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상황에서 누가 권력을 잡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이집트 국민들이 표현하는 합법적인 요구와 불만들에 어떻게 답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가 "민주주의로의 평화로운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뉴시스 |
클린턴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 국민의 평화로운 시위에 대해 정부는 명료한 방법으로 답을 해야 하며, 이집트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가져올 '국민적 대화'(national dialogue)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진짜 민주주의"라며 "6개월 또는 1년 정도 밖에 지탱하지 못해 결국에는 군사독재로 귀결되는 민주주의나, 민주주의로 불리긴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이란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그런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또 그는 이집트 군의 역할과 관련해 이집트의 상황이 "복잡하고 매우 어렵다"며 "이집트 군은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보장해야 하는 한편 약탈과 범죄로부터도 도시를 보호해야 하는 어려운(delicate) 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이 시민들의 평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부통령과 총리를 새로 임명한 것이 이집트의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조치였는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29일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으로, 아흐메드 샤피크(70) 전 항공부 장관을 총리로 지명했다. 술레이만과 샤피크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다.
클린턴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뿐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며 "개혁을 위한 명백한 조치들이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집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그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군부가 이처럼 '질서있는 민주주의로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은 우선 이집트에 이란과 같은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군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군이 사태 해결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주문한 것으로도 읽힌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말은 좀더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촉구한 것이지만 그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주장과는 여전히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이 30일 밤(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
엘바라데이, 가택연금 불구 광장서 대중 연설
한편 이날로 시위 6일째를 맞은 이집트에서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아랍어로 '자유'라는 뜻) 광장에서 대중 연설을 갖고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엘바라데이는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며 "여러분이 혁명의 주인이며 미래"라고 말했다.
이집트 야당 진영은 민주화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귀국한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정부와 교섭을 맡는 것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최대 야당 단체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간부가 밝혔다.
이날 정부의 통행금지령에도 1만 명 규모의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미국 <AP> 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 28일 카이로 등 주요 3개 도시에 야간 통금령을 내리고 이어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29일부터는 통금 시간도 오후 6시~익일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아침 8시까지로 연장했다.
시위로 인한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화요일부터 30일 현재까지 사망자는 15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전투기가 카이로 시내 상공을 선회하며 시위대에게 불안감을 안겨 주기도 했고 한때 군에 질서 유지를 맡겼던 경찰도 다시 카이로 시내로 복귀했다. 인터넷 서비스도 사흘째 중단됐고 휴대전화 서비스는 일부 정상화됐으나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여전히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AP>는 전했다.
"이집트 군도 신임 부통령도 '무바라크 퇴진해야'"
한편 이날 영국 일간지 <타임스>의 일요일판 <선데이타임스>는 익명의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술레이만 신임 부통령 지명자와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사태 해결을 위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퇴진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점잖게' 물러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 제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굉장히 완고하고, 30년 장기집권을 끝낼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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