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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진정성' 요구하며 北 대화 제의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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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진정성' 요구하며 北 대화 제의 사실상 거부

송민순 "진정성은 대화 후 행동으로 판단하라"

정부는 6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열자는 북한의 전날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에 요구하는 '진정성'은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화를 해서 진정성을 확인해야지 북한의 행동 변화부터 요구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통일부·외교부 '진정성' 한 목소리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6자회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 "북한이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평화 협력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 자세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해외 언론들은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기보다는 홍보 전술로 보고 있다"고 거부의 뜻을 밝혔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원칙적인 입장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북대화와 남북관계에 있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진정성'과 '책임성'에 대해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 당국자는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국민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대화 제의를 "통일전선 차원의 대남선전 공세"로 규정하면서 북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남북대화 거부는 곧 6자회담 거부?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요구하는 '책임 있는 조치'와 '진정성'의 의미. 정부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은 뒤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었다. 사과 요구는 넣었다 뺐다 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그러다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는 진정성과 책임성을 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며 연평도 포격은 남측의 훈련에 대한 자위적 대응이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온다면 설령 두 사건 모두 북한의 일방적인 도발이 맞다고 해도 대화 전에 사과를 받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편 진정성과 책임성이라는 모호한 말은 언제든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쓸 수도 있다. 만의 하나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선제적으로 사과하고 심지어 책임자를 문책한다고 해도 '만족할만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면 그만이다. 요구의 모호성과 대화 거부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정부는 또 남북대화 테이블에서도 핵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핵 문제를 미국과의 문제 혹은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할 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남북대화의 문턱은 또 높아지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현재 '선(先) 남북관계 개선 후(後) 6자회담'으로 순서를 잡아 놓았다. 그런 마당에 남측이 이처럼 남북대화로 가는 장벽을 겹겹이 친다면, 그건 결국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송민순 "남북한은 늘 반신반의해 왔다"

6자회담 수석대표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민주당)은 이날 정부의 이런 태도를 비판했다. 송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진정성은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합의가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며 "(북한의) 말 자체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단번에 내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북한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북한을 믿지 못하듯 북한도 우리를 믿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은 늘 서로 반신반의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천안함, 연평도, 북핵, 이산가족, 인권 문제 등을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면서 언급한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된 문제"로 논의하자고 남측이 역제의하라면서 "만약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북한이 그렇게 강조해 온 우리민족끼리의 진정성을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대화를 위해 대한민국이 큰 걸음을 내디딘다고 해서 그 누구도 쓰러져가는 북한에 굴복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그간 우리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국제적인 접근만을 강조해왔다"며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나 유엔해양법회의 차원으로 회부해야 한다는 기가 차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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