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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네오콘, 카다피 광기에 '물 만난 듯'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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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네오콘, 카다피 광기에 '물 만난 듯' 활개

리비아인 고통 명분으로 군사적 개입주의 본색 드러내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주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그룹이 리비아 사태를 계기로 물을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오콘들은 지난 25일 오바마 행정부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공개서한을 보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키고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폭력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즉각적인 군사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의 독립 통신사 <인터프레스서비스>(IPS)가 26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10여 명의 인사를 포함해 총 40명의 서한 서명자들은 리비아의 상황에 대해 "도덕적·인도주의적 재앙의 위기에 있다"면서 수많은 외교적·경제적 제재 외에도 군사 행동에 필요한 즉각적인 조치를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정부가 나토에 압력을 넣어 "카다피 정권이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민간인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즉시 나토의 전투기를 배치하는 작전 계획을 세우고 나토의 해군력을 리비아 영해로 이동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서한은 과거 네오콘들의 조직이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를 전신으로 하는 '대외정책이니셔티브'(FPI)가 서명자들을 모은 후 공개됐다. 네오콘의 대부였던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전 세계은행 총재),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토안보부 보좌관,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케이건 등 네오콘의 핵심 인사들이 모조리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의 서한은 상원의 영향력 있는 의원으로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네오콘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존 매케인(공화당)과 조 리버먼(무소속)이 미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 때를 같이 했다. 매케인과 리버먼은 카다피 정권의 항공기를 이용한 반정부 시위대 공격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반군들에게 무기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리비아군이 수도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에서 반정부 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방공포를 조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90년대 '데자뷰'

<IPS>는 이같은 현상을 '데자뷰'(기시감)라고 묘사하며, 1990년대 이른바 '불량 국가' 특히 중동의 불량 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네오콘들의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네오콘들은 미군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쿠웨이트 국경 밖으로만 쫓아내는데 그치자 바그다드로 진군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았다고 아버지 부시 행정부를 비난했다.

그들은 또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북부의 쿠르드족과 남부의 시아파 저항세력에 군사적 탄압을 가하자 아버지 부시 행정부를 압박해 이라크 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관철시켰다. 현재 리비아에 대한 요구 사항과 유사하다.

네오콘들은 또 90년대 중반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유혈사태가 있을 때도 클린턴 당시 행정부에게 군사 행동을 압박했다. 네오콘들의 이같은 행동에는 소위 '인도주의적 개입' 권한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개입주의자) 그룹도 힘을 보탰다.

네오콘들의 목소리가 가장 높았던 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그들은 PNAC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41명이 서명한 공개서한을 부시 행정부에 보냈다. 이 서한에서 네오콘들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란과 시리아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보복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 월포위츠, 엘리엇 에이브럼스 등은 당시 부시 행정부에 속해 있으면서 PNAC의 구상을 실현시켰다.

당시 41명의 서명자들 중 10명이 이번 '리비아 서한'에도 참여했다. 또한 일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들도 역시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의 정책실장을 맡았던 앤 매리 슬로터도 트위터에 "국제사회는 리비아인들의 학살을 좌시할 수 없다"며 미군과 나토군의 코소보 공격을 모델로 군사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력으로 인도주의 위기 해결 어려워"

그러나 네오콘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들의 이같은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통받는 리비아인들을 구출한다는 명분으로 주권 국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제2, 제3의 이라크 전쟁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군사전문가인 앤드류 엑섬은 자신의 블로그에 "자유주의적인 개입주의자들이 아직도 인도주의적 위기와 지역 갈등을 군사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다"며 "말을 그럴듯하지만 무력 사용의 한계와 군사 작전의 복잡성에 대해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미국 외교협회(CFR) 소속 외교정책 전문가인 찰스 쿱찬도 "우리는 지금 재정 위기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적 개입에 대한) 경고음을 들었다"며 "따라서 의회나 국민들은 또 하나의 군사적 개입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카다피 정권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지지하지만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해 군사 행동까지 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아메리카재단'의 스티브 크레몬스는 <IPS>와의 인터뷰에서 "난민이 모이는 국경 지대에 인도주의적 보급품을 공수하는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역시도 아랍연맹이나 아프리카연합의 분명한 동의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네오콘들의 주장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개입과 전쟁을 찬성하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의 군사력이 과도하게 팽창해 있고,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이미 쇠퇴하고 있는 미국의 힘이 더 약해질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 카다피 일가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면서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비롯한 군사적 조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군사적 조치가 주권 개입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을뿐더러, 미국과 유럽연합(EU), 나토 등이 자국민의 소개가 끝나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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