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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의 봄'?…권력 장악한 軍,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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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의 봄'?…권력 장악한 軍, 과연…

'무바라크 체제 = 군 기득권 체제' 등식 탄탄

이집트 군부가 '진실의 순간'을 맞고 있다. 군부는 과연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실현시키는 수호신이 될 것인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부가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집트의 근본적인 변혁이란 달리 말해 군부가 60년간 구축해온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 최고위 '직접 통치 안하겠다'고 했지만…

무바라크의 사임으로 국정 운영 권한을 쥔 군 최고위원회 대변인은 12일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고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이어 군 최고위는 새로운 민간 정부 선출을 위한 평화적 권력 이양 과정을 관장할 것이라면서, 직접 통치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군부는 또 야간 통행금지 단축, 타흐리르 광장 통제 완화, 무바라크 정권의 과오에 대한 조사 준비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군 최고위는 이어 "이집트가 국제사회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며 1979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 13일 오전 이집트 카이로 타르히르 광장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둘러싸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집트 개혁은 곧 군부와의 투쟁

이같은 발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군부가 민주주의로의 이행이라는 시위대의 최종 목적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미 해군대학의 중동 전문가인 로버트 스프링보그 교수는 미 공영방송 <NPR>에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이집트 군부는 진실의 순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국의 향배와 관련해서는 △민주적 헌법이 언제 탄생할 것인가? △무바라크 추종자들이 장악한 의회는 해산될 것인가? △9월 대선은 그대로 치러질 것인가? 날짜가 조정될 것인가? △야권 지도자들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게 될 것인가?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코넬대의 데이비드 페이텔 교수는 <NPR>에 "군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로 들끓었던 지난 18일간 군부는 시위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과 함께 탱크 옆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시위대들에게 물병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은 그들을 "인민의 군대"라고 부르며 무바라크를 축출하는 쿠데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가 진정한 민간 정부를 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미 텍사스 주립대(오스틴) 제이슨 브라운리 교수는 말했다. 그는 <NPR>에 "나는 군부가 권력의 뒤로 물러설 것이라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그들의 메시지는 '시위대의 말에 따라 움직였으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페이텔 교수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집트의 현 체제를 지키고 있고, 군산복합체도 있다"며 "자신들의 후견 체제가 도전받는 것을 지켜만 볼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군대학의 스프링보그는 지난 수십년간 하나로 뭉쳐 대통령을 지원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거의 하지 않았던 군부는 앞으로 민간 권력과 맞서 싸우려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광업까지 손 뻗친 군부

10일 밤만 해도 퇴진 불사를 외쳤던 무바라크가 24시간도 못돼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군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군부가 무바라크에게 '자발적으로 퇴진하지 않으면 강제로 내쫓길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12일 보도했다. 그러나 과거 무바라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군 최고지휘관들이 무바라크에 등을 돌린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었다고 <NPR>은 분석했다.

군부는 이집트 특유의 민-관 결탁 체제 속에서 건설업, 자동차 조립업, 심지어 관광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스프링보그 교수는 시위대의 부패 척결 요구에 따라 무바라크 체제의 죄상을 조사하는 것은 곧 군사 경제를 겨냥하는 것이라며 군 지휘자들이 그런 조사를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을 관장하겠다는 군 최고위의 약속도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무바라크 퇴진이라는 단일 구호에 동의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도 개헌 문제에는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런 상황에서 군부가 자신들의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스프링보그 교수는 헌법의 근본적인 개정은 군부의 목표일 수 없다면서,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을 몰아주고 있는 헌법을 바꾸는 것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는 현행 헌법 하에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한에 도전하지 않는 대통령 후보가 나온다면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 군부와 미국의 긴밀한 관계도 변혁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군은 연간 13억 달러 이상 되는 미국의 군사 원조를 계속 받기 위해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깰 수 없다. 미국은 '아랍·중동권의 안정'을 명분으로 이집트 군부의 기득권 체제를 앞으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이 군사 원조의 지속을 약속하는 대신 형식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군부에 요구하면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있다.

이같은 현실로 볼 때 이집트 민주화의 험난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밖에 없다. 시위에 참가했다가 군인들에게 끌려가 구타와 고문 등 고초를 겪은 이집트의 작가 라미 살레(33)는 12일 <매클래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체제는 변하지 않는다. 모든 정부 기관들은 밀착되어 있다. 그들은 하나의 폭력 집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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