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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에 놀란 사우디 국왕 "40조원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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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에 놀란 사우디 국왕 "40조원 내놓겠다"

<FT> "선심정책은 일시적 진통제 역할일 뿐"

북아프리카에서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 독재정권들을 떨게 하는 민주혁명의 열기에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도 잔뜩 겁을 집어억었다. 3개월간 외국에서 신병 치료를 하던 압둘라 국왕은 귀국하자마자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로열 패밀리 등 특권층을 위해 잔뜩 쌓아두웠던 '오일 달러' 중 일부를 큰 맘 먹고 내놓겠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23일 압둘라 국왕은 서민들의 재정지원을 위해 36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압둘라 국왕은 귀국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이런 조치를 발표해, 사우디의 민심이 상당히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FT>는 이 조치에 대해 "최근 이 지역 일대의 지도자들를 축출하고, 이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옥죄고 있는 민중봉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둘라 국왕이 내놓겠다는 재원은 공무원에게 물가 인상분에 대응하는 15% 임금 인상, 학비와 실업자 지원들에 쓰일 예정이다.

또한 사우디 왕정은 2014년말 경에는 교육과 사회기반시설, 의료 개선을 위해 4000억 달러(약 450조원)를 내놓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쿠웨이트와 같은 입헌군주제는 당장 실현 가능한 목표"

문제는 이렇게 돈으로 민심을 달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상이냐는 점이다. 리비아도 민심이 흉흉해지면 그때그때 오일머니를 풀어 임금을 올려주는 등 선심정책을 써왔지만, 결국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는 민중봉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오일머니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리비아와 사우디의 1인당 GDP도 각각 1만2000달러, 1만4000달러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FT>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 "선심정책은 일정기간 고통을 완화하는 진통제이지, 주택이나 실업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우디는 시위, 정당, 노조가 금지된 보수적 왕정체제다. 사우디의 인권활동가 하산 알-무스타파는 "선심정책은 왕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쿠웨이트와 비슷한 입헌 군주제는 지금 당장 달성하기에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선거로 구성하는 의회와 여성인권 확대, 반부패법 강화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40명의 인권활동가와 언론인 중 한 명이다.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이것뿐이 아니다. 오는 3월 11일을 사우디 전역에서 궐기하는 '분노의 날'로 정하자는 페이스북 캠페인에 수백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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