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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부 트윗' 중구청의 분향소 철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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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아부 트윗' 중구청의 분향소 철거 작전

[현장] 쌍용차 노조 "불법 철거…대화하는 척하면서 호시탐탐 노렸다"

"세상에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2009년 정리해고 이후 희생된 24명을 추모하기 위해 설치됐던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가 '설치 1년'을 하루 앞두고 4일 강제 철거됐다.

'보행자 통행 불편'이라는 중구청이 내세운 철거 이유와는 모순되게,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는 그보다 큰 규모의 대형 화단이 이날 곧바로 설치됐다. 철거와 설치에는 400여 명에 달하는 경찰과 구청 직원, 철거 용역 등이 신속히 투입돼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 4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중구청은 마치 군사 작전을 하듯 신속하게 이 자리에 흙을 부어 화단을 만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강제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이들 뒤에서 중구청 직원이 화단에 물을 뿌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불법 철거"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번 철거가 정당한 요건과 과정을 갖추지 못한 '불법 철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중구청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8일 두 차례에 걸쳐 분향소 등 천막에 대한 철거를 시도하며 도로법 제45조와 국유재산법 제74조를 내세웠다.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 교통에 지장을 주거나, 국유재산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지난달 3일 분향소 방화 사건이 발생한 후, 중구청과 문화재청은 이들 법에 근거한 철거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러나 범대위는 철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분향소와 주변 설치물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6조에 따라 신고된 집회 용품이므로, 헌법과 집시법이 합법성을 보장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분향소 자체가 집시법을 통해 허가받은 적법한 시위이므로, 이를 정당한 사유 없는 방해물이나 장해물로 보는 것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범대위 등이 화단 인근에 설치한 현수막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관련자를 연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국장은 "집회 신고가 돼 있는 공간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보행자 통행 방해해 철거한다'더니, 대형 화단 설치

아울러 '보행자 통행 반대' 역시 정당한 철거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범대위는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천막 두 동을 사용한 집회를 개최한다는 노조의 집회신고서가 통행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므로 금지한다는 서울남대문경찰서장의 결정에 대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회 금지를 위법하다고 판시했다"고 전했다.

범대위는 이어 "당초 집회 신고와 달리 지부와 범대위는 분향소를 한 동으로 줄여 집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를 두고 중구청이 '심히 공익을 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행정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날 중구청이 설치한 화단은 분향소 천막보다 그 규모가 커, 보행자 통행은 사실상 이전보다 불편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별도의 배수 시설 없이 흙더미만을 이용해 화단을 만든 탓에, 우천 시 토사가 흘러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급한 공사 일정 때문인지, 화단의 목적이 다른 데 있었기 때문인지 중구청은 보도블록 위에 흙을 부어 화단을 만들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경찰의 엄호 속에서 순식간에 화단이 조성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국정조사 약속을 지키라는 플래카드에 돌아온 건 깨끗한 물청소다. ⓒ프레시안(최형락)

"군사 작전인가"

한편 범대위는 지난달 3일 있었던 "천막 방화 사건 이후 분향소 철거 문제가 재차 불거져 최창식 중구청장과 면담을 추진하는 등 관련 문제를 협의하고 있었다"며 "앞에선 대화를 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호시탐탐 철거만을 노렸다"고 전했다.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은 "바로 어제까지도 중구청과 실무 협의를 하고 있었다"며 "쌍용차 사태 해결 후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겠다는 입장도 중구청에 명확하게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상황실장은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이날 새벽 강제 철거가 집행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며 "새벽에 기습 철거하면 천막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 사전 예고를 반드시 해달라는 요구를 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철거와 화단 설치에는 수백 명에 달하는 경찰과 중구청 직원 등이 동원됐다. 경찰은 스크럼을 짜고 공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며, 그 사이로 중구청 마크를 새긴 푸른색 옷을 입은 수십 명이 신속하게 흙더미를 옮기고 나무를 심었다. 모든 과정은 20여 분 만에 완료됐다.

화단 설치에 항의하던 사람들과 설치를 진행하던 사람들은 때때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중구청 마크를 새긴 옷을 입고 있던 사람 중 하나는 "비켜라. 나도 오늘 일당 받아야 한다"고 말해, 중구청이 노동자 분향소 철거를 위해 일용직 노동자를 동원했다는 추정도 나왔다.

이와 관련, 중구청 마크를 새긴 옷을 입고 있었던 한 사람은 "이 옷을 입은 사람은 전부 중구청 소속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같은 옷을 입고 있던 10여 명에게 직위와 이름을 물었으나 이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구청 복장을 입고 있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경찰이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한 연행자가 연행 차량 안에서 중구청 복장을 벗는 경찰을 목격했다고 김태연 상황실장은 말했다.

▲ 화단 설치에 투입된 작업 인력. 중구청 마크가 찍힌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이들 가운데는 일용직 노동자와 경찰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레시안(최형락)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간 중구청에 우리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달란 호소를 이어왔다"며 "그런데 군사 작전처럼 분향소를 한순간에 철거했다. 세상에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 홍영표·은수미·김기식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새누리당은 쌍용차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대통령 선거 당시 약속과 2월 국회 개원 합의 사항인 쌍용차 여야 합의체를 통한 사태 해결 약속이 거짓이 아니라면, 소속 당원인 중구청장의 이번 행동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묻고, 원상 복구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창식 중구청장은 재작년 호남 출신 구청직원 10여 명에게 다른 곳으로 갈 것을 종용하고, 임기가 남은 중구시설공단 이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트위터 패러디 계정에 아부성 글을 남겼다가 삭제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서울중구청장, 대통령에게 아부 트윗 남겼다 망신)

▲ 분향소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김정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이날 "모든 것을 다 잃었다. 하루를 사는 게 죽기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쌍용차 노조 측은 분향소가 철거됐지만 투쟁을 멈추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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