차의 전 단계를 밟는다. 또한 한국 등 나머지 6자회담국은 100만t의 중유를 지원한다.

10.3 합의는 초기에는 신속하게 이행되는 듯 보였다. 2008년 4월 8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싱가포르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북핵 신고 문제에 잠정 합의하였다. 북한은 5월 8~10일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18,000페이지 분량의 핵시설 운영자료)를 전달하였으며, 6월 26일 중국 정부에 플루토늄 생산량 등을 적시한 핵 신고서를 제출하자, 미국은 곧바로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에 착수하였다. 이것이 확인되자마자 북한은 6월 27일 미국 국무성 대표들이 보는 가운데 영변 5㎿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였다. 7월 10~12일 베이징에서 6자 수석 대표자 회의가 후속으로 열렸으며 10월말까지 불능화 그리고 에너지 지원 완료 및 검증 원칙에 합의하였다. 같은 달 27일 싱가포르에서 6자 외교장관 비공식 회동이 이루어짐으로써 6자회담은 보다 고위급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10.3합의는 가속도(momentum)를 잃고 말았다.

8월 11일 미국이 대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발표 보류조치를 취하자 북한은 8월 14일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단을 표방하였으며 같은 달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연기가 10.3합의 위반이라며 '대응조치'로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과 원상복구를 고려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였다. 곧이어 9월 3일부터 영변 핵시설 복구 작업을 개시하였다. 미국은 10월 11일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발표하였으나, 이미 북미간의 신뢰는 깨진 후였으며 이것이 악순환(vicious cycle)의 시작이었다.

11월 12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신고 검증을 위한 시료채취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으며 북핵 위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것을 수습하기 위해 12월 4~5일 북미 6자 수석대표가 회동하여 검증의정서 문제를 협의하였으나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다. 곧이어 같은 달 8~11일 베이징에서 6자 수석대표자회의가 열렸으나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하였고 성과 없이 휴회하였다. 이후 북한은 2009년 4월과 5월 각각 미사일과 지하 핵실험을 감행하였으며 미국의 주도로 개최된 유엔 안보리에서는 대북 제재 결의안 1874를 채택하고 북한을 압박하였다. 또한 남북관계는 주지하다시피 2010년에 일어난 천안함 그리고 연평도 사태로 악화일로에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개 프로세스를 중국이 제안하였고 북한과 미국이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

북미가 3단계 재개 프로세스에 합의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제6차 6자 회담에서 10.3 합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북미간의 신뢰가 회복되었다기 보다는 북미관계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으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자 위기를 우선 피해보자는 필요에 의해 나온 봉합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제1차 북핵 사태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제네바 합의로 위기를 넘기고 클린턴 행정부 막바지에는 북·미 공동커뮤니케가 이루어지면서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바라볼 수 있었으나,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 된 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강경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북미관계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급기야 미국은 2004년 4월 미·일·한 3자 회담을 주도하여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재확인하며 북한을 압박하기에 이르렀고, 북한은 2005년 2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 공식발표 및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며 맞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3차에서 5차까지 열린 6자 회담은 북핵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보다는 북미간에 대립적 입장만을 확인한 것이었다. 그러다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최초로 핵실험을 실시하자 북핵 위기가 악화되었으며, 사태의 심각성이 높아지자 2007년 1월 북미 대표가 베를린에서 회동을 갖고 이후 2.13 합의와 10.3 합의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10.3 합의는 처음부터 열매를 맺기에는 매우 약한 뿌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10.3 합의가 현실에서 실종되고 있을 때 북미 양국은 모두 나름대로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는 점이며 이것이 6자회담 3단계 재개 프로세스의 첫 번째 배경이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으로 일관하였는데, '전략적 인내' 전략이란 김정일의 건강 악화설 그리고 후계자 문제로 북한의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북한을 일단 그냥 두고 보자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와 매우 성격이 다르므로 북한에 대한 정책 역시 부시 행정부에 비해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주관적인 것이었다. 미국 정부에게 북한은 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대상이며 부시 행정부와 성격이 다른 오바마 행정부일지라도 이러한 우선순위는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략적 인내' 전략 아래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면서 북한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이 와중에 천안함 그리고 연평도 사태가 일어나자 책무 (liability)가 발생할 수 있는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다자외교를 주도하여 유엔 제재를 이끌어내면서 북미간 직접적인 대화 그리고 협상을 피해 나갈 수 있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도 덕분에 쉽게 넘어갔다. 나아가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미국 태평양통합사령부에 소속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함대인 제7함대를 한반도 근해까지 보내면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며 중국을 군사력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였다.

한편 북한은 한반도 긴장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을 더욱 강도 높게 통제할 수 있는 구실을 얻으며 정권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다. 또한 국제사회의 간섭 없이 핵 시설을 복구하고 재가동시켰으며 그동안 중단되었던 (아니면 미루어 왔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 (Uranium Enriched Program, UEP)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미국으로서는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대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느 정도 객관적인 분석과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또 다른 카드 (UEP)를 마련한 셈이다.

중국의 한반도 안정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3단계 재개 프로세스의 두 번째 배경이다. 3단계 재개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북한을 설득한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 이처럼 6자회담 재개에 역량을 기울이는 것은 단지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이라는 이유 이외에 더욱 중요한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6자회담이 중단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미국의 제7함대가 한반도 근해까지 들어오게 되어 수도 북경뿐 아니라 경제 성장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상해, 신천, 광동 지역이 모두 미 함대의 사정거리에 들어가게 되는 군사적 압박을 받게 되었다.

또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소강사회 건설' 완성에도 큰 차질을 줄 수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국민소득을 4배로 올리고 보다 균등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소강사회 (小康社會) 건설'을 2025년까지 완성한다는 국가적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동북 지역 개발은 소강사회 건설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북한 개발(특히 북한이 특구로 지정한 나선지구와 위화도와 황금평을 포함한 신의주 지역 그리고 특구로 추진 중인 함흥, 김책, 청진, 원산, 남포, 그리고 평양)은 동북 지역 개발의 성공과 직접적이고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어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개발도 함께 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안정은 동북 4성 개발의 전제조건이 되는데 북핵 위기로 인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긴장이 고조된다면 동북 지역 개발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지난 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 중미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이 회담에서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모종의 합의를 보았던 것으로 분석되며 이것의 일환으로 중국은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은 한국을 설득하여 3단계 재개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고 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외무상은 4월 20일 참의원 납치문제 특별위원회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과 관련하여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였으나, 이것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의견이라 할 수 있고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과거 6자회담에서 일본의 제한적인 역할 그리고 현재 악화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은 재개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가동될 경우 6자회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중국만큼이나 6자회담의 재개를 고대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도 재개 프로세스에 찬성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꽁꽁 얼어붙어 있고 한국은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죄하는 것을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보고 있어, 만약 한국정부가 3단계 재개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 묻고 북한의 사죄를 전제조건으로 고집한다면 6자회담 3단계 재개 프로세스는 첫 단계부터 난항이 될 것이며 프로세스 자체가 가동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한국 외교의 기조는 실용이라고 천명하였다. 실용외교의 핵심은 상황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천안함 그리고 연평도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6자회담을 다시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국 및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익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평화와 번영이며 평화는 번영의 전제조건이다. 실용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 원제 - 북핵해결과 6자회담: 현실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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