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독재정권을 축출한 민중봉기도 그 이면에는 심각한 식량난이 도사리고 있다. 튀니지의 민주혁명을 촉발한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청년의 분신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점에 대한 가혹한 단속에 항의하면서 일어났고 많은 주민들이 이 사건에 공분하면서 폭동으로 번졌다.
이와 관련, 에너지와 자원의 고갈 문제를 안보문제와 연결지어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저명한 국제안보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는 최근 '위험하게 살아갈 해(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라는 글을 통해, 곡물 등 원자재 가격과 빈번해지는 기후이변이 글로벌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올해 이후는 자원 문제로 사회적 격변이 본격적으로 분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지구촌에 '자원폭동(Resource Revolt)'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같은 추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식량 및 석유 등 에너지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반면 지구라는 행성에 묻혀있는 자원들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여기에 투기꾼의 투기까지 겹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 지난 14일 튀니지 주민들이 독재자 벤 알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수십년간 독재에 시달리던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배경에는 정치적인 이유뿐 아니라, 최근 식품가격 폭등이 있다. ⓒAP=연합 |
불안정한 한 해에 대비하라. 지금부터 가격 상승, 강력한 폭풍우, 극심한 가뭄과 홍수, 그리고 그밖의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지구촌을 강타해 혼란과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간단한 사실부터 시작하자. 기초식품 가격들은 이미, (폭등하는 식량 가격 때문에) 전 세계 수십개 나라에서 심각한 폭동이 일어났던 2008년 고점에 근접하거나 넘어섰다. 식품과 에너지 전문가들이 2011년은 살아가기에 매우 위험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2년, 2013년과 그 이후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의지하는 곡물들의 가격이, 석유 가격처럼 2008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약한 경제회복의 싹이 순식간에 무너질 위험에 처해있다는 경고들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지구촌에 가득한 불만에 또다른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충격적 수준의 청년실업사태와 독재정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억압적인 정부에 대한 반발 등과 결합해 식품가격은 알제리의 폭동, 튀니지에서의 민중봉기를 촉발시켰다. 튀니지에서는 장기독재를 해온 지네 알-아비디네 벤 알리와 부패한 그의 일족들이 축출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 나라에서 명백히 분출된 사회적 갈등은 중동 전역에 존재하고 있다. 다음 차례는 어디에서 터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식품가격이 계속 오르는 등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어 사회적 격변사태가 속출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들은 우리의 주목을 끄는 최초의 자원 폭동이 되겠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지구촌의 소비 행태는 지구에 존재하는 천연자원의 한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인구는 여전히 증가추세에 있고, 브라질에서부터 인도, 터키를 거쳐 중국에 이르기까지 신흥강국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보다 미국적인 생활방식을 누리려 하고 있다. 그러니 기초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많은 품목들에서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시에 에너지에 대한 무절제한 사용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공급에 대한 제약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또한 투기꾼들은 이런 상황이 점점 악화될 것으로 보고 도박을 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보면 앞날은 갈수록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곡물 없는 곡창지대
우선 상품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변동이 심한 식품을 살펴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8년 10월부터 식품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례적인 경우였다. 2010년 12월 UN 식량농업기구(FAO)가 작성한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2008년 봄 때보다 1포인트 높은 215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02~2004년 평균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주요 식량가격들로 산출한다.
이미 설탕, 식용유, 버터를 포함한 식품가격은 (가격이 폭등했던) 2008년 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낙농제품, 쌀, 밀 등 다른 식품들은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 식품 전문가들은 향후 몇 개월 내에 주요 식품 가격은 2008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세계의 빈곤 주민들에게 극심한 곤경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FAO의 이코노미스트 압돌레자 압바시안은 "현재 식품가격 수준이 매우 높다"면서 "예전에도 이런 수준은 전세계에 온갖 문제와 폭동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압바시안과 그의 동료들은 특히 옥수수, 쌀, 그리고 밀 등 많은 빈곤 국가들에서 수십억 명의 주민들이 주식으로 삼는 주요 곡물들의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2010년 말 국제 옥수수와 밀 가격은 이미 2008년 최고 수준(톤당 각각 260달러와 34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곡물가격 상승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수요 증가, 그리고 수많은 기후 관련 천재지변와 투기 등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은 극심한 가뭄과 산불이 발생해 대대적인 피해를 입었다. 인도의 홍수와 파키스탄 면적 20%를 휩쓴 대홍수는 이들 나라의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주었다. 동시에 이례적인 고온과 혹한의 날씨가 다른 주요 곡창지역들의 생산을 압박했다.
오늘날 미래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극도의 기후변동이 그 정도와 빈도가 갈수록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주만 보더라도 이런 사건들이 심각한 공급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주에 유례없는 폭우와 홍수가 닥쳐 캘리포니아 두 배 면적이 침수되고, 밀 재배가 중대한 타격을 받은 사태는 이런 우려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 중서부와 아르헨티나의 이례적으로 건조한 날씨는 앞으로 곡물과 옥수수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것을 시사한다.
올해 곡물과 옥수수 수확이 어느 정도 될지 예측하기에는 이르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관변 분석가와 정부 관료들은 극단의 날씨가 빈발하는 것을 지구온난화 탓으로 보는 견해를 기피한다.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대양 수온 변동이 잦은 호주 같은 곳에서는 강우량이 크게 변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처럼 중대한 문제에 책임질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기후변화 이론은 온난화에 따라 폭풍우의 빈도와 정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예측해 왔다. 2010년은 2005년과 함께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고, 역사상 가장 더웠던 10개 연도 중 9개가 지난 10년간에 속한다.
호주의 홍수와 함께 최근 사태들을 보면, 지구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 튀니지에서 민주혁명이 일어난 이후 인근국가들로 시위의 물결이 번져가고 있다. 튀니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제리 주민들도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알제리도 튀니지처럼 독재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에너지 위기 재래
식품가격 급등은 투기뿐 아니라 석유가격 상승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자 일부 투자자들은 식량 선물(금과 은에 대한 투기와 함께)을 투기적 헤지상품으로 선택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동시에 석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고 잇다. 이런 가격 상승으로 농부가 인간의 식량 소비 대신,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 생산을 위해 옥수수를 재배해야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세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요 곡물을 위한 재배지가 감소하게 된다.
식품을 위한 옥수수 재배가 에탄올 생산을 위한 재배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석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따라서 올해 더 많은 옥수수가 생산된다고 해도 식품용 옥수수는 감소할 것이고, 그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석유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분석가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11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8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새해 들어 이미 배럴당 9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올해가 끝나기 전에 석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티 비롤은 "석유가격은 글로벌 경제에 위협이 되는 수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석유 수입 비용이 경제회복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과 마찬가지로 석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투기의 산물이다. IEA의 최신 추정에 따르면, 2011년 세계 석유소비는 일일 평균 8740만 배럴로, 2010년 1분기보다 약 2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추가 수요는 대부분은 중국과 미국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중국은 중산층이 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그동안 위축됐던 소비자들이 점차 2008년 이전 수준으로 자가용 운전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석유산업계는 기존의 많은 유전에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증산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일 생산량을 200만 배럴 증가시키는 것도 매우 힘들 정도다(그리고 향후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멕시코만 심해와 알래스카 연안의 석유 개발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BP 재앙이 터지면서 이런 기대는 물건너갔다. 최근 몇년간 성과를 보였던 멕시코와 북해의 생산량은 급감 추세에 직면했고, 중동의 산유국들을 포함한 주요 생산지들은 가동중인 유전에서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많은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미 지구촌의 원유 생산량이 지속가능한 일일 최대 생산량에 도달한 뒤 장기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하락세가 시작되는 '피크 오일'에 도달해 있거나, 조만간 도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 많은 생산량이 아직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느냐와 별개로 석유산업계는 현재 수준보다 많은 생산을 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탐욕스러운 수요와 함께 이런 상황은 가격을 치솟게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투기꾼들은 보기 드문 확실한 도박판으로 석유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 투기꾼들은 지난 2008년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47달러로 치솟는 데 한몫을 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가격이 급락할 때 그들은 시장을 떠났다. 이제 그들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은 원유가격과 연결된 금융상품을 매입하고 있어 석유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올 봄이나 여름 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여행에 나설 때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가격정보서비스'의 석유 분석가 톰 클로자는 "봄철에 갤런당 휘발유 가격은 3.10~3.50 달러 사이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다시 열려는 시점에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처럼 석유수입 국가들은 연료 수입 대금이 치솟아 이미 매우 취약한 경제를 더욱 악화시는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적지 않다.
IEA의 파티 비롤은 최근의 석유가격 자료에 대해 "매우 주목할 만하다"면서 "2010년은 처음으로 경고음이 울렸고, 2011년의 가격은 2008년에 목도했던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 중에 석유 구입 비용이 720억 달러를 보탰다는 통계도 있다. 유럽은 700억 달러, 일본은 270억 달러를 석유 수입에 지불했다.
폭동, 시위, 반란으로 이어지는 식품 가격 상승, 치솟는 석유가격, 전세계 대량 실업사태, 경제회복 무산-이런 요인들은 불안정과 격변이라는 글로벌 쓰나미를 불러올 완벽한 전제조건들처럼 보인다.
알제리와 튀니지 사태는 이런 대혼란이 어떤 모습일지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이런 사태가 일어날지, 그리고 어떤 형태가 될지 그저 막연히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최후의 자원 폭동은 지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강도로 닥쳐올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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