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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문제에 닥친 먹구름, 남북이 힘 합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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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문제에 닥친 먹구름, 남북이 힘 합쳐야 할 때

[한반도 브리핑] 식량안보 '새옹지마'될지 누가 아나

설 연휴 동안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와 같이 영화 <투모로우>를 보았다. 지구 온난화로 제2의 빙하기를 맞는 지구를 보여주는 재난영화이었다. 영화의 원래 제목 'The Day after'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내일 그 다음날'인데 여기서 내일이란 빙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을 뜻한다. 결국 빙하기라는 인류를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해도 인류에는 그 다음날이 존재하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이다.

그러나 재해가 발생한 후와 발생하기 전의 '희망'은 전혀 다른 맥락(context)에서 주어진다. 빙하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과 북미대륙에서 발생한 이재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이 지도자들이 유엔에 모여 긴급한 회담을 갖는다. 이어 멕시코와 같은 후진국들이 모여 있는 남쪽으로 이동하기를 남쪽에 위치한 국가들에게 요청하고. 이를 남쪽의 국가들이 받아들이면서 북쪽 선진국에 있는 난민들이 남쪽 후진국으로 탈출하기 시작한다.

7년 전에 개봉된 불록버스터 영화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보다 풍요로운 삶을 찾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 오는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해 미국이 설치해 놓은 국경의 콘크리트 장벽과 철책선이 재난이 닥쳐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으려는 미국인들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은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러나 요즘 나타나는 환경파괴에 의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다른 여러 심각한 변화는 21세기가 과연 20세기 보다 더욱 물질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한반도에도 애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기후변화 때문에 가장 심각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식량이다. 미국은 벌써 여러 해 동안 냉해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은 곳은 중부와 동부 지역이다. 중부는 미국의 곡창지대인데 기후변화로 옥수수와 같은 작물의 피해가 날로 커져가는 상황이다. 또 다른 곡창지대이며 미국 최대의 농산물 수출지대인 서부는 지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물 공급 제한을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폭염을 겪었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러시아의 곡창지대인 중앙아시아 900만 헥타르에 이르는 지역에 집중되었다. 러시아는 세계 4위의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폭염과 가뭄은 유럽의 곡물시장과 국제 곡물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호주도 퀸즐랜드 지역에 독일과 프랑스의 넓이를 합친 면적이 수해를 당해 농산물 수출에 큰 차질을 빗고 있으며, 캐나다 역시 비가 적기에 오지 않아 수출량에 차질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비정부기구인 '세계생태기금'(UEF)은 지난 1월 18일 '기후변화가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2020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0년엔 전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굴주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석유 고갈에 따른 농작물 가격의 폭등이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고갈에 대비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바이오 연료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작물(옥수수와 팜 등)은 그 자체가 우리의 식량이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식용 농작물을 경작해야 할 농경지가 필요하다. 결국 바이오 연료의 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식량이나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곡물이나 그런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농경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대문에 발생하는 것이 바로 2008년부터 가시화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가격 폭등에 의해 시작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단순히 우리의 식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옥수수를 비롯한 많은 양의 곡물들이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곡물 가격의 상승은 육류와 유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농산물의 가격 폭등은 결국 모든 공산품과 공공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국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출 물량의 축소와 제한, 식량기지의 사전 확보 등 식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서 기근이란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 버린 단어로 취급 받는다.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 게 아니라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생기는 비만 문제가 뉴스의 단골 메뉴이며 비만 관련 시장 규모는 4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51.4%, 곡물자급률은 26.7%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된 식량인 곡물의 자급률인데, 결국 한국의 현실적인 식량자급률은 약 27% 되지 않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급률 95.8% 기록하고 있는 쌀을 제외하면 밀·옥수수·두류의 자급률은 2009년 현재 각각 0.5%, 1.0%, 8.4% 불과하고, 이로 인해 2009년에는 전년 대비 120만 톤 증가한 1500만 톤의 양곡이 수입되었다. 이는 세계 곡물수입국 5위권의 규모이다.

따라서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국내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상승분이 국내 관련 상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되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기후변화와 석유고갈이 지속되고 악화됨을 고려할 때 식량 문제는 한국에게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곧 닥칠 수도 있는 문제다.
▲ 북한 수해 지원용 쌀 적재 장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북한 식량 사정, 당장은 부족하지만 자급률은 높아

북한의 사정은 어떨까?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만성적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은 앞으로 닥칠 수도 한국의 식량난과 성격이 다르다. 유엔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8년도 북한은 쌀 286만 톤, 감자 152만 톤, 옥수수 141만 톤, 고구마 38만 톤, 콩 30만 톤을 생산해 북한의 총 곡물생산량은 647만 톤이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권장하는 최소 하루 칼로리 총량은 2200칼로리이며 이것을 곡물 섭취로 환산하면 약 615그램이다. 2008년 북한의 인구는 2405만1218명이니, WHO 권장량으로 기준으로 식량 자급에 필요한 곡물은 약 540만 톤(0.615kg×365일×2400백만명)이 된다. 이런 단순한 계산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곡물자급을 충분히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이 일정량의 식량을 비축하고 FAO 통계에도 어느 정도 오류가 있다는 걸 감안해 약 25% 체감하면, 배분된 곡물의 양은 485만 톤 정도이다. 그러므로 2008년도 북한은 약 50~60만 톤가량의 식량이 부족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추정치는 2008년 세계식량계획(WFP)이 타 국제기관과 함께 북한 당국의 협조를 얻어 북한에서 현지조사를 통해 얻은 조사 결과(북한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 량은 약 69만 톤)와 비슷한 수치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북한은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으나 식량의 약 85% 정도를 자급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은 부족한 70% 이상을 외부에서 구입할 경제적 구매력이 있는 데 반해 북한은 부족한 15% 보충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이 늘 한국에, 그리고 최근에는 적성국가에까지 식량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북한 곡물 생산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은 식량난이 나기 전과 비교해 옥수수의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대신 감자의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옥수수 재배 면적이 준 반면 감자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으며 감자가 산악과 구릉 지대에서 잘 자라고 산악과 구릉이 압도적으로 많은 북한 지형(국토의 약 85%)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감자 재배는 더욱 늘어 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에서 감자 위주로의 식생활로 바뀔 수 있다면(식생활과 같은 문화를 바꾸기는 무척 어렵지만) 북한의 식량 사정은 크게 개선될 것이며 식량자급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이 가속화 된다면 식량은 안보와 직결될 것이다. 한국은 식량안보에 매우 취약한 국가이며 아직 뚜렷한 대안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까지 한국은 북한에 식량은 지원해 주고 있지만 영화 <투모로우>와 같이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이 바뀌는 '새옹지마'와 같은 상황이 남북간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며 오랜 기간 동안 운명공동체였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 불리며 한민족을 품고 양육해왔다. 남과 북이 통일된 다는 것은 한민족으로서의 결합이며 다시 운명공동체로서 거듭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의 가속화, 그에 다른 식량 문제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업보이다. 한반도에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원래 한민족인 남과 북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 협력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한다는 것은 단지 가난한 나라에 식량을 나누어 것만이 아니다. 한민족으로서의 신뢰를 쌓는 일이며, 민족화해의 밑거름을 주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남북간의 '새옹지마'와 같은 상황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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