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원전 인근에서 생산한 채소와 우유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데 이어, 급기야는 원전에서 220㎞가량 떨어진 도쿄의 수돗물에서도 유아 기준치의 2배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도쿄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가나마치(金町) 정수장에서 유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요오드131이 검출돼 23일 일본 정부가 '유아 음용 중단 지시'를 내렸다. 이 정수장에서 나온 방사성요오드131은 L당 210베크렐로, 방사성요오드131의 법정 기준치는 성인의 경우 L당 300베크렐, 유아의 경우 100베크렐이다.
수도권인 이바라키(茨城)현 히타치오타(常陸太田)시 정수장에서도 L리터당 245베크렐의 방사성요오드131이 검출돼 유아에게 수돗물을 먹이지 말도록 했다.
침착했던 일본인들, 방사능 공포 확산에 '생수 사재기'
대지진 참사에도 침착한 모습을 보였던 일본인들은 수돗물 오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수 사재기에 나서는 등 동요하고 있다. 이날 일본 <지지통신>은 시나가와(品川)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2L짜리 페트병 6개로 구성된 생수 17상자가 10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 슈퍼마켓에서는 1인당 생수 구입량을 페트병 1개로 제한했다.
급기야 이날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관방장관은 "유아가 마시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만, 성인은 문제가 없다"며 "필요 이상의 생수를 사지 말아달라"고 자제를 요청했다.
먹을거리의 방사능 오염이 날로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농산물 섭취 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생산된 잎채소를 당분간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농산물의 방사능 오염은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이날도 후쿠시마현 모토미야(本宮)시에서 생산된 경립채에서 기준치의 164배 이르는 방사성 세슘이, 브로콜리에서 기준치의 27.8배에 이르는 세슘이 나오는 등 11개 채소에서 방사능 오염이 확인됐다.
세계의 식탁, 일본 '방사능'에 떤다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2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생산된 일본산 유제품과 채소, 과일에 대한 사실상의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 역시 일본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통제를 유럽연합(EU)에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 날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소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럽의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됐다. <로이터통신>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 북미, 대서양을 거쳐 유럽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그 양이 너무 적어 인체에는 아무런 해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의 주요 일식당에서는 손님이 급격히 줄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일본인 거주 지역 '리틀도쿄'에 있는 한 일식당은 최근 2주일 동안 매출액이 평상시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홍콩의 600여 개 일식당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23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고 일본산 식품의 '심각한' 방사성 물질 오염이 우려되면 수입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이 경우 '방사능 오염이 없는 지역에서 채취·생산·제조·가공했다'는 일본 정부의 증명서가 있어야만 수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14일부터 일본 농축임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한 데 이어, 19일부터는 가공식품과 건강식품도 검사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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