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복구작업이 가장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는 3호기에 잇따라 연기가 치솟으며 강한 방사능이 유출돼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니, 가장 먼저 수소폭발을 일으켰던 1호기가 가장 심각하다는 공식발표까지 나왔다.
▲ 후쿠시마 원전 직원들이 가장 심각하다는 1, 2호기 등 원자로 방사능 측정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AP=연합 |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밤 기자회견에서 "1호기에서는 핵연료봉이 녹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2호기나 3호기보다도 훨씬 위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24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전문가들을 대거 동원, 6개의 원자로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분석을 시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호기의 압력용기 온도는 한때 정상 가동 온도인 280℃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설계온도인 302℃를 100℃가량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가 설계온도를 넘었다는 것은 노심용해가 진행되고 있어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도쿄전력은 응급처지로 원자로에 바닷물을 주입해 온도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방사성 물질이 대량 포함된 증기가 발생해 이를 외부로 빼내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 이미 2호기는 혈중 임파구가 감소하는 시간 당 500mSv에 달하는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그레고리 자크 위원장이 사용후 핵연료봉이 담긴 냉각수조에 물이 하나도 없다고 폭로한 4호기는 여전히 냉각시스템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냉각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던 5,6호기 중 5호기마저 23일 밤 한 차례 정지하는 등 총체적 난조에 빠지고 있다.
1호기, 이미 중성자선 검출 여러 차례
특히 1호기는 '체르노빌 사태'를 재연시킬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스미타 겐지 오사카대 교수(원자력 공학)는 "바닷물로 똑같이 냉각하고 있다는 2호기의 경우, 압력용기의 온도는 100℃ 정도라는 점에서, 1호기의 고열 현상은 노심이 용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온도가 급상승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겐지 교수는 "원자로 부근에서 중성자선의 유무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성자선 방출은 핵분열 반응이 연속해 일어나는 본격적인 노심용해의 결정적 증거로 간주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 등 일부 현지언론들은 도쿄전력이 1, 2호기 남서쪽 약 1km쯤 떨어진 정문 부근에서 지난 13일에서 15일 사이에 중성자를 모두 13차례 검출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바닷물 주입이 원자로 냉각에 효과적이냐는 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미야자키 게이시 오사카대 교수(원자력 공학)는 "원자로의 상부와 하부에서 모두 400℃까지 온도가 올라갔다는 것은 실제로는 바닷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가운 바닷물이 뜨거워진 급수 배관에 닿아 파손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원전 220km 떨어진 도쿄, 방사능 수치 급증
한편,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과 달라 폭발하면서 방사능을 공중에 대량 방출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던 원전 옹호론자들의 장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일부 원자력 공학자들은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노심 용해가 일어나도 반경 30km 밖으로 방사성 물질이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20km나 떨어진 도쿄에서 수돗물에 유아가 마실 수 없을 정도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하룻밤새 방사능 수치가 10배로 치솟자 도쿄시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금으로서는 성인들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도쿄에서도 방사능 농도가 짙어지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뿜어내는 방사성 물질은 점점 많아지고 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도쿄에서는 시민들이 생수 사재기에 나서는 등 극도로 혼란스런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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