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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화가 시작됐다"

<FT> "중국, 풍부한 자본과 제조업 앞세워 광폭 행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하루 앞둔 18일부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 세계를 만들다(China Shapes The World)>란 표제 아래 중국 특집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핵심은 '중국 주도의 세계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 체제에서 착실히 힘을 키워왔다면, 이제(아마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주도의 세계화, 즉 중국이 그리는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자에서 중국이 지난 2년간 전세계에 1100억 달러를 장기대출 하는 등(세계은행의 대출액을 능가한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앞세워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세계를 자신의 영향력 안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식 정치체제가 비록 민주주의에는 미칠지 못할지라도 국민에 대한 책임이나 정책효율성 면에서는 미국식 민주주의에 전혀 꿀릴 것 없다는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칼럼을(☞ 관련기사 보기) 싣기도 했다.

또 19일자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미국의 해군력을 비교하는 분석기사와 함께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다루는 데 너무 유약했다'는 미국 네오콘 존 볼튼의 칼럼을 실었다. 중국 주도의 세계화를 바라보는 서방측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18일자 분석기사 '중국: 세계를 아우르는 전략(China: A strategy to straddle the planet)'에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풍부한 자본력과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제조업을 앞세워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중국 주도 세계화'의 전개 양상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중국의 대규모 공격적 투자가 안보적 긴장을 초래하는 역풍을 불러 세계화를 주도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좌절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원문보기).<편집자>
▲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베이징의 한 갤러리에 걸려 있다. ⓒ로이터=뉴시스

돈까지 빌려주며 대형 설비 판매

지난해 10월 인도의 억만장자 아닐 암바니는 훙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의 고급 호텔에서 '2010년 최대 빅딜'이라 할 수 있는 사업계약에 서명을 하러 왔기 때문이다. 그의 릴라이언스 전기는 중국 국영 상하이 전기로부터 100억 달러짜리 발전설비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암바니는 "발전부문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라면서 "단일 상업거래로는 인도와 중국간 최대 계약"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거래의 규모만이 아니다. 상하이전기는 동등한 제품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의 터빈보다 30~40% 정도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았다. 중국개발은행(CDB) 등 중국의 은행들로부터 좋은 조건의 자금까지 제공받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할인폭은 60%에 가깝다.

'포스트 미국 시대의 세계화' 주도 야망

중국 스타일의 새로운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다.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내수로 눈길을 돌리면서 주요 경제국들이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갖게되는 세계화 과정이 역진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선 중국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은 자기 방식대로 글로벌 경제의 통합을 촉진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은 미국이 정한 규칙과 최종소비자로서의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에 편승해 막대한 혜택을 누렸다. 중국은 처음에는 양말, 이어서 세탁기, 마침내 아이팟을 만들어 월마트에 팔면서 번창했다.

중국은 위기를 벗어나면서 새로운 단계의 세계화를 주도하길 원하고 있다. 금융, 상업, 나아가 정치 등 여러 분야가 중국을 구심점으로 하는 세계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경제체제(일부 외국 기업들은 기술적 무임승차를 우려하고 있지만)의 일탈적인 존재가 되려는 게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이 되는 규칙, 제도, 경제적 관계 등을 보다 많이 주도하려고 한다. 이른바 '포스트 미국 시대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개도국을 망라한 교역·투자 네트워크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히 많은 주요 경제국들에게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이런 나라들은 중국과 이웃한 일본과 한국에서부터 자원이 풍부한 호주와 브라질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한 원유량은 사우디가 미국에 판매한 것보다 많았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런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의류와 소비재뿐 아니라 발전설비 같은 보다 정밀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교역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권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기반시설과 에너지 공급시설을 확산시키는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개도국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상호교역을 늘리는 등 중국 경제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도록 기여한다. 또한 중국은 국제통화체제에서 위안화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아시아 지부장 에반 파이겐바움은 "중국은 경제 및 금융 관계망이 확대되는 중심에서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점진적이지만 거침없이 동아시아를 통합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 지역의 무역과 투자 관계망을 재설정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며, 그것은 대체로 미국을 배제한 범아시아적 기반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뿐은 아니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중동 모두 중국식 세계화의 손길이 미치는 곳들이다.

중국, 지난 2년간 세계은행보다 많은 해외대출

이런 활동의 상당부분에서 중국개발은행(CDB)가 중심에 서있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리카 다운스 연구원에 따르면, CDB는 중국의 해외 진출에서 자금력의 원천이 되었다. 에너지 부문에서만 CDB는 지난 2년간 6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개도국 정부나 기업에게 대출해줬다. 중국은 수출입은행을 포함해 11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이 기간 동안 장기로 대출해주었는데, 이 규모는 세계은행(WB)의 대출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다.

1980년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관료로 꼽혔던 천윈(陳雲)의 아들 천위안(陳元)이 행장으로 있는 CDB는 중국 일당독재 체제에서 국가 정책과 금융이 혼합된 독특한 존재다. 국가의 개발 목표를 지원하면서도 수익성과 상업적 기법 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천위안이 1990년대말 취임할 당시 CDB는 지방정부들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로 부실채권 비율이 43%에 달했지만, 지난해 중국 베이징 소재 컨설팅업체 드래고노믹스는 CDB를 '중국 최우수 경영 은행'으로 평가했다.

위기 이전에 천위안은 서구은행들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진했고(CDB는 영국의 바클레이즈로부터 일부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 사이 개도국, 특히 에너지나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들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다.

지난해 그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진 금융자산들을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천연자원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지난 2년간 세계은행보다 더 많은 해외대출을 할 만큼 중국은 풍부한 자본을 앞세워 '포스트 미국 시대의 세계화''를 주도하려는 야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외대출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중국개발은행의 천위안 행장. ⓒ로이터=뉴시스

중국식 세계화의 첨병, 중국개발은행(CDB)

지난 10년에 걸친 세계화 전략을 위해 CDB는 각 지점마다 담당할 세계의 지역들을 지정했다. 허난성 지점은 아프리카 남부 지역, 충칭 지점은 발칸 지역에서 영업할 것을 지시받았다. 2009년말 경 CDB는 50개 남짓한 아프리카 국가 거의 전부를 포함해 141개국에 담당 조직을 구축했다.

CDB에서 해외근무를 한 경험을 책으로 쓴 쓰지양은 지난 2006년 선전에 있는 사무실에서 세계 지도를 보며 남미를 방문할 기회가 오기나 할까 생각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한달 뒤 그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남미로 파견됐다.

그는 "남미는 향후 10년간 중국의 핵심 투자처가 될 것"이라면서 "블루오션을 찾는 기업가들은 남미로 갈 채비를 해야 한다"고 썼다.

중국의 CDB와 수출입은행은 대부분의 다른 금융업체들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속도로 영업을 하고 있다. 브라질의 에트로브라스는 지난 2009년 CDB와 100억 달러짜리 대출 계약을 맺었다.미국의 수출입은행과 20억 달러짜리 신용한도대출에 합의한 직후였다.

페트로브라스의 CEO 조제 세르주 가브리엘리에 따르면, 미국보다 중국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훨씬 쉬웠다. 미국은 전략적 이해관계에 대해 훨씬 따지는 것이 많았다.

이런 대출 일부는 에너지와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과 아시아 통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들로는 공사중이거나 이미 영업중인 러시아- 카자흐스탄- 버마 경유 석유 수송로, 베트남 - 라오스- 버마를 경유해 중국 남서부와 연결하는 철도 등이 있다.

릴라이언스의 사례는, 비용이 싼 자금과 경쟁력 있는 중국의 제조업이 결합해 인도가 추진하는 에너지망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암바니가 보다 신중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릴라이언스전기는 3만 메가와트의 보일러, 터빈, 발전기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상하이 전기는 3년에 걸쳐 납품할 예정이다. 인도의 은행들은 5~7년 이상의 기간의 장기 대출을 꺼리고 있으나, 릴라이언스는 중국과의 계약으로 12년이라는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암바니가 소유한 또다른 기업 릴라이언스통신은 중국 은행들로부터 19억 달러짜리 대출을 받아 이자가 비싼 인도 은행들의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당국은 이런 거래들이 다른 개도국들과의 통합을 강화하는 강력한 흐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자문역 리다오쿼이는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이런 모든 신흥경제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나는 큰 미래를 보고 있다"면서 "모든 힘들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들은 자원을 갖고 자본이 필요하다. 우리는 투자할 여유자본이 있다. 그러니 왜 안 그러겠는가?"라고 말했다.

중국의 세계화 추진은 중국 제품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뿐 아니라, 더 큰 맥락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에도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는 글로벌 경제의 주동력의 하나지만, 중국의 수출 절반 정도는 이제 개도국으로 가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규모 대출은 달러의 의존을 줄이는 외환보유고의 다각화도 촉진하고 있다.

위기 후 중국의 일부 목표는 세계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보다 명백한 도전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장기계획은 지난 몇년에 걸쳐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단기적 목표는 아시아에서 위안화를 교역의 주요통화로 만들어 중국 수출업자들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암바니 그룹에 대한 대출의 일부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피하도록 위안화로 제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관료와 학자들 사이에는 미국이 무책임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견해가 퍼져있다. 그들은 국제통화체제에서 달러의 역할에 제한을 가하기 위한다는 지정학적 목표가 통화정책에 깔려있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수출입은행장 리루어구는 "지난 금융위기는 현행 국제통화체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의 현대국제문제연구소의 장용은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미국의 통화체제 지배를 종식시키는 것은 "중국이 핵강국이 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

리스크와 장애물

그러나 몇 가지 장애물이 중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화를 좌절시킬 수 있다. 우선 인도 등 다른 많은 개도국들은 중국이 제조업을 앞세워 부추기는 개발에 따른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들과 같은 많은 신흥국들의 통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환율을 유지하는 장삿꾼 같은 경제전략으로 밀어부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

인도의 한 기업인은 물통을 만드는 플라스틱 펠릿을 중국에 수출하는 자국의 처지를 언급했다. 인도가 경쟁력 있는 플래스틱 물통도 만들 수 없다면, 인도가 헤쳐나갈 앞날이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브라질의 새 대통령 딜마 루세프는 통화와 무역 정책에 대해 중국과 회담하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새 정부의 통상장관 페르난도 피멘텔은 "이 문제는 브라질뿐 아니라 모든 신흥국들에게 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자원이 풍부한 호주 같은 나라들에서는 광산 부문이 중국에게 원자재 가격을 통제하는 힘을 주게 만드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국가자본주의 형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거래를 맺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 중 정부가 취약한 일부 나라에서는 부패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항의하는 단체들로 인해 역풍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옥스포드 아프리카'의 전문가 폴 콜리어는 "(아프리카에 있는) 서구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자신들의 행동을 개선해왔는데, 중국은 시계를 꺼꾸로 돌리고 있다"면서 "'너희도 가난한 사람들을 약탈했으니, 이제 우리 차례'라고 해서야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안보적 긴장 부르는 중국의 야심

중국의 야망을 방해할 가장 큰 리스크는 아마도 이런 야망들이 뒷마당에서 자초하고 있는 안보적 긴장일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경제에 통합되자마자, 상당히 요구가 많은 중국에 대항해 군사적 보호막을 찾아 미국의 품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베트남은 남중국해상에서 미 해군과 합동훈련을 가졌다. 일본 해안경비함이 중국 어선의 선장을 체포한 지난해 가을 일본과 중국의 외교적 분쟁이 격화되자, 중국은 일본에게 희토류 금속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이 사건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빚어질 경우 오히려 자신들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만든 것이다.

많은 개도국들이 아직도 분투하고 있는 시기에 경제적 낙관주의가 아시아를 관통하는 있다는 점에서 다른 중요한 차이점도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서구에서는 국방비 지출이 쪼들리고 있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이런 변화에서도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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