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표류해 왔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송환이 다음 주로 연기되면서 남북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북측 연락관이 오후 6시경 (판문점 채널을 통해) 전화를 걸어 왔다"며 남쪽에 남겠다는 뜻을 밝힌 주민 4명을 포함한 31명 전원을 돌려보내라고 말했다고 이날 오후 7시께 밝혔다.
북한 연락관은 통화에서 "남측은 주민들의 송환 문제가 인도주의 문제인 동시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똑똑히 인식하고 이제라도 즉시 배와 주민들을 이들이 표류됐던 해상 경로를 통해 돌려보내라"고 구두로 통보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또 북측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에 엄중한 후과(결과)가 있을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연락관은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 후 "오늘 근무는 이것으로 마친다"고 말했다. 주말인 5~6일은 업무가 없어서 결국 이 문제는 다음 주로 넘어가게 됐다.
남한으로 표류한 31명 중 북한 귀환을 희망한 27명의 주민들은 판문점 인근에서 오전 11시부터 약 8시간 동안 대기했으며, 이들은 다시 원래 있던 숙소로 이동해 주말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7일 북한과 다시 협의할 것"이라면서, 통지문을 발송할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한 시도를 재개할지 등 협의의 방식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北 "남측 당국의 '귀순 공작' 있었다"…南 "자유 의사에 따른 것"
당초 송환은 4일 오전 11시에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북측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지연됐다. 통일부는 판문점 남측 연락관이 협의를 시도했으나 북측이 주민 송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어 오후 4시경 판문점 연락관들 간의 마감 통화에서 '연장 근무'를 제안했다. 통상 남북 연락관들의 업무는 오후 4시에 끝나며, 마감시 연락을 주고받도록 돼 있다. 통일부는 "연장 근무를 제안한 것은 (북측에서) 입장을 주겠다는 얘기일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었다.
북한 주민들의 송환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남한에 남겠다'는 뜻을 밝힌 북한 주민 4명이 송환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풀이된다. 북한은 남한 당국의 '귀순 공작'이 있었다며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조선적십자회(조적) 대변인 담화에서 남측 당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북한은 4일에도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 앞으로 보낸 장재언 조적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남측이 그동안 우리 주민들을 여기저기 끌고다니며 '귀순공작'을 벌인 사실은 만 사람의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하며 주민 31명 전원의 송환을 재차 요구했다. 통일부는 이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본인들의 자유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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