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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는 '오일쇼크' 예고편, 진짜 위기는 사우디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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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는 '오일쇼크' 예고편, 진짜 위기는 사우디發"

<FT> "안정된 '독재 산유국'이라는 전제는 완전히 틀렸다"

리비아 사태로 두바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기준 원유가격들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비아의 원유생산량이 전세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제3차 오일쇼크'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집트 사태 때도 석유수송로인 수에즈 운하의 폐쇄 가능성 때문에 일시적으로 석유가격이 요동을 쳤지만, 수송량 자체가 미미하다는 점 때문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석유 이권에만 눈독을 들인 독재자 카다피를 비난하는 시위 문구. 카다피는 중동의 산유국 중 처음으로 반정부 시위로 실각할 위기에 몰렸다. ⓒ로이터=뉴시스
리비아 사태, 산유국 독재자의 앞날 예고

하지만 리비아 사태가 석유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이집트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집트는 산유국이 아닌 반면 리비아는 산유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일 쇼크' 가능성 논란과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리비아는 예고편이라면, 진정한 위기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때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된다.

리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국 중 9위이지만, 지난해 하루 평균 생산량은 163만2000배럴로 세계 18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우디는 일일 생산량이 830만 배럴에 달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따라서 사우디의 생산이 감소하는 상황은 국제원유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와 이웃한 바레인 등 주변 일대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우디의 정정불안 가능성도 증가했다. 또한 리비아의 생산 중단에 이어 알제리의 생산 중단이 잇따르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리비아의 상황을 보면 사우디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그동안 서방의 전문가들은 리비아 같은 중동의 산유국들은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덜 받을 곳으로 분류했다. 오일머니가 국민들의 주머니에도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4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하고 있지만, 민심의 불만이 고조되면 임금을 올려주는 등 오일머니로 민심을 달래왔다. 리비아의 1인당 GDP는 1만2000달러 정도인데, 오일머니가 56%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리비아 국민들은 이제는 돈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정학적 위기와 투기 겹친 석유가격 급등 우려

그렇다면 역시 리비아보다 1인당 GDP가 조금 더 많은 1만4000달러인 사우디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같은 산유국이라도 리비아와 사우디는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FT>는 "리비아 사태는 중동의 산유국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시장의 패닉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IEA가 시장가격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08년 원유가격이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을 때 IEA는 무력했다.

당시 가격 상승은 지금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아니라 수요 증가, 특히 중국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 최대 요인이었다. 이번에는 지정학적 위기를 틈탄 투기바람도 불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FT>는 "G20 등 국제회의의 의제로, 심각한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특별한 규제를 발동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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