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당국 임기 5년을 대화 없이 흘려보내는 것 불원"

시기·장소 지정해 당국 회담 제의…개성 경협사무소 인력 복귀시키기로

북한이 남북 당국간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하자고 거듭 제안하면서 회담의 시기와 장소까지 지정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8일 남북 당국간 회담의 개최를 공식 제안하는 동시에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재개 회담, 개성공업지구 회담을 1월말이나 2월상순 개성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1.5)으로 천명한 중대제안을 적극 실현하여 하루빨리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고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번영의 길을 열어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며 3개항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평통은 "북남 당국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한다"면서 "당국 회담의 급과 장소, 시일은 쌍방이 합의하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이어 "중단된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을 빠른 시일안에 재개한다"면서 "회담대표단은 종전대로 하든지 새로 구성할 수도 있으며 장소는 개성으로 하고 날짜는 1월말 또는 2월 상순으로 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조평통 담화는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대결 해소'를 촉구한지 나흘만인 지난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형식으로 남북 당국간의 무조건적 회담 개최를 제의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관계가 진전돼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조평통은 담화에서 "대화의 문을 열고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로서 폐쇄된 판문점 북남적십자통로를 다시 열며 개성공업지구의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 동결을 해제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우리측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들이 곧 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며 개성공업지구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도 우리측 관계자들을 파견하여 상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면서 "우리의 대화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남조선에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한번도 북남 사이에 대화다운 대화를 해보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개탄할 일"이라면서 "우리는 현 남조선 당국이 임기 5년을 북남대화없이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측의 자신들의 제안에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을 의식한 듯 "만나보지도 않고 '진정성'을 운운하며 여러가지 조건부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진정성있는 태도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쓸데없는 의구심을 깨끗이 버리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우리의 대화 제의와 선의의 조치에 적극 화답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성명과 조평통 담화로 당국간 대화를 잇달아 제안한 북한은 향후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하는 등 대화 제의를 더욱 구체화할 공산이 커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판문점 적십자대표부와 개성 경협사무소 인력 복귀는 내주 초 즉각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