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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의 무시무시한 결말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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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의 무시무시한 결말을 아는가

[한반도 브리핑] 동북아평화 뒤흔든 2010년을 보내며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던 2010년이 저물어 간다. 한반도 상황은 다사다난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심각하다. 현 정부 들어 악화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벼랑 끝에 몰리더니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그에 대응한 한국의 군사훈련으로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TV에서는 연평도 포격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나와 자신들의 포격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며 다시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면 언제든지 무자비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다시 주적으로 간주하고 민생구제 예산을 줄이고 군사부문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군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먼저 장기전으로는 분명 남한이 승리하지만, 남북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어 승리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잘 알고 있는 남북의 위정자들은 국지전 같은 전투는 감당할 수 있어도 전면전식의 전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남한이나 북한이 침략을 받는다면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으로 자동 개입하게 되어 있어 남북 간의 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는 국제전이 되는데 미국과 중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만약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되었거나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외교관계를 갖고 있다면 매우 타당한 진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이도 아직 한반도는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고 단지 중지되어 있는 정전(armistice)체제이며 아직 서로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쟁이 다시 불붙지 않은 지난 60년이 매우 기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친지들이 한반도에서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만 같이 걱정하고 전화를 하는 이유는 바로 보도 마지막 부분에서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 중이며 우리는 전쟁 중이라는 엄중한 사실을 잊고 마치 평화 속에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그동안 살아왔다.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전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군은 상시적으로 한반도의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이를 전쟁 게임 모의실험(war game simulation)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한반도 전쟁 모의실험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결과를 한 번도 발표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만약 이러한 발표로 인해 불필요한 소동을 불러일으키고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간간이 비추어진 전쟁 게임 모의실험 결과는 우리들이 상상하기도 싫은 것들이다. 전쟁 발발 2주 만에 몇 십만에서 백만 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며 전쟁은 미국과 남한을 포함한 연합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지만, 남측은 시민을 포함한 적어도 50만이 넘는 사상자 그리고 미군도 적어도 수 만 명의 사상자가 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적어도 150만 명의 사상자가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고 사용한다면 그에 따른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날 것이며 미군은 북한에 전술적 핵 공격을 불가피하게 된다. 문제는 전술적 핵공격이 이루어 졌을 때 북한군만 사상되는 것이 아니고 북한에 있는 주민 나아가서는 남한에게까지 그 피해가 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전쟁 게임 프로그램은 모의실험이기 때문에 그 정확도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나 이러한 모의실험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재발한다면 남북한 뿐 아니라 주변국 그리고 미국에게도 엄청난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정전상황)을 바꾸지 않고 관리해(manage) 간다는 것은 마치 시간 속에서 그 파괴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을 그냥 놓아둔다는 것과 같이 무책임하며 반(反)평화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북과 타도 김정일 체제를 외치기 전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정전체제에서 반북과 타도 김정일 체제라는 것은 전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앞에서 짚어보았지만 전쟁으로 한반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다 희생된 후에 도대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해 무력이라는 방식을 통해 정전체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가 전쟁을 쉬고 있는 정전이라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연평도 그리고 서해 5도는 엄밀히 보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분쟁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분쟁지역인 독도나 센카쿠 열도를 보면 서해 5도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독도와 센카쿠 열도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어난 문제지만 이 각각의 문제로 인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과 중국 간의 외교적 마찰, 나아가서는 국가들 간의 평화를 흔들 수 있는 것이지만, 서해 5도 문제는 이미 전쟁을 하고 있는 국가들 간의 문제로 이미 외교적 사안으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문제의 발단이 된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가 아직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NLL은 국경선이 아니다. NLL은 한국 군대가 남쪽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말라고 미국이 쳐 놓은 임시 군사분계선이다. NLL 문제의 해결이란 남한의 주권문제가 아니라 전쟁을 다시 해서 해결하든가, 평화적으로 전쟁을 매듭짐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국전쟁과 NLL에 대한 이러한 곡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오해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국제전(3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연평도 포격 사건과 남한의 군사적 대응을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려고 했던 것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에까지 들어왔다. 이것을 두고 대부분의 주류 언론에서는 전쟁억지력을 강화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게 하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전체제에서 전쟁 수행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의 출현은 자칫 잘못하면 전쟁으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위험천만한 일이지, 결코 전쟁억지력으로 작용될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될 점은 한반도가 정전 중이지, 평화가 안착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 지난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의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중국, 미국, 일본을 모두 끌어들인 이명박 정부

한국이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대처함에 있어 분명해진 것은 한반도를 놓고 강대국들 간의 편 가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요청으로 미국은 서해에서 한국군과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일본과도 협력해 훈련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일본은 이미 이러한 한미군사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경 근교의 요코스카와 오키나와의 후텐마와 같은 항구가 한미 군사훈련의 핵심이 되고 있는 미 제7함대의 주력 항구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중국은 애초부터 반대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야흐로 미소 냉전 후 새로운 냉전이 한반도의 남과 북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것은 세력의 균형이라는 입장에서 환영하기보다는 냉전에서 희생양은 강대국들이 아니라 냉전으로 분단되어 있는 남과 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더욱 고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다.

현재 중국은 매우 민감하고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국으로서의 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은, 힘이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 초강대국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이 베이징을 사정거리로 두고 서해에 진출하고 있는 것과 이러한 미국에 몸을 가린 채 '정상국가'로서 군사적 힘을 키우고 있는 일본, 모두를 감당하여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이 두 국가 모두 한국이 끌어들인 셈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 북한이 더 이상 비이성적인 도발과 돌출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중국은 한반도 정전체제의 건설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까지 소강사회 건설 완성을 목표로 두고 있는 중국에 동북 4성 개발은 소강사회 건설에서 필수적이다. 또한 북한 개발(특히 북한이 특구로 지정한 나선지구와 위화도와 황금평을 포함한 신의주 지역 그리고 특구로 추진 중인 함흥, 김책, 청진, 원산, 남포, 그리고 평양)은 동북 4성 개발의 성공과 직접적이고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어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개발도 함께 끌고 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계획은 한반도가 정전이라는 전시체제에 묶여있어 언제라도 전쟁이 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루기 어렵다. 그러므로 중국은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되기를 그 누구보다도 고대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후 발 빠르게 움직이며 6자회담을 재개를 통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 중국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단호히 거절하고 오히려 중국이 한국 편(즉 미국, 일본, 한국 편)에 서기를 요구했다. 한국의 이러한 태도는 마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그렇듯이 선과 악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과연 한국이 그만한 역량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 무역국 중 12위, 국내총생산량(GDP)에서는 세계 15위 등 무시하지 못할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무역이 GDP의 85%를 차지하는 무역 위주의 국가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바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이다. 2010년 말 현재 중국과의 무역은 약 2000억 달러로 전체 한국 무역 8700억 달러의 23% 이며 이것은 미국-일본의 무역을 합한 것보다 높으며 중국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교에서 비굴하게 대국에 아부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힘에 벗어난 행동 역시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과 한국의 강경한 대응으로 한반도는 다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중국은 1월 19일 미국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은 다른 정상회담과는 그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미국은 힘이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 초강대국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 국가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양국 간의 이해관계를 선차적으로 다루겠지만 G2 국가로서 지역 문제와 환율·환경 같은 글로벌 문제도 다루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양국 간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나를 받고 하나를 주는 모종의 협상이 이루어 질 수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양국 정상 간 다룰 긴급한 사안 중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고 있다. 북한 문제는 중국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미국과 해결해야 될 가장 중요한 지역 문제이며 외교 문제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핵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북한 문제를 그냥 그대로 간과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만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나, 미국에 한국과 걸려있는 이해관계는 많은 외교적 선택 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어떠한 것이든 선택의 상대적 중요도가 떨어지는데 미국이 혈맹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끝까지 고집하리라 믿는 것은 순진함을 넘어 우매함 일 것이다.

현재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관리 대상이다. 한국 때문에 중국의 국가적 목표에 손상이 갈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중국에게는(일본과의 센가쿠 열도 선박 충돌사건에서 보았듯이) 한국을 관리할 강력한 수단이 적지 않게 있다는 점이다.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넣지 말라'는 투자의 기본 원칙이나 한국 외교에도 절실히 적용되는 격언이다. 이 격언이 새해에 조금이라도 실현되기를 그리고 너무 늦지 않기를, 한반도 평화의 희망을 그리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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