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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제로 시대, 평화 없으면 복지도 없다"

[한반도 브리핑] 진보·개혁진영의 평화전략을 고민해야

무너진 것이 어디 구제역뿐인가? 무능한 것이 어디 소통뿐이겠는가? 남북관계도 동북아 정세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다시 한반도 정세가 안정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이명박 정부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이대로 2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시대의 과제가 어디 복지뿐인가? 평화가 중요하다. 평화를 위한 연대가 필요하며, 진보개혁 진영의 평화전략을 고민할 때다.

'G-제로' 시대, 불확실한 세계질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또 새해가 밝아 왔다. 없는 기대도 생겨날 만한데, 혹시나가 역시나로 될 듯하다. 한반도 상황을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대화를 말하지만 조건이 잔뜩 달아 놓았다. 무엇을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부처마다 말이 다를 수밖에 없고, 말의 신뢰가 사라진 것은 당연하다. 한반도 정세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방향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한국은 이제 협상을 성공시키지는 못해도, 협상을 깨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이란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남북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이 매우 중요한 변수다. 동시에 한국은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에서 중요한 경제적 기여를 해야 할 국가이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근본주의를 고수하는 한, 6자회담이 열려도 협상은 진전되기 어렵다.

불확실한 것이 어디 이명박 정부뿐인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도 불투명하다. 이집트 사태가 오바마 외교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에서 불타오르는 북아프리카 시민 혁명은 어쩌면 세계질서를 바꿀 수 있다.

이미 탈냉전 이후 형성된 미국의 단극체제는 무너졌다. 중국의 부상으로 'G-2 시대'라는 표현이 등장했지만, 세계질서는 서서히 'G-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국제경제나 국제정치의 주요 현안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주도하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G-0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는데.

이집트는 지정학적으로 보나, 전략적으로 보나, 요충지다. 민주주의의 불꽃이 중동의 왕조국가로 옮겨 붙는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친미 독재국가들이 무너지면, 미국의 중동 전략은 심각한 전환기에 직면한다. 이 과정에서 불거질 자원 민족주의적 경향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에 중대한 도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미 왕정 체제는 온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개입 명분이었던 민주주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중동 질서가 미국이 원했던 상황과 멀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질서의 변화다. 이미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를 통해 미국 외교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서 중동 질서의 지각변동은 조정하기 벅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나마 최근 관심이 높아진 북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다시 뒤로 밀릴 수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 관계에서 '부정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 연평도 사태는 잘못된 대북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을 비극적으로 보여줬다. 외교는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니지만, 잘못된 이념과 무능한 정책이 생존의 위협이 된다면 달라진다. ⓒ프레시안 최형락

진보개혁 진영의 평화 전략은 무엇인가?

한반도 정세는 진전이 없으면 후퇴한다. 작년에 전쟁의 공포를 경험하면서, 이것이 바닥일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맞다. 작년이 최악이었다. 거기서 한 발짝만 더 가면, 아무도 원치 않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파국이다.

그러나 아는가? 남북관계는 러닝머신과 같다.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뛰어야 한다. 멈추면 넘어진다. 대화 국면이 조성되고 있지만, 의지가 없으면 성과도 없다. 제발 별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이명박 정부의 임기 4년차를 보내야 하는가?

평화가 이 시대의 '키워드'다. 이제 정치의 계절이 오면, '평화'는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교는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이념과 무능한 정책이 생존의 위협이 된다면, 달라진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북핵 문제는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고, 남북관계에서의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진보개혁 진영이 평화 전략을 준비하고, 다듬어서 내놓아야 한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첫째, 동북아 지역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한반도 정세 악화가 동북아의 신냉전으로 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군사는 미국에 매달리면서,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모순적 동북아 정책으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유지할 수 없다. 한미동맹은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위상과 역할은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동시에 노무현 정부에서 제기했던 '동북아 균형자론'을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냉전시대의 잔재인 '진영 외교'가 아니라, 탈냉전적인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한국이 주도하면서, 6자회담이 항구적인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변 강대국들에 운명을 맡기는 망국의 외교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능동의 외교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대북정책에서 햇볕정책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햇볕정책'은 정확히 말해 정책이 아니라 철학이요, 접근법이다. '접촉을 통한 변화'가 핵심이다. 그 반대는 북한 붕괴론이다. 접촉을 중단하고, 붕괴를 바라는 접근법이다. 그래서 철학과 접근법으로서의 햇볕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세부적으로 공존정책과 공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에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진행중이었던 사업들이 적지 않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들이 과거의 단순한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지나간 정책은 공과가 있다. 잘된 점은 지속해야 하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성찰을 통해 더욱 설득력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세계적 차원에서 한국 외교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앞서 강조했지만 세계 질서가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브라질, 인도와 같은 신흥 강대국들이 등장하고, 패권의 그늘에 가리어져 있던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독자적인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엔 외교에서 한국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며,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적 위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국격'을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국격'인가 하는 점이다. 동남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나 국내에서 서서히 쟁점이 되고 있는 '공격적 인종주의'는 바꿔야 한다. 김구 선생의 소망처럼 '아름다운 문화 강국', 혹은 평화 애호국가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하드파워'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외교력은 '소프트 파워'가 강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 대선의 쟁점이 될 평화전략

서해 평화정착처럼 당면한 현안들이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비전이고 전략이다. 진보개혁 진영의 외교 전략은 한반도 차원, 동북아 차원, 그리고 세계적 차원을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이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세 차원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시대'라는 국정 담론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전략의 연결고리를 고민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이제 이 구상을 더욱 구체화하고, 한 번도 상상력의 날개를 펴보지 못한 세계적 차원의 한국 외교를 상상해야 한다.

평화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보수 경쟁'에 매달려 '냉전 반공주의'를 향한 일종의 '퇴행 경쟁'을 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평화 전략'이 가장 확실한 차별 쟁점이다. 진보개혁 진영이 한반도에서 동북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을 보여줘야 한다. 분단국가에서 평화만큼 소중한 가치가 있겠는가? 평화는 복지를 포함해서 한국의 주요한 쟁점들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평화만큼 소중한 복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집 떠나 본 자는 알지. 돌아오는 저녁 이층집 불빛의 따스함을" 그런 시가 있다. 전쟁의 그림자를 보았기에 평화가 더욱 소중해졌다. 이제 평화의 그림을 함께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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