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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년 사설과 남북관계, '절망 속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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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년 사설과 남북관계, '절망 속 희망 찾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MB 정부 '고집과 오기'는 그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1호(2011년 1·2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1호는 '북한 신년공동사설과 한반도'를 주제로 6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1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 제11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 1일 북한 노동당기관지 로동신문 1면에 실린 신년 공동사설 ⓒ연합뉴스

2010년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귀결되었다. 연초에 남북관계를 전망할 때만 해도 희망적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전 해인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북한의 적극적 대남 조치들로 인해 남북관계가 일정하게 진행되는 국면에서 2010년 새해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사상 최악의 2010년 남북관계

북은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이후 현정은 회장 방북과 개성공단 직원 석방 및 연안호 송환을 단행하고 댓가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의했으며 군사분계선 통행제한 조치도 스스로 해제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조문단의 서울 방문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남북은 싱가포르 회동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까지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2010년을 맞으면서 응당 남북관계는 전향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에 충분했다.

2010년 북의 신년공동사설 역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직접적 비난 없이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대착오적인 대결정책'으로 규정하고 '사대매국적인' 남한 당국의 '파쇼통치'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적극 선동했던 2009년 공동사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조성된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를 반영하고 정상회담까지를 고려한 대남 기대감의 표현이 바로 2010년 신년사설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연초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진행된 2010년 한 해의 남북관계는 전면파탄과 완전중단의 최악으로 결론나고 말았다. 모처럼 도래한 연초의 대화 분위기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자신들의 고집이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냉각되고 말았다. 북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진전의 시금석으로 2008년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진정성의 조건으로 판단했고,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선굴복이라는 입장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했다. 결국 2.8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에서 북측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관광재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남측 대표단은 기존의 3대 조건을 반복하면서 관광재개를 거부하고 차기 회담마저 잡지 않은 채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로써 북은 이명박 정부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일단 기대를 접고 남측의 태도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고강도의 강경조치를 잇따라 취하게 되었고 여기에 남측의 맞대응과 대북 제재가 상승작용하면서 강경 대 강경이 맞부딪치는 전면 대결 국면이 지속되고 말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물거품되자 곧바로 3.26 천안함 침몰 사태가 벌어졌고 이명박 정부는 자체 조사 끝에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이른바 5.24 대북제재 조치를 선언하게 된다. 사실상의 남북관계 중단을 선언한 5.24 대북조치에 대해 북한은 5.25 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전면 폐쇄와 불가침합의 전면 파기 및 남북협력사업 전면 철폐'로 응수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아예 기본합의서 이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금강산 관광 재개 결렬과 천안함 사태를 고비로, 이후 2010년 남북관계는 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북을 제재하기 위한 국제적 외교전과 함께 한미 합동훈련이 서해상에서 연달아 진행됨으로써 남북대결에 이어 동북아 대결마저 심화되었고 남북교역의 전면 중단뿐 아니라 인도적 대북 지원마저 사실상 원천 봉쇄되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일시적으로 남북대화가 성사되기도 했지만 이는 2009년 하반기의 관계개선 흐름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이미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전면 대결로 접어든 남북관계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었고 다만 6자회담 재개를 원하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국면관리 차원의 성의표시용 성격이 강했다. 억류된 대승호 송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고 북한의 수해복구를 돕기 위한 남측의 대북지원이 일시 진행되었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북의 요구는 회담 개최마저 거부하는 남측의 일관된 자세로 인해 관철되지 못했고 결국 남북관계는 또 다시 대결국면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2010년 남북관계 파탄은 11.23 연평도 포격과 11.29 이명박 대통령 담화로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영토 포격과 민간인 사망이라는 사상 초유의 북한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는 단순히 중단을 넘어 전쟁 위기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거듭해야만 했다. 더 이상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포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세인식은 이후 대북 강경 대응과 함께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기대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북의 강경도발과 핵보유를 막을 길 없다는 무대책의 자포자기 심정에 따르면, 그 정세인식의 연장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수수방관정책이거나 김정일 정권 제거와 북한체제 붕괴를 적극 추진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전쟁 직전의 상시적 위기상황에서 2011년 통일부 업무보고가 '통일준비'로 집약되고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 접근해서 북의 근본적 변화를 견인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음은 이제 북한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이라는 '한 방' 해결책으로 대북정책을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하다. 2010년을 넘기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더 이상의 남북대화가 무의미한 흡수통일 대망론으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남측의 노력과 의지로 2011년 남북관계가 개선되거나 호전될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남측의 흡수통일 대망론과 북측의 강경대결 기조

최악의 남북관계 한복판에서 발표된 북한의 2011년도 신년공동사설 역시 금년 남북관계에 희망보다는 절망을, 낙관보다는 비관을 짙게 하고 있다.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남북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해야 하고 '대화와 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과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원칙적 선언에 불과해 보인다. 기대는 이미 접었지만 남북관계에 기회의 창을 완전히 닫지는 않겠다는 최소한의 성의표시 정도로 해석된다. 2011년 통일부의 대북정책이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이 아니라 북한의 근본변화와 통일준비에 초점이 맞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로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해결'이라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즉 먼저 나서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와 관심은 없지만 원론적으로는 대화의 창을 열어놓고 상대방의 선변화를 촉구하고 기다리겠다는 정도의 의미 없는 언급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남북 모두 2011년 관계개선을 위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따라서 2011년 북한 신년사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은 대결상태 해소와 대화협력 추진이라는 원론적 표현이 아니라 문맥 속에 드러난 남측 당국에 대한 적개심이 오히려 본심에 가깝다. 북은 이명박 정부를 '전쟁 하수인, 반통일 대결광신자로서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남조선 보수당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외세와 야합'하여 '반공화국 모략과 북침전쟁도발책동'을 벌리고 남북대화와 민족화합을 파탄시킨 '무분별한 광란'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겉으로는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그 본심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분노로 가득차 있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기왕의 강경정책을 포기하고 대북정책 전환에 나선다면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전쟁을 책동하고 외세와 결탁한 반통일 반공화국 대결세력에 대해 결코 물러서거나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방침을 밝힌 것이다. 연평도 사태 이후 추가도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북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우리의 존엄과 사회주의 제도,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을 추호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시적이고 무자비한 섬멸전'을 역설하고 있다. 여차하면 제2, 제3의 추가도발의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통일대망론에 입각한 강경한 대북정책 의지와 북한의 일관된 대남적대 및 강경 맞대응의 의지가 맞부딪칠 경우 2011년도 남북관계 전망은 어쩔 수 없이 절망적이고 비관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남과 북의 고집불통으로 인해 상호 상승적인 대결만 심화될 게 걱정스럽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태에 이르면서 남북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여기에 더하여 새해에도 남측의 대화무용론과 흡수통일 의지가 강경하고 북측 역시 대남 대결 기조와 군사적 대응 의지가 강력하다면 2011년 한반도는 대화중단, 관계파탄, 긴장고조, 전쟁위기의 암울한 한 해를 걱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절망 속 희망과 우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포기해선 안 된다. 남과 북이 먼저 나서서 파탄의 남북관계를 개선할 적극적 의지와 전향적 노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실날같은 기대를 포기해선 안 된다. 이미 구조화된 대결적 남북관계와 남북 양측의 강경한 입장을 보면 2011년에 남북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관계개선이 시도되거나 추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가능성은 향후 북미협상 재개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아야 할 듯하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국과 북한을 끼고 동북아에서 대결구조를 심화시켰지만 남북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고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는 것은 미중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이 꺼내든 우라늄 농축 카드는 미중 모두에게 더 이상 북한과의 협상을 무시하거나 거부하거나 우회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2011년에 6자회담이나 북미 양자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데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북한·미국·중국 사이에는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주체적 의지와 적극적 노력이 아니라 북미중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협상국면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인 추동력으로 삼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한다면 그나마 2011년 남북관계에도 절망 속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역시도 필자에게는 한갓 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6자회담이나 북미협상을 동의하고 반기는 게 아니라 고집과 오기에 사로잡혀 대화국면을 발목잡고 반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제발 필자의 걱정이 기우로 끝나기만을 기대해본다.

* 원제 : 북한 신년공동사설과 남북관계 : 절망 속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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