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잡지는 독일 언론은 어산지의 체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분분히 토론을 벌이고 있지만 단 한 가지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 '한 가지'란 "(어산지의 체포로 인해) 미국의 평판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 한 독일 시민이 위키리크스 외교전문을 공개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집어들고 있다. ⓒEPA=연합 |
이 잡지는 "어산지의 체포와 이를 기꺼워한 미국의 반응은 독일 주요 일간지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이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정보의 자유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토론했다"고 다소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 잡지는 어산지의 체포가 미국 등에 의한 압력이 거세지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어산지의 체포를 "좋은 소식"이라며 반긴 것이나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어산지를 오사마 빈 라덴처럼 추적해 제거해야 한다' 발언 등 미국 정치인들이 막말을 쏟아낸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어산지의 체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독일 신문들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하며 "어산지의 체포가 스웨덴의 사법 정의를 실현한 사례인지, 그를 침묵시키기 위한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인지"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좌파적 시각의 <베를리너 자이퉁>은 이렇게 썼다.
"미국의 명성은 위키리크스가 주도한 외교문서 공개로 인해 손상받았다. 그러나 지금 미국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키리크스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명성을 더욱 심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런 시도를 함으로써 정보의 자유라는, 스스로의 건국 이념 중 하나를 배반했다. 이 나라가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정보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보수적 시각의 일간지 <디 벨트>는 이렇게 적었다.
"스웨덴 검찰은 오직 어산지에게 적용된 심각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그를 심문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강간 혐의가 위키리크스 프로젝트를 손상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스웨덴 검찰이나 그를 고소한 여성들 모두는 미국의 지시를 받은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는 이를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다. 어산지는 인터넷에서의 규칙이 실제 세계에서도 적용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는 틀렸다. 그의 체포는 현실세계에서의 법의 지배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까지도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독일판은 "어산지의 체포는 하나의 스캔들이며 불필요했다. 그에 대한 체포 작전은 순교자를 만들어냈고, 그는 스스로가 정말 강간 혐의로 체포된 것이 전부인지 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미국의 공적 1호로 지목한 자신을 멈추게 하기 위함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이렇게 썼다.
"어산지가 비밀문서들을 공개함으로써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것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고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것은 그렇지 않은지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이미 손상된 미국의 명성은 어산지가 순교자가 됨으로써 더욱 심하게 손상됐다. 미국 정부의 소망과는 반대로 위키리크스는 대표인 어산지 없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도 어산지 옹호했을 것"
한편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커먼드림스>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강조한 언론 자유의 원칙을 들어 어산지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쉬어는 이 사이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언론의 십자군으로서 어산지의 가치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뉴욕타임스>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그들 신문의 첫 페이지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 자유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상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다이앤 페인슈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이 어산지를 간첩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쉬어는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라는 토마스 제퍼슨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페인슈타인 의원이 대표하고 있는 '정부'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비꼬았다.
쉬어는 또 미국 정치인들이 국익과 애국심을 내세워 어산지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 "애국심을 가장한 기만을 주의해야 한다"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그는 페인슈타인 같은 정치인들은 이라크와 9.11 테러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 젊은이들이 죽거나 또는 죽이도록 그들을 파병한 반면 위키리크스는 이 추악한 전쟁의 진실을 밝혔다고 어산지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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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먼드림스> 칼럼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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