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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농업보다 경공업' 강조 속내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2011년 경제 전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1호(2011년 1·2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1호는 '북한 신년공동사설과 한반도'를 주제로 6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1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1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 북한에서 발행된 새해 공동사설에 제시된 대중 선전화 ⓒ연합뉴스

2011년 신년공동사설(이하 '사설') 가운데 경제분야, 아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세가지 열쇳말은 인민생활 향상, 경공업, 그리고 강성대국 건설이다. 북한은 '올해에 다시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는 제목이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경공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 것임을 밝혔다. 사설이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2012년은 김일성 수령의 탄생 100돌을 맞이하는 해이자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이다. 현재의 김정일 정권은 2011년 한 해 동안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강성대국의 높이에 올려세워야 할 절박한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은 인민생활을 높이는 목표는 단순히 경제 사업 차원이 아니라 "어버이 수령님(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고 인민들의 이상을 꽃피우기 위한 당의 위업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적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경공업 발전은 현재의 김정일 정권뿐 아니라 후계자인 김정은 정권의 사활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이전에 찾아 볼 수 없었던 '인민생활'이나 '경공업' 단어 전후에 붙은 절박감이 담긴 수식어나 술어들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민생활 향상을 최대의 중대사로, 최고의 투쟁목표로 틀어쥐고 끝장을 볼 때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경공업에 더 큰 박차를 가하는 것은 경제강국 건설의 성숙된 요구로, 초미의 과제로 나서고 있다." "오늘날 경공업을 대하는 입장은 인민에 대한 태도, 당을 받드는 자세, 혁명에 대한 관점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다" 등의 표현들이 이를 대변한다.

반면,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된 농업문제해결이 이전보다 덜 강조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사설은 지난해에 이어 "경공업은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전선"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지난해 경공업과 함께 제시됐던 '농업'은 빠졌다.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기어이 해결하려는 당의 의도를 받들고 농업부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결정적으로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존에 반복한 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적어도 올해에는 경공업에 비해 농업 문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머물 것임을 예고한다. 또한 이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먹는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경공업에 비해 덜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올 한 해 북한의 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문이 경공업에 대한 집중 투자와 이에 따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라는 점이다.

북한은 경공업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들을 다음과 같이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1차 소비품을 비롯한 인민생활에 널리 쓰이는 필수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전반적 소비품 생산을 확대강화, 둘째 인민소비품 생산의 현대화와 과학화의 지속적인 추진, 셋째, 지방공업의 활성화, 넷째, 경공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연료, 자재와 자금에 대한 적기 공급 등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경공업 제품의 원료, 자재생산의 주체화,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건설전반에서 대고조 진군속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최첨단 돌파전을 계속 심화시켜 나가자고 제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력경생의 원칙을 철저히 구현해나가자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경공업 등 경제발전의 전반을 다른 나라들의 '지원'이나 외부환경의 변화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힘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지난 해 말에 북한에서 인민생활과 직결되는 경공업분야에서 지난 시기와 달리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면서 주요 성과로 '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 생산'을 제시한 바 있다.

노동신문(2010년 12월 8일)은 사설에서 "주체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며 우리 경제의 절대불변의 진로, 주체화의 포성이 높이 올려야 경제강국으로서의 대통로가 환히 열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조선신보(2010년 12월 9일)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적 시련기에도 "조선이 원료난, 연료난을 풀기 위해 선택한 길은 건국이래의 자립경제노선을 보다 철저히 관철하는 것이었다"면서 "그 어떤 국제환경속에서도 자기 자원, 자기 기술로 자립경제를 힘 있게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이 현 시기 조선이 추진하는 경제부흥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는 가까운 시일 안에 대외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자립경제 혹은 경제의 주체화를 강조하면서 보수적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선언하려면 2011년에 경공업 등 산업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11년에는 산업부문전반에 대한 자원투입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소비재 공급 증가를 위해서 경공업부문에 대한 자원투입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요 경공업 플랜트의 완공 및 실질적인 가동 여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 남흥청년연합기업소 등 최근 완공된 대형 플랜트들이 실질적인 가동을 하게 된다면, 경공업 원자재 및 비료 공급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의 비료 생산 공정의 1단계가 완공, 조업한다면 비료 생산 능력은 더욱 증가될 것이다. 또한 신년공동사설은 "경제건설 전반에서 대고조 진군속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최첨단돌파전을 계속 심화시켜 나가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과학기술 발전 노력이 경공업 생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0년 북한 매체들은 기계공업뿐만 아니라 금속공업, 전력공업, 석탄공업, 철도운수 등 선행부문과 지방의 지방산업공장들에서도 CNC(컴퓨터수치제어)가 추진되어 생산과 건설의 과학화, 정보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선전한 바 있다. CNC화는 기계부문을 넘어서서 북한 산업 전반의 코드로 변화하고 있는데, 흥남비료연합기업소, 2.8비날론연합기업소 등의 건설에 관련된 생산이 실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즉, 식품가공공장을 중심으로 경공업 공장의 신설 및 현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생산 활동도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쨌든 경공업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발전은 관련 연관산업의 발전, 나아가 보다 많은, 그리고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서 가능한데, 이는 최소한의 외자유치 및 선진기술도입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북한이 이번 신년공동사설에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도 나온다"고 강조했듯이 경공업 부문의 발전은 석탄, 전력, 금속, 그리고 화학공업의 발전과 증산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 하나의 방편으로 막대한 예산이 배정된 국방공업에의 지출을 축소하여 경공업 투자로 전환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나 더욱 악화된 남북관계나 대미관계 등을 고려하면 안보 유지 비용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년공동사설은 "국방공업은 선군조선의 강대성의 원천이며, 인민생활향상의 믿음직한 담보"라고 강조하면서 "국방공업부문은 앞으로도 최첨단돌파전의 선구자, 경제전반을 이끌어나가는 기관차로서 사명을 훌륭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짤막하게 언급하였다.

결국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지만 2012년 경제강성대국 달성의 지표로서 경공업 발전상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외자유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적극 개발이용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에 필요한 원료도 해결하고, 자금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경공업 부문의 생산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관산업에서의 실적이 예상한 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지하자원을 팔아서라도 중국 등으로부터의 관련 원자재 수입을 획기적으로 늘려 경공업부문에 대한 투입을 증가시킬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1년 북한과 중국간의 교역과 경제협력실적은 역사상 가장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북·중 무역은 2010년 1-10월까지 26억 8,800만 달러로 이미 2009년 무역총액(26억 8,100만 달러)을 넘어섰으며, 연간 무역규모도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3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압록강대교 착공식이 2010년 마지막 날에 열린 것도 북중 친선 관계를 상징적으로 과시하면서도, 2011년 북중 경협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 신호탄으로 봐도 될 것이다. 2010년 11월 최영림 내각 총리 일행이 북한의 경협 파트너인 동북 3성과의 실질적인 경협 방안을 논의하고자 방중하여 다양한 경협방안을 논의한 바 있는데, 2011년 상반기에는 북중 간 다양한 경협 방식의 구체적인 틀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북한의 경공업 생산증대와 주민생활향상을 위해서는 남북경협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은 2007년 7월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 관련 합의서를 체결하여, 남측이 8천만 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면 북측은 지하자원 생산물, 개발권 등으로 상환키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에 섬유 39개, 신발 48개, 비누 7개 등 총 94개 품목의 원자재가 제공되었고, 이 원자재로 만들어진 비누와 신발 등의 제품이 북한 주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2011년 남북경협의 활성화 가능성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 간의 경공업-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 원제 : 신년공동사설과 2011년 북한 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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