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 가운데 4명이 남한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부는 3일 "북한 주민 31명 가운데 4명이 남측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 4명을 제외한 27명을 송환하겠다는 계획을 3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오전 어선을 타고 NLL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 남성 11명과 여성 20명은 해군에 예인된 뒤 조사를 받아 왔다. 남측에 남기로 한 4명은 남녀 각각 2명씩이라고 <연합뉴스>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의 남하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 내에서 단순 표류로 결론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 4명을 제외한 27명의 북한 주민에 대한 송환은 4일 오전 판문점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들이 타고 온 선박은 NLL 해상에서 북측에 인계될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쪽에 남기로 한 4명은 관계기관 합동신문(합신) 과정 중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분들은 다시 한 번 합신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탈북자들이 받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신 일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최장 3개월까지 하게 돼 있다"며 "그 범위 안에서 심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으로 남하한 북한 주민 중 일부만 귀순한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라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남북관계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8일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이들 31명과 선박의 송환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남측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사 결과와 본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북측에 통보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정부는 남하한 북한 주민들이 아이들을 동행하지 않았고 가족 단위가 아닌 작업반으로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집단 탈북보다는 단순 표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특히 이들이 모두 북쪽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4명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귀순공작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 사람들을 상대로 체제 경쟁에 활용하기 위해서 산업시찰을 보내고 또 우리의 번화가를 구경을 시키고 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당시 조사 기간이 20일을 넘겼다면서 "그 동안의 관례에 비춰보면 이미 조사시간이 다 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귀순하지 않은 북한 주민들은 4일 북으로 돌아간 즉시 남측의 귀순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갈등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한 개성공단 남측 인원들의 단순 규정 위반 등이 있을 경우 북측에 억류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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