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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北주민 송환 '평행선'…"조사 지연이 문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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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北주민 송환 '평행선'…"조사 지연이 문제 키워"

연평도 사건 이후 합신 기간 늘어…키리졸브 이후 정세가 변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표류해 온 북한 주민 31명의 신변 문제 처리가 길어지고 있다. 남북한이 적십자를 통해 주고받는 주장을 보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 당초 표류자들에 대한 조사 기간이 한 달 가량으로 길어진 것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오후 북측에 보낸 대한적십자사 명의의 통지문에서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하고 27명을 북측에 조속히 송환하다는 입장이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면서 "27명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재차 촉구했다"고 말했다.

남쪽에 남기로 한 4명의 주민에 대해 남측은 "우리측 지역에서 그들의 자유 의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확인시켜 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가족을 데려와서 대면 확인하자는 북한의 제안은 국제 관례나 인도적 측면에서 받을 수 없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을 우리가 협의해서 제시할 수는 있겠다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자유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이 (북측에서 주장하는) 대면 접촉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남북 적십자 간 실무접촉과 본인 의사 확인은 별개이며, 실무접촉에서는 의사를 확인할 방법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일부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4명의 주민은 송환 의사를 밝힌 27명과는 따로 지내고 있다면서, 이들은 다른 탈북자들이 받게 되는 합동신문 등 남한 정착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무회담 열릴까?

남측은 27명의 송환이 우선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북한은 31명 전원이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날 북측이 제의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의 전망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북한은 조선적십자회 명의의 통지문에서 '전원 송환을 해결하기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 남측은 27명의 조속한 송환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실무접촉에 대해서는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며 적십자 당국 간의 회담을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오후 6시경 재차 통지문을 보내 "4명의 귀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으며 직접 대면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단순히 장소라든가 이런 문제보다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7일 <연합뉴스>에 "북측이 27명 송환을 수용하지 않으면 귀순자 4명의 자유의사를 확인할 적십자 실무접촉도 사실상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고위당국자는 "(남북 모두) 금방 입장을 굽힐 것 같지 않다"면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9일 적십자 실무접촉이 이뤄지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9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서 이렇게 27명을 받지 않는 상태로 계속 간다면 실무접촉도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해법이 마땅치 않다"며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다른 문제는 협상을 해서 나름대로 조정력을 발휘할 부분이 있지만 이 문제는 아예 (입장을 조정할) 없다"며 남한 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고 그냥 밀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 판문점 전경. 왼쪽 건물이 북한에서 적십자 실무접촉 장소로 제의한 중립국 감독위 회의실이다. ⓒ연합뉴스

"남한, '첫 단추' 잘못 끼웠다…키 리졸브 이후 풀릴 듯"

김연철 교수는 "상황이 많이 꼬인 것 같다"며 "(남측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고 비판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무리 길어도 (합신이) 1주일 이상 넘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조사 기간이 너무 길었다"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북한이 '귀순 공작'을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의 조사는) 남북관계의 영향이든 상호주의 차원이든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남북관계가) 잘 못 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면서 "이는 인도적 사항이기에 설사 전쟁 중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며 당국의 조사가 길어진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남쪽으로 내려온 북측 선원과 선박들의 송환 사례를 보면 공교롭게도 연평도 사태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이후 조사 기간이 길어졌다. 2005년 이후부터 2010년 9월까지는 대부분 길어야 3일 정도 조사를 했고 당일 돌려보낸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악화된 남북관계와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가 인도적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런 조사는 보통 3~7일이면 됐다"며 "31명이란 인원이 많았다면 조사 인원을 늘렸으면 될 것 아닌가"라며 정부의 합신 지연을 질타했다. 양 교수는 '인원이 많아서 조사 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합동조사기관의 해명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조사 기간이 길면 길수록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결국 이러니 북한이 ('귀순 공작'이 있었다고) 오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국의 조사 진행 과정이 미숙했다"며 "남북관계 관리를 소홀히 한 남쪽이나 자국민을 보호하는데 소홀한 북쪽이나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 "북측의 의도는 표면적으로는 '귀순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지만, 큰 틀로 봐서는 현 단계의 대결 국면과 (이후 전개될) 대화 국면 모두를 감안해서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라면서 "3월 키 리졸브 훈련 이후 북한의 제2차 대화 공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았다.

그는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나는 이번 주까지는 북한이 압박을 계속하면서 시위성 요구와 가족을 동원한 심리전 등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훈련이 끝나면 (북한이) 제2차 대화 공세와 더불어 27명을 데려가고 4명은 지속적으로 송환을 촉구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키 리졸브 훈련 이후 미중관계의 변화 가능성과 북미 간 식량지원 접촉 가능성 등을 변수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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