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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차기 대선 불출마"…즉각 퇴진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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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차기 대선 불출마"…즉각 퇴진은 거부

美와 조율 거친 결정인 듯…미국 개입 본격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1일 오는 9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대선 전까지 남은 임기를 수행할 것이라며 반정부 시위대의 즉각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카이로 시내에서 '100만인 시위'가 진행된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최근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나는 6선에 도전할 의도가 없었다"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야권 인사의 대통령 선거 출마 규정을 완화하고 현재 6년으로 돼 있는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는 등 개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무바라크는 대선 전까지 남은 임기 동안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결정이 현재 벌어지는 시위와는 상관없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무바라크는 지금껏 이집트를 지키고 이집트에서 살아왔으며, 이집트에서 숨을 거둘 것이라며 망명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일 TV 연설을 통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무바라크의 이같은 결정은 미국과의 조율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이날 미 정부의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이집트에 파견된 프랭크 위즈너 전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가 무바라크에게 '미국은 무바라크의 대통령직이 끝났다'고 보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대선에는 다시 나서지 말고 선거를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로의 '질서 있는 이행'을 준비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당국자에 따르면, 위즈너 전 대사는 무바라크와의 대화에서 "무바라크의 대통령직이 끝나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미국의 시각임을 분명히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에 따르면 위즈너 전 대사는 무바라크가 오는 9월로 예정된 대선에 다시 나서서는 안 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도 전달했다. 위즈너 전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요청으로 이집트에 파견되어 있다.

미국은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접촉하는 등 '질서있는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관여에 착수했다. 마거릿 스코비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정부 정치세력으로부터 대정부 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엘바라데이를 면담했다.

미 정부가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을 만난 것은 지난주 이집트 민주화 시위 발발 이후 처음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포스트 무바라크'에 대한 관여를 본격화하고 있는 신호로 풀이된다.

오바마 '즉각 퇴진' 요구 여부는 모호

무바라크의 TV 연설 2시간 뒤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TV 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과 30분간 통화를 가졌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민주주의로의 질서있는 이행이 의미 있고 평화적이어야만 하며, 지금 당장 시작돼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도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지속될 수 없으며 변화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가 대선 때까지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결정이 민주주의의 이행을 즉각 시작해야만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상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의 국민, 특히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치는 말로 풀이됐다. 이처럼 '즉각 퇴진'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미국은 향후 시위 분위기, 군부의 생각, 엘바라데이 전 총장과의 면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대응 수위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바라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시위 열기를 식히기 어려워 보인다. 카이로 중심가 타흐리르(자유) 광장에서 대형 TV로 무바라크의 연설을 지켜보던 시위대는 대선 불출마와 개헌 약속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그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연설이 끝난 후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표시로 머리 위로 신발을 벗어 흔들고 야유를 보내며 "떠나라, 떠나라" "그가 떠날 때까지 우리도 떠나지 않는다"고 외쳤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도 <알아라비아> 방송에 출연해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미 정통성을 잃었다며 시민들은 그가 떠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엘바라데이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앞서 그에게 4일까지 사임할 것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일 현재까지 시위 과정에서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온 세계가 무바라크 대통령과 새로 구성된 정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시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집트 국민들은 기초적 권리를 박탈하고, 고문을 비롯한 광범위한 가혹 행위를 자행하는 현 체제에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고위관계자가 특정 국가의 체제에 직설적 어조로 변화를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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