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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슬람화' 우려?…"무슬림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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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슬람화' 우려?…"무슬림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슈피겔> 22년 해외 망명 이슬람 야당 지도자 인터뷰

튀니지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슬람주의가 발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아랍어로 '부흥'이라는 뜻) 관계자들은 이런 우려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이슬람교들이 원하는 것은, 다른 튀니지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완전한 민주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연합뉴스>는 기사 '튀니지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발호 우려'에서, "알제리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가 튀니지인들에게 유대인과 서방을 상대로 한 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어 국내의 기존 정치세력뿐 아니라 서방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은 이어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튀니지가 정치적 격변을 겪자 아랍권 지도자들에게 청년층이 극단주의에 빠져들지 않도록 정치적, 경제적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며 이슬람주의를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전했다. 튀니지 노동자연맹의 지도자인 하비브 제르지르도 "나는 '정치적' 이슬람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정계 진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전 정부에 의해 추방된 이슬람 지도자들의 귀국이 임박했다며 튀니지 시민들은 여성의 지위 등 인권적인 면에서 이뤄진 진보가 퇴행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반응을 전했다.

▲ 튀니지의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의 창립자 라치드 간누치 ⓒFT홈페이지 화면캡처

그러나 이런 일각의 우려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엔나흐다'의 주장이다. 이 정당의 창립자로 지난 22년간 해외 망명생활을 해온 라치드 간누치(69)는 24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호메이니가 아니며, 튀니지도 이란이 아니다"라며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도입할 것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간누치는 "지금 튀니지에 긴급하게 필요한 것은 (샤리아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것과 자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89년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면서 벤 알리 독재정권에 의해 정당 활동이 금지되고 국외 추방됐다. 그동안 영국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그는 이번 시민혁명 덕택으로 22년만의 귀국을 앞두고 있다.

벤 알리 정권에 의해 3년형을 구형받은 바 있는 그는 과도정부를 비판하며 "모든 정당은 대사면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과도정부는 말만 앞세울 뿐 사면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자신에게 구형된 징역형도 아직 철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튀니지 시민"이라면서 "가능한 빨리 돌아가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귀국 후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나는 당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칠순에 가까운 나이이며, 우리 운동에는 (나를 대신할) 젊은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단지 억압의 시기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튀니지의 역사적 과정에서 지적인 공헌을(contribute intellectually)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간누치는 "우리는 모든 튀니지 국민들이 그렇듯이 이 정부(과도정부)를 완전히 부정한다"며 "과도정부의 주류 세력은 부패와 억압을 일삼았던 과거 정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재정부는 완전히 해체돼야 하며, 구 정부의 잔당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상황 안정을 위해 과도정부가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데 대해서는 "과도정부는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으며 단지 민주주의의 외양만을 갖추려 할 뿐"이라며 "과도정부 인사들 외에도 충분한 전문가와 기술 관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엔나흐다가 집권당이 된다면 어떤 정치를 펼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하나의 정당이 권력을 독점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는 연대(coalition)에 기초한 제도를 원하며, 이것만이 우리를 전제정치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입법, 사법, 행정권이 분리된 정부를 원하며 법에 의한 지배와 양심‧표현‧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엔나흐다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의 지지도에 대해 환상은 갖고 있지 않다"며 "(한때 제1야당이긴 했지만) 오늘날 엔나흐다는 당원과 지지자 수만 명에 대한 투옥, 고문, 박해와 추방 등으로 약화됐으며, 가장 지지도가 높았던 1989년 창당 당시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튀니지에는 유럽처럼 여론 조사도 없기에,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는 오직 선거 결과만이 말해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슈피겔> 기자가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기를 원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이슬람교의 고유한 가르침 속에서 이슬람 평의회(Shura), 합의의 강조 등 우리 정부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 원칙들을 본다"고 답했다.

이슬람교의 가르침이 성 평등과 위배되지 않는지를 지적하자 그는 "우리는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튀니지의 현재 상황 역시 이슬람교의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며 "나 역시도 네 딸의 아버지이며, 큰딸은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두 명의 딸도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있으며, 막내딸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여성 역시 교육과 노동, 정치와 시민 참여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튀니지에서 엔나흐다보다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들이 발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튀니지에서 이슬람 과격 세력이 발호한 것은 엔나흐다를 포함해 어떤 다른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은 벤 알리 정권의 압제 때문"이라며 "우리는 언제나 이를 우려해 왔다"고 밝혔다. <슈피겔>은 인터뷰 질문에서 엔나흐다가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처럼 온건 성향의 이슬람주의를 표방한다고 보았다.

그는 "압제는 테러의 위협을 제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위협을) 가중시킨다"면서 "그러므로 이슬람주의 정당을 포함한 모든 세력에게 민주적 자유가 주어져야 하며, 이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개방되고 긍정적인 시민 참여로 쏟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니지 내에서도 엔나흐다의 창립 회원인 아즈미 루리미가 "우리는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치 참여를 원한다"고 말했다. 루리미는 17년간 투옥됐다가 2007년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당의 당직자 아지지 테즈는 "이슬람 교도들은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지난 20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9일 이 나라 수도 튀니스에서 일어난 시위 와중에 이뤄졌다.

"우리(이슬람주의자들) 중 많은 수가 고문을 당했다. 여기는 아랍의 관타나모 수용소였다.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렀고, 어떤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괴물처럼 묘사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종교는 타인을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같은 신을 믿는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유대인과 기독교인들도 우리의 형제다. 우리는 여성의 자유를 반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관광객들을 막지도 않는다. 관광을 반대한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굶주려 죽을지도 모른다."

한편 간누치는 벤 알리 정권의 독재에 대해 EU와 유럽 국가들이 침묵을 지킨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유럽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을 뿐이며, 이는 정당하다(legitimate)"고 말했지만, "하지만 유럽은 자신들의 원칙을 배반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벤 알리는 국민들을 학살했는데 유럽은 그를 칭찬했다"며 "서방 국가들의 침묵과 지원은 의심할 여지 없이 벤 알리의 독재를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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