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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외교, '영원한 국익은 없다. 영원한 우방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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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외교, '영원한 국익은 없다. 영원한 우방만 있을 뿐'?

[한반도 브리핑] '시대착오'보다 '미국 이익 복무'가 더 문제

한국에 있어서 외교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번영, 때로는 생존과 즉결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한국은 지형적으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반도에 위치하고 있고,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한국은 무역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왔고 무역이 앞으로도 경제의 중추를 담당할 것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정책과 실천 즉,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 설정과 그에 따른 외교 활동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한 나라의 외교 정책은 그 나라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된다. 시카고대의 저명한 국제관계학 교수인 한스 모겐소는 "국제관계에 있어서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 오로지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것은 국제관계와 세계정세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태적인(dynamic) 것이기 때문이며, 이러한 변화에 맞게 한 나라의 외교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가 '그대는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처음 담갔다가 다시 담그는 그 순간 이미 이전의 강물은 흘러가버렸기 때문)'며 모든 것은 다 변한다(panta rhei: 만물유전(萬物流轉))고 역설했듯이 변화는 세계정세와 국제관계에 어김없이 적용되는 질서다.

국제정세와 국제관계에 변화가 오고 있는데 한 노선의 외교만을 고집한다면 그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기보다는 심각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세계정세는 냉전 이후 잠시 미국이 유일적 패권체제가 되는가 싶더니 곧이어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연합(EU)을 이루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급부상으로 미국의 패권을 흔들고 있다.

리비아 사태는 미국이 이미 유일적 패권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이 지적했듯이 리비아 사태 개입을 두고 프랑스와 영국이 미국에 리비아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독일은 정확히 그 반대의 요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이들이 그런 요구를 매우 큰 소리로 강력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미국은 유럽의 우방 국가들로부터 요구를 당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중국의 부상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을 G2 국가로 격상시켰으나 이것은 미국이 더 이상 유일적 패권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다.

▲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뉴시스

미국의 이익에 부응하는 한국의 외교

이와 같이 냉전 이후 세계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관계도 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듯이 해방 후 한국의 외교의 기조는 한미동맹으로 관철되었다. 차이가 있다면 정권에 따라 그 부침의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정권 초기부터 한미동맹의 '복원'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두었다는 점에서 외교뿐 아니라 정권의 생사를 한미동맹에 걸었던 이승만 정권과 닮아있다.

이승만은 한미동맹에 목숨을 걸었으나 아이러니컬하게 미국은 한국전쟁 중 한미동맹을 앞세워 북진통일을 고집하고 휴전 후에는 독재로 일관하던 이승만을 제거하려는 '에버레디 계획'을 입안해 이승만을 견제했다. 기밀 해제된 미국 NSC 문건에 의하면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국방장관·CIA 국장 앞에서 "이승만은 친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적이다"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고집하자 역대 가장 친미적인 이승만조차 권좌로부터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 모겐소의 정의가 다시 한 번 상기되는 대목이다.

현재도 미국은 한미동맹을 철저히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관철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의 핵심인 한미동맹 강화는 철저히 한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진행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최근의 일어난 두 가지 외교적 현황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미국은 9.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으나 현재 9.11 테러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관계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한국과는 크게 관련이 없으며 이해관계 설정조차도 애매하다. 그러나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이미 파견했고 5년간 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지원을 결정하였다고 하나,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대한 고려가 아프가니스탄 지원의 가장 큰 이유인 것은 고차원의 분석 없이도 알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들어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미국과의 연계설이 대두되고 있어 과연 KAMD가 한국의 국익을 위한 것인지 대한 의문이 든다.

지난 13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 브래들리 로버츠 미 국방부 핵·미사일방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한국과 양자적인 미사일방어 협력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미래의 탄도미사일방어(BMD) 프로그램 유용성에 대해 한국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양국이 요구분석을 시행할 수 있는 약정에 최근 서명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KAMD에 그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미가 미 BMD 협력에 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면서 "미국의 BMD는 북한과 이란 등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본토 방어를 의미하고 이번에 연구 중인 KAMD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KAMD 개발을 현재 강화되고 있는 한미군사동맹의 틀에서 바라볼 때 한국의 KAMD와 미국의 BMD는 결코 서로 독립적일 수 없다. 또한 미국의 MD 사례에서 알 수 있듯(미국은 MD 개발로 현재까지 100조원 이상 쓰고 있으나 아직 그 성능은 판명되고 있지 않다) 만약 KAMD 개발과 구축이 실질적으로 진행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한국 예산에서 다른 부문, 특히 복지(현재 여야 모두 복지국가 실현을 당의 목표로 잡고 있어, 어느 당이 다음 선거에서 집권하든 복지에 대한 예산은 현재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와 같은 부문의 축소와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BMD가 현실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다고 했을 때, 한국의 KAMD 구축 역시 중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2003년 이후부터 한국의 가장 큰 무역국(대중 무역은 대미·대일 무역 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이며 중국에 대한 중요성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인 상황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되는 것이 과연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일까?

미국의 패권(국력도)이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만을 외교의 만사형통의 기조로 잡고 나아간다면 위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의 부담금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가장 크고 중요한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는 순탄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미국 '양다리'가 대안인가?

과연 한국의 국익에 맞는 외교노선은 무엇일까? 아직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갖는 이른바 '양다리'론을 주장하고 있다. 양다리론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현재 차이메리카(Chimerica)와 같은 공생관계로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보자면 이러한 협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생관계는 (미국의 BMD가 결국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되기 매우 어렵다. 또한 양다리론에서 주장하듯이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한 체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모순에 가까운 주장이다. 그럼 한미동맹을 폐기하고 중국과의 동맹을 맺는 것이 대안일까?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불가능에 가까운 옵션이다. 그러나 옵션은 존재한다.

친미와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은 이승만은 미 프린스턴대학에서 1910년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의 논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 영향을 받은 영세중립론(Neutrality as influenced by the United States)"이었다. 이승만은 박사논문에서 국제정세를 로마시대 부터 분석하고 당시 영세중립국은 아니었지만 어느 나라와도 동맹을 맺고 있지 않고 있던 외교적 중립노선을 걷고 있는 미국의 중립노선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물론 이승만은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의 논문과는 상관없는 길을 걸었다. 중립 노선과 중립화는 한국에서 잊혀진 주제이며 학문적인 논의조차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형적으로 대륙과 해양 세력이 만나고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반도에 위치한 한국에 외교적 중립 노선, 나아가 영세중립화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옵션이며 국익을 지키고 제고할 수 있는 외교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과 한국의 외교는 기로에 서있다. 중립노 선, 중립화에 대한 논의, 그리고 한미동맹 노선이외의 외교 노선에 대한 논의가 먼저 활발히 일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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