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리비아 민간인 희생 막자는 비행금지구역, 왜 논란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리비아 민간인 희생 막자는 비행금지구역, 왜 논란인가?

미국·영국은 찬성…프랑스·중국·러시아 등 반대 입장

국제사회에서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 설정 관련 논쟁이 뜨겁다. 리비아의 '임시정부위원회' 등 일부 반정부 세력이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을 요청한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유엔의 승인 없이는 어떤 군사적 조치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토(NATO) 회원국인 터키도 이들과 같은 입장이며, 베네수엘라 등 일부 남미 국가들은 이들과는 다른 근거로 리비아에 대한 개입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아랍연맹 "군사개입 반대…비행금지구역은 찬성"

아랍권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반대하면서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2일 열린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은 리비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리비아 위기는 아랍권 내부의 문제"라며 서방 등 외세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랍연맹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시위대 유혈 진압을 비판하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무사 총장은 "아랍연맹은 리비아 국민이 직면한 유혈 참사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프리카연합과 협의를 통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도 대응조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랍연맹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군사적 조치와는 별개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영국 "비행금지구역 적극 검토"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AP=연합

미국과 영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군사적 조치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보이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외무장관은 2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리비아 영공 봉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 민주화 세력 등에게 장비와 물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비행이 보장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청문회 모두 발언을 통해 "비행금지 구역 설정은 장기적 과제가 아니"라며 "우리는 필요하면 이를 실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지난달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군사적으로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과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비행금지구역은 설정은 '대규모의 군사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의 발언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막대한 인력과 물자가 소비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작전을 펴는 것에 대한 미국의 부담감이 읽힌다. 그는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게이츠 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나토 내부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도 리비아 영공 봉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아랍 세계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단시간 내에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 해군의 전함 2척이 이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들어섰다는 사실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도 홍해 인근 수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입장은 미국보다 더 적극적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과거 비행금지구역 설정 사례를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없이도 실행된 적이 있었다"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유엔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헤이그 장관은 '과거 사례'에 대해 "분명하고 합법적이며 국제적으로 타당한 이유"로 실행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카다피 정권이 헬리콥터와 폭격기를 사용해 자국민을 살해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제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달 28일 영국 하원에서 "리비아에서 군사적 자산을 동원하는 방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미 국방장관에게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프랑스·러시아 등 "유엔 통해 해결해야"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필요치 않은 조치'라고 잘라 말했다. ⓒAP=연합

반면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인 프랑수아 바루앵 예산장관은 1일 방송 인터뷰에서 "군사행동은 최우선순위가 아니"라며 "최우선 순위는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이며 군사행동은 외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는 리비아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이라도 유엔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알랭 쥐페 프랑스 외교장관은 의회에서 "유엔 안보리의 '명백한 위임'이 없다면 현 시점에서 군사작전은 없을 것"이라며 "다른 옵션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쥐페 장관은 군사행동이 아랍권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러시아도 유엔의 위임 없이는 어떤 군사조치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로고진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1일 "나토가 책임지는 권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리비아에 대한 군사조치는 전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2월 26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은) 리비아 사태에 대한 무력 개입에 대해 간접적으로라도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며 "외부의 군사 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리비아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에 대한 비난에는 동조하면서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필요치 않은 조치"라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지난달 24일 "(아랍인들이) 스스로 외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을 줘야 한다"면서 "사회는 내부 발전 과정에 따라 민주적 제도와 자율, 독자적 체제로 옯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역시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국제관계 처리의 중요 원칙은 일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보전,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식, 그리고 유엔 안보리와 리비아 주변국의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치는 3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리바오동(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로비에 떠돌아다니는 말일 뿐"이라며 아직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정식 제안된 바도 없으며 자신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리 대사는 "리비아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하고 정치적 위기는 대화와 같은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안보리와 국제사회는 아랍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 뿐 아니라 터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1일 "(나토의 군사 개입은) 논의될 수도 없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어떤 행동도 유엔의 위임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란도 서방국가의 군사적 개입은 리비아를 서방의 군사기지로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라민 레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은 카다피 세력이 저지른 '비인도적인 폭력'을 비난하면서도 "그렇다고 이것이 외국 군대가 개입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군 관계자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군사작전"

일부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군 관계자들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분명한 '군사행동'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2일 하원 청문회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리비아 방공망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에서 시작된다"며 이 작전을 위해서는 '항공모함 한 대 분량(통상 약 75기)' 이상의 항공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중부군 사령관도 전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리비아 공군의 방어시설을 제거해야 한다며 "이는 단지 비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 이상의 군사 작전이 될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군사작전이라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유엔 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이나 '평화 파괴' 또는 '침략행위'에 대해 안보리가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헌장 41, 42장에 따르면 경제제재를 우선 실행해야 하며, 그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지난달 22일 사설 '리비아인들을 보호할 국제사회의 책임'을 통해 내전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집단 학살이 자행됐던 과거의 사례를 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CSM>은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170만 명이 학살된 1975년의 캄보디아 사태와 1989년 중국의 천안문 사태,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으로 80만 명이 희생된 르완다 사태 등을 꼽으며 만약 조속한 개입이 있었다면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세르비아 경찰에 의해 '인종청소'가 자행된 1994년의 코소보 사태와 2003년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의 갈등으로 20만 명이 희생된 수단 다르푸르 사태도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보리에서도 쉬이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들이 신중론을 펴는 배경에 대해 "국가 주권과 '인도주의적 개입'의 한계에 관련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들 국가들이 유엔의 위임을 강조하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군사행위가 자칫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또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더 복잡한 내전이 된다"면서 혼란스러운 리비아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안해 친미냐 반미냐 하는 시비와 함께 (시민혁명의) '정통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됐던 역사적 전례 역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주장과는 달리 논란의 여지가 있다. 비행금지구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이라크에 설정한 바 있으며 1992~93년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아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해당 국가의 주권 침해 논란과 함께 안보리에서 승인되지 않은 군사행동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등은 안보리 결의에서 '모든 수단이 사용 가능하다'고 규정된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일부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이라크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받아들기를 거부하고 1998년 영국군 전투기에 대공포를 발사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