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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말콤X의 사생아라고?"

'이슬람 공포증'에 사로잡힌 미국 …친이스라엘을 넘어 반이슬람으로

지구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이슬람 공포증'(또는 혐오증, Islamophobia)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흐름은 미국 전역에서 관측된다. 미국 내의 아랍인 공동체는 편견과 공격으로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LA타임스>, <네이션> 등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미국 저술가 맥스 블루먼설은 최근 진보적 역사학자 톰 엥겔하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이런 경향을 지적하는 글을 기고했다. 블루먼설은 미국의 이슬람 공포증은 점점 공공연해지고 있으며 유력 정치인들과 유럽 및 이스라엘의 극우파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월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 이후 반(反) 이슬람 세력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관측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슬람 공포증에 사로잡힌 미국의 '십자군'들은 9.11 테러 장소 근처의 시민회관 설립에도 반대했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자가 이슬람교도이며 이 건물 안에 이슬람 기도소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건물을 '이슬람 사원(모스크)'이라고 주장했다고 그는 밝혔다. 한국에도 이 건물은 이슬람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운동'에 참여한 한 여성 활동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음식을 판매하는 거대 식품 회사 '캠벨'의 불매 운동을 호소하거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급진적 흑인운동가 말콤 X(엑스)의 사생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루먼설은 이런 현상들을 지적하며 이슬람 공포증은 한 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블루먼설은 '반이슬람 십자군'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몰래 이슬람교 신앙을 간직하고 있다는 소문을 믿는 미국인이 20%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 반이슬람주의자들의 활동이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이슬람주의자들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들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 지난 9월 '그라운드 제로' 부근에 이슬람 시민회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9.11 테러 9주년을 맞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그라운드 제로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맥스 블루먼설은 칼럼에서 이 건물이 '모스크'는 아니며 큰 시민회관(community center) 중 일부에 이슬람 기도소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EPA=연합

위대한 반(反) 이슬람 십자군 (The Great Islamophobic Crusade)

9.11 테러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무슬림(이슬람교도)들에 대한 히스테리가 미국을 장악했다. 이슬람 사원에 대한 방화 사건이 일어났고, 이슬람 사원 건립을 막으려 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며, 대개 온건한 성향을 보이는 미국 내의 무슬림 공동체들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런 열기는 한적한 시골인 테네시 주에서 뉴욕 시에 이르기까지 번지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에서는 미국 법정에서 이슬람 율법 '샤리아'의 적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이슬람 율법이 미국 법정에서 적용된 경우가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반이슬람 운동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안겨줬다. 미국인 5명 중 1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남몰래 이슬람 신앙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믿는다고 말했다. 무슬림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도 악화됐다. 2010년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무슬림에 대한 호감도는 2005년에 비해 11%포인트나 감소했다.

9.11 테러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이런 반이슬람주의 경향은 예기치 않게, 엉뚱한 때에 분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는 우익 활동가들의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캠페인의 결과물이다. 이 우익 활동가들은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반이슬람주의를 선동했고 그것이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패배의 쓴맛을 본 보수세력은 이슬람교에 대한 분노를 조종해 상당한 정치적, 당파적 이득을 챙겼다.

반이슬람주의 네트워크는 미국에서 무슬림들의 영향력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 네트워크는 미국의 티파티 운동에서 유럽 극우세력, 이스라엘의 극우 시오니스트, 교회 복음주의자들, 영국의 인종주의자들인 축구 훌리건들에 이르기까지 대륙간에 걸쳐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지지를 공격적으로 표명하고 있고, 이 나라를 '전 세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중동의 아파치 요새'로 떠받들고 있다.

미국의 이슬람 '공포'증 환자들 가운데 단지 우연에 의해 이런 운동에 가담하게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뉴욕 맨하탄에 무슬림들이 시민회관(community center)을 건립하려는 계획에 티파티 운동 지지자들이 반대를 표시하기 몇 년 전에, 이스라엘 로비스트와 미국 내 유대인 세력의 대변자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운동에 대항한 캠페인을 조직했다. 이것이 모든 것의 씨앗이 됐다. 이 캠페인은 예측대로 빠르게 이슬람 사원과 학교에 반대하는 '십자군'으로 거듭났고 그늘 속에 숨어 있었던 놀랍도록 정력적인 반이슬람주의 투사들을 그 깃발 아래 불러모았다.

보수세력들은 이 반이슬람 십자군에 자금을 대주며 동력을 공급했고 이들이 제기하는 토론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지도록 도왔다. 특히 한 독지가는 막대한 자금을 댔다. 그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LA지역의 보안 소프트웨어 사업가인 오브리 처닉이다. 처닉은 미국 내의 이스라엘 로비스트 단체들로부터 보안 컨설팅 등을 맡은 이력이 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페어브룩 재단을 통해 '명예훼손 반대 동맹'과 같은 친(親)이스라엘 우익단체들부터 서방 세계가 무슬림들로부터 정복당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 로버트 스펜서 같은 사이비 학자들에게까지 자금을 후원했다. 이 그룹들은 무슬림에 대한 히스테리를 미국 중산층에 널리 퍼트렸고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나 새러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처럼 자신들의 말을 앵무새같이 따라하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을 미국인들이 우러러보도록 만들었다.

이슬람 공포증이 이렇게 널리 확산되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슬람 공포증이 겨우 몇 년 전에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뺀 대중에게는 외면당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 현상은 미국의 정치환경 변화를 타고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

네트워크의 탄생

반이슬람 십자군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네오콘들이 절정의 기세를 뽐낼 때 처음 출범했다. 2003년 미국 내 유대인 그룹들은 이 나라 곳곳의 대학 내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운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모임에서 '다윗(David)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캠페인이 탄생했다. 캠페인을 주도한 인물은 찰스 제이콥스다. 제이콥스는 "강의, 인터넷, 조직활동을 통해 여론에 영향을 주고 캠퍼스를 (팔레스타인 지지 세력으로부터) 되찾자"는 계획을 세웠다.

제이콥스는 2004년 친이스라엘 싱크탱크인 '워싱턴 중동정책연구소'의 마틴 크레이머 연구원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 <부당한 콜롬비아대학교>(Columbia Unbecoming)은 콜롬비아대의 유대인 학생들이 아랍인 교수로부터 괴롭힘과 모욕을 참아내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영화는 또한 이 대학의 중동‧아시아 언어문화학부(MEALAC, 2009년 중동, 남아시아, 아프리카학부 MESAAS로 바뀜)가 반유대주의의 온상인 것처럼 그려냈다.

유대인 학생들은 특히 팔레스타인 출신 중동학 교수인 조지프 매사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매사드 교수는 (중동문제의 해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이 하나의 국가(binational state)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과, 스스로 "이스라엘의 인종주의적 특징"이라 이름붙인 것에 대한 강경한 비판으로 유명하다. 영화는 매사드 교수를 "대학에서 가장 위험한 지성인"으로 규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앤서니 웨이너 의원이 리 볼링거 콜롬비아대 총장에게 매사드 교수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웨이너 의원은 공공연히 자신이 당 내에서 시오니스트들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다녔던 인물이다. 유명한 헌법학자인 볼링거 총장은 그런 조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이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영화에 담긴 주장은 신빙성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고 당시 조교수였던 매사드는 종신직 교수로 임용됐다.

하지만 '십자군'들은 여전히 기세를 올렸다. 이들은 대학에서부터 사회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2004년 이슬람 공동체의 보스턴 문화회관 설립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15년여 전부터 보스턴의 이슬람 공동체는 문화회관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토머스 메니노 보스턴 시장과 메사추세츠 주 의원들도 이 계획을 지지해, 건설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지역신문 <보스턴헤럴드>와 <폭스뉴스> 지역 방송국이 이 계획을 흔들기 시작했다.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니스트 제프 자코비도 이 회관의 건립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내 급진 이슬람 세력을 후원하는 증거이며 이 나라가 미국 내에서 지하 테러리스트 조직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윗 프로젝트도 이 시점에서 판에 끼어들었다. 이들은 이 지역의 친이스라엘 공동체를 기반으로 건립 계획을 중단시키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이들은 회관 건립을 중단해야 한다며 "(건설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운동이나 무슬림형제단에 기반한 외국 자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도시의 유대인 자유주의자 연합마저 종교간 신뢰를 강조하며 이런 공격은 이 도시의 유대인과 무슬림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제이콥스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어느 때보다 이 지역의 모스크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2007년 보스턴 교외의 한 유대교 예배당(시나고그)에서 말했다.

이런 중상모략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문화회관은 2008년 완공됐고, 다윗 프로젝트가 경고했던 어두운 영향 따위는 당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네트워크의 확장

이는 '(반 이슬람) 십자군'들의 입장에서 보면 두 번째 실패다. 하지만 이 실패는 성공보다 운동의 건설에 더 나은 효과를 거뒀다. 미국 각 지역의 반이슬람주의 세력들은 이슬람 관련 건물과 사원을 짓는 데 대한 대중들의 히스테리를 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웠다.

2007년 반이슬람주의 세력은 다시 한 번 결집했다. 이번의 목표는 뉴욕 시 브루클린 소재의 영국-아랍계 초등학교인 '칼릴 지브란 국제 아카데미'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압력 단체를 '마드라사를 멈춰라'(Stop the Madrassah)라고 이름지었다. '마드라사'란 아랍어로 '학교'를 뜻한다.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탈레반 전사를 키워낸 학교도 마드라사로 불린다) 그들은 공식적으로는 이 학교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규정한 미국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목적은 뉴욕 시장 등 시(市)의 지도적 인사들에게 지역 무슬림 공동체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 단체는 공격의 초점을 이 초등학교 교장이며, 경험 많은 예멘계 교육자인 데비 앨몬타저에게 맞췄다. 이 단체는 앨몬타저가 '지하드주의자'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폈다. 또 극우 블로거 파멜라 겔러는 "(앨몬타저는) 유대인에 대한 인종주의 학살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콘 성향의 학자 대니얼 파이프스는 이 학교가 유지돼서는 안 된다며 "아랍어 교육은 반드시 범아랍주의와 이슬람주의로 흐르게 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없자 이들은 앨몬타저가 "뉴욕시 인티파다(아랍어로 봉기. 이스라엘 점령에 항의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이 3차례 봉기)"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고 공격했다. 이 티셔츠는 미국 내 아랍 여성주의 단체인 AWAAM에서 제작한 것이다. 언론 재벌 머독 소유의 <뉴욕포스트>는 "이 티셔츠의 문구는 뉴욕시에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같은 방식의 봉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예훼손 반대 연맹'은 "그 티셔츠는 이스라엘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대신 찬미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티셔츠는)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앨몬타저가 교장을 맡고 있는 학교에서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같은 로켓 공격 따위는 없었음에도, 한때 그의 지지자였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아랍어를 하지도 못하는 유대인이 그 자리를(아랍계 초등학교의 교장) 대신 차지했다. 결국 2010년 미국 고용평등위원회는 "뉴욕시는 학교의 설립 목적을 위협하는 편견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회는 뉴욕시에 앨몬타저에게 3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주문했으며 <뉴욕포스트>의 보도도 그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십자군'들은 비록 칼리 지브란 초등학교를 폐지하지는 못했지만 시 주요 인사들을 굴복시켜 반이슬람주의 운동의 싹을 틔웠다. <뉴욕타임스>는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는 파이프스의 말을 인용하며 "칼리 지브란 초등학교에 대한 싸움은 전국 단위의, 더 큰 싸움의 전초전이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음모 제기에서 공공연한 공격으로

이들 '십자군'들은 2009년 다시 한 번 일어섰다. 뉴욕 중심가에 이슬람 시민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이들의 새 공격 목표였다. 회관 안에는 작은 기도소(prayer area)도 마련될 예정이었다. 건설 프로젝트는 온건 성향의 이슬람 수피교도인 페이살 압둘 라우프가 이끄는 무슬림 단체 '코르도바 이니셔티브'에 의해 추진됐다. 이 단체는 '그라운드 제로'(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있던 자리)로부터 두 블럭 떨어진 곳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슬람교 기도소는 큰 건물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거나, 이미 부지 매입이 이루어졌다거나, '코르도바 이니셔티브'가 온건 성향이라는 등의 사정은 그러나 파멜라 겔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겔러는 자신의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려 코르도바 이니셔티브의 건설 계획을 국가적 이슈로 만들었다. 보수 세력들은 '9.11의 성지'를 이슬람의 촉수로부터 보호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에게는 이슬람 모스크만이 문제였을 뿐 이미 그 지역에 들어선 스트립바(주로 여성 댄서가 옷을 벗으며 춤을 추는 공연을 하는 술집)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이로 인해 겔러는 명성을 얻었다. <뉴욕타임스>에는 그에 대한 긴 인물 소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52세의 여성인 그의 블로그에는 온갖 기괴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변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물장구치며 "좌파 겁쟁이들"이나 "나치 헤즈볼라"에 대해 불평하는 셀프 동영상과, (한국의 '오뚜기'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는) 거대 식품 기업 '캠벨'이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급진 흑인운동가 말콤 X의 사생아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겔러는 유럽의 이슬람 혐오주의 세력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덴마크 출신의 활동가인 앤드류 그레이버스가 대표적이다. 그레이버스는 '유럽의 이슬람화를 멈춰라'는 단체의 설립자다. 이 단체는 "인종차별은 우매한 것이지만 이슬람 혐오는 지극히 상식적이다"는 모토를 갖고 있으며, 겔러가 '미국의 이슬람화를 멈춰라'라는 단체를 설립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이들의 주장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나 페일린 전 주지사와 같은 공화당 우익 인사들의 발언 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깅그리치는 코르도바 이니셔티브의 회관 설립 계획을 홀로코스트(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대량학살) 기념관 옆에 나치의 철십자 깃발을 거는 것으로 비유했다. 페일린은 이 계획을 "심장에 들이댄 비수"라고 표현했다. 티파티 운동의 지원을 받는 후보자인 일라리오 판타노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판타노는 이라크전 참전 당시 비무장 상태의 이라크 민간인 두 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인물이다.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겔러의 주장을 지지했다. 이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자와 9.11 테러 희생자를 비교하며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르도바 이니셔티브에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LA의 한 유대인 공동체를 대표하는 랍비(유대교 성직자) 마빈 하이어는 이 계획이 "묘지"옆에 시민회관을 지으려 하는 것이라며 "무신경하다"고 비난했다. 정작 하이어가 이끄는 단체는 예루살렘 인근의 1200년 된 이슬람교 묘지 바로 위에 기념관을 지으려 하고 있는데 말이다.

▲ 지난 10월 27일 공화당 뉴욕주지사 후보 칼 팔라디노가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 시민회관 건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이슬람 시민회관 건립에 건설 장비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팔라디노 후보는 낙선했다. ⓒ뉴시스

이스라엘로부터의 지원(Inspiration)

그레이버스와 같은 인물의 개입은 미국의 반이슬람주의 네트워크가 유럽 극우세력과 연계돼 대서양 양안에 걸쳐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유럽의 극우파들은 지방민들과 노동계급의 반이슬람주의 정서를 자극해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네덜란드의 거트 빌더스 하원의원도 대표적인 반이슬람주의자다. 또 겔러는 영국 극우단체 '영국 수호 동맹'(EDL)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이슬람주의의 범대서양 네트워크는 이스라엘까지 손을 뻗쳤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상징으로 여겼다. 겔러는 <뉴욕타임스>에 "(이스라엘은) 매우 좋은 본보기인데, 그 이유는 문명과 야만의 전쟁에서 문명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DL은 그들의 모임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하기도 하며, 빌더스 의원은 이 나라를 40차례 이상 방문해 우파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들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부르는 이스라엘의 반이슬람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대교 랍비 위츠하크 샤피라는 "악의 싹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나중에 악인이 될 것이 분명한 아기는 죽여도 정당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3세 이상의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라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으며 팔레스타인 마을에 대한 로켓 공격을 지휘한 적도 있다. 그의 지지자 중 한 사람은 자신이 그의 지시에 따라 두 명의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을 죽였으며 이스라엘의 자유주의 역사가로 유명한 제에브 스턴헬을 소포 폭탄으로 살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모든 것들이 미국 내의 반이슬람주의 캠페인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것은 일종의 거래다. 예컨대 처닉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웨스트뱅크)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데 자금을 지원했다. 이 돈을 받은 유대인 정착촌 운동 단체가 발행하는 신문은 겔러를 '칼럼니스트'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겔러의 친구인 우익 활동가 베스 글링스키는 오바마 행정부가 정착촌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한 항의 집회를 조직했다.

또 웨스트뱅크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는 미국 내 유대인 단체 '아이시 하토라'(히브리어로 '율법(토라)의 불꽃'이라는 뜻)는 '클래리언 기금'이라는 외국계 시민단체와 직원 및 사무실을 공유하는데, 클래리언 기금은 2008년 대선에서 반이슬람주의적 내용을 담은 선전 영화 DVD를 2800만 장이나 제작해 뿌렸다. 이 영화에서 스스로를 예전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소속 테러리스트였다고 소개한 왈리드 슈배트라는 인물은 "나치즘과 같은 세속적 파시즘보다 이슬람 파시즘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이슬람교는 악마주의적 종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2008년 대선 당시만 해도 반이슬람주의는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이 '십자군'들의 네트워크는 전환점을 지났다. 물론 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경제였고 2012년에도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투표할 것이다. 그러나 겨우 이슬람 시민회관 하나를 짓는 일이나 있지도 않은 '이슬람의 위협'이 지역 운동가들에 의해 선거 이슈로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이슬람 악마'라고 흑색선전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뛸 때 이들 반이슬람 십자군들은 또다시 전국적인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선거를 광적인 분위기로 몰아갈 것이다.

이미 '십자군'들은 극우 친이스라엘 세력 일부라든지, 편견에 가득찬 '키보드 워리어', 사기꾼 등으로 불릴 만한 단계를 지났다. 지금 그들은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케이블 뉴스 채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티파티 운동을 지지하는 군중들과도 관련돼 있다. 반이슬람주의의 열풍이 몰아침에 따라 이들은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겔러는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시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 시기가 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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