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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민주화 사각지대' 사우디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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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민주화 사각지대' 사우디도 흔들리나

<분석> "바레인 상황, 티핑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민주화' 열기가 아무리 거세도 이 나라만큼은 마치 차단벽을 두른듯 무풍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중동 전문가들이 전망해온 왕정국가다. 또한 사우디는 중동에서 이슬람 수니파 아랍국의 맹주이자,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개념조차 거의 없는 '깡보수'의 나라로 꼽힌다.

사우디가 민주화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최대 근거는 '오일머니'와 '미국의 지원'이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며 미국과는 에너지와 중동의 외교안보 등에서 '혈연관계'라고 할 정도의 친미정권이다. 또한 전제 왕정이라도 오일머니의 혜택을 어느 정도는 서민들에게까지 뿌려 왕정에 대한 반감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 지난해 12월 사망설까지 나돌자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 모습을 드러낸 압둘라 사우디 국왕. ⓒ로이터=뉴시스
"사우디, 미국의 흔들리는 태도에 우려 증폭"

하지만 20일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료와 외교관들을 소식통으로 인용해 "중동 전역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중봉기가 확산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자들이 점점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신문은 "중동의 종교적. 정치적 보수주의의 보루인 이 나라는 미국도 더 이상 신뢰할 만한 지원자가 아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동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민주화 운동에 훨씬 덜 취약하다. 풍부한 석유자원과 강력한 종교적 지배체제, 왕의 인기 등이 그 비결이다.

하지만 보다 세속화되었지만 역시 수니파의 맹주국으로 불리는 이집트에서 최근 벌어진 사태는 사우디 통치자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왕정이나 다름없는 독재를 30년 동안 지속해온 호스니 무바라크가 민중봉기로 인해 하루아침에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요르단에서 이라크, 바레인을 거쳐 예멘에 이르기까지 사우디의 주변 국가는 모두 민주화 요구를 하는 반정부 시위 물결에 휩싸인 상태다.

사우디, 바레인 상황 전개에 촉각

특히 사우디는 바레인과 예멘의 사태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사우디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이후 '사우디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아파의 맹주' 이란의 세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바레인 등 중동 수니파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 배후에는 시아파 주민들을 지원하는 이란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란과의 대리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우디는 중동의 기존 질서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이란과 이란의 동맹국인 시리아와 헤즈볼라에게 이득이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우디에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입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집트 사태를 계기로 이런 우려는 더욱 고조됐다. 사우디에서는 무바라크가 권좌를 유지하다가 보다 '명예로운' 퇴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소한 두 번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의사를 거듭 전달했으나, 의견 대립이 첨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범아랍 언론들의 보도 논조도 사우디 통치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이들 언론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비폭력 운동을 수많은 논설을 통해 환영하는 등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중봉기를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사우디 통치자들은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를 더욱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 바레인의 시아파 주민들이 사우디의 시아파들과 연대하고 그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가능성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레인에서 반정부 세력은 주로 시아파 주민들이다. 또한 바레인은 사우디의 주요 유전지대가 있는 동부지방과 가까운데, 이곳에는 사우디로부터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이 큰 시아파들이 거주하고 있다.

한 아랍 외교관은 "바레인의 민중봉기는 사우디 동부지방의 시아파에게 용기를 북돋을 수 있고, 사우디 전역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위 불가'사우디에도 산발적 시위 일어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에서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중봉기가 발생할 조건들은 갖고 있다. 독재, 부패, 높은 실업률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일머니가 완충작용을 하고, 문화적으로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우디와 바레인 정부는 어떠한 반정부 시위도 이란이나 이란이 조종하는 시아파 주민들의 소행으로 몰아부칠 수 있다.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가 깊은 이 지역에서 종파적 대립을 강조하는 비난전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사우디의 반정부 시위대는 오는 3월 11일 주요 도시들에서 동시에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한 상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위력적인 시위가 벌어질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의 전제 왕정에 비판적이고, 그 자신이 시아파인 중동전문가 알리 알-아흐메드는 "사우디 국민은 국왕이 상황을 잘 수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압둘라 국왕이 올해 87세로 노쇄한 점도 변수다. 그는 최근 석달 동안 미국과 모로코 등지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병세가 깊은데, 이번 주에 귀국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바레인 사태에 대해 어떤 외교적 입장을 취하느냐다. 한 아랍 외교관은 "사우디는 미국에게 이란과 맞서는 중동에서 가장 비중있는 동맹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바레인의 수니파 왕정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우디는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며, 1945년 이후 사우디 정책의 축이었던 미국과의 관계에 유례없는 균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내부에서도 아직은 반정부 시위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위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체제라는 점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다, 그리고 지난 17일 시아파 주민이 많이 사는 아와미야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소규모 시위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전문가인 레이철 브론슨은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산주의가 됐든, 이란이 됐든 항상 주변의 영향력에 봉쇄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바레인의 상황은 이런 공포감이 사우디를 정말로 뒤흔들 수 있는 전복점(티핑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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