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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최초의 사이버대전 촉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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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키리크스, 최초의 사이버대전 촉발하다"

<슈피겔> "어샌지는 이제 미국의 공적(公敵) 1호"

"줄리언 어샌지는 미국의 공적(公敵) 1호가 되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7일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어샌지의 활동의 의미에서부터 영국 경찰이 그를 체포한 혐의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조명한 장문의 기사 'Julian Assange Becomes the US's Public Enemy No. 1'(원문보기)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샌지는 미국 정부의 심장부라고 할 국무부를 초토화시킨 대량의 외교 전문 폭로 이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최종 후보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이날 영국 런던 경찰청에 자신출두한 그는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뒤 영국 법원에 의해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석 신청도 기각당한 처지가 됐다.

▲ 줄리언 어샌지. 그는 미국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 ⓒ로이터=뉴시스

어샌지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세력들은 어샌지를 반역죄라든가 간첩죄로 체포하지 못하고 군색하게 성추행 혐의를 씌워서라도 신병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어샌지는 억지로 조작된 성추행 혐의로 자신을 가두려는 세력들로 인해, 거대한 폭발력을 갖고 있는 기밀문서들을 처리하는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비밀을 공개한 어샌지, 어떤 혐의도 정치적 이슈"

이에 대해 <슈피겔>은 "외교전문 공개라는 훨씬 엄청난 최대의 폭로를 한 어샌지가 그 자신에 대한 논란이 될 폭로로 곤경을 겪고 있다"면서 어샌지와 위키리크스에 대한 국제적인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슈피겔>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스웨덴 당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샌지를 잡으려는 방침을 굳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인터폴은 어샌지를 체포하기 위해 '적색수배'를 발령했고, 영국 런던 경찰청의 중대조직범죄국은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어떡해서든 어샌지를 잡아놓으려고 하는 것은 어떤 혐의를 내세우든 분명히 정치적 사건이다. <슈피겔>도 "위키리크스의 창업자와 관련된 다른 어떤 것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혐의의 사건도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그가 일반인이 아니라 미국 외교전문들을 공개해 전세계 정치판에 거대한 충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또한 <슈피겔>은 "어샌지는 세계 최강국 미국에 도전해 모든 사람들이 보도록 미국의 비밀을 공개한 이후, 공공의 적 명단에 합류했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관련된 군사문서들이 폭로되었을 때만 해도 미국 정부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했으나, 이번에는 달라졌다. 지난주 미국의 법무장관 에릭 홀더는 위키리크스 구성원들에 대해 (1917년에 제정된)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군사비밀정보 공개는 범죄다.

미국의 공화당 하원의원 피터 킹은 위키리크스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국무부가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캐나다 전 총리 스티븐의 보조관을 지낸 톰 플래너갠 캘거리대 교수는 "어샌지는 암살되어야 한다"고 캐나다 TV 방송에서 말했다.

조 리버먼 상원의원 같은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도 위키리크스 반대 진영에 합류했다. 리버먼은 인터넷업체들이 위키리크스에게 서버 제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압박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10월 이라크 관련 문서와 이번에 미 국무부 외교 문서 폭로에 위키리크스가 이용된 서버 제공업체 아마존은 위키리크스와의 거래를 끊었다.

'펜타곤 페이퍼' 폭로로 미국의 가장 유명한 내부고발자 대니얼 엘스버그는 아마존 이용을 거부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아마존의 비겁함과 노예근성이 역겹다"고 일갈했다.

"최초의 중대한 정보전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일렉트로닉 프런티어 파운데이션'의 창업자 존 페리 발로는 인터넷 활동가들에게 "최초의 중대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터는 위키리크스. 여러분은 그 군대"라고 트위터 메시지를 보냈다.

아마존 측은 위키리크스가 전파할 권리가 없는 내용을 전파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끊었다고 항변했다.

위키리크스의 웹사이트에 대한 공격도 개시됐다. 웹사이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 11월 28일부터였다. 외교전문들을 처음 공개하기 몇 시간 전부터 대량의 동시 접속 공격으로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제스터'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리언은 이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제스터는, 위키리크스가 군인들의 생명과 국제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수작전 군사요원이었다는 그는 이슬람 테러조직들을 공격해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웹사이트에 대한 공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2일 위키리크스 관계자들은 '초당 10기가 바이트가 넘는 속도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트위터로 알렸다. 이후 위키리크스는 서버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슈피겔>은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대결은 인터넷 전쟁이 되면서, 디지털 난타전이 시작됐다"고 묘사했다.

조지 W. 부시의 연설문 작성을 맡았던 마크 티센 같은 보수파 인사는 아프간 군사문서들이 폭로됐을 때 이미 미군이 사이버 공격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특정 조직을 인터넷 공간에서 공격한다는 것은 사이버 전쟁으로 확대될 잠재력을 안고 있다.

어샌지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공격 양상은 '국가 검열의 사유화'가 어느 정도 만연돼 있는지 보여준다면서 "아마존은 리버먼과 국토안보부에 항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피겔>은 "어샌지같은 한 개인으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이 이처럼 첨예하게 편이 갈린 경우는 드물다"면서 이 전쟁의 대립 구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샌지는 현대판 로빈후드"

전세계의 권력자들은 위키리크스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같은 억압적인 정부들은 그들의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어떤 것들이 빠져나가 폭로될까 우려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인터넷 주소는 태국과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차단돼 있다.

한편, 어샌지는 국제적으로 형성된 지지자들의 후원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인터넷 공간에 모여 어샌지를 '현대판 로빈후드'로 찬양하고 있다. 옳은 명분에 헌신하는 정의로운 반역자라는 것이다.

어샌지는 <타임>에 의해 이미 세계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개인을 고르는 행사인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라있다. 심사위원 로렌 잘라즈니크는 "어샌지는 저널리즘의 참된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칼날 끝 위에 올렸다"는 심사평을 내놓았다.

그는 "저널리스트는 무엇을 공개하고 감출 책임이 있는가"라면서 "위키리크스는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와 관련해 디지털 미디어를 둘러싼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피겔>은 이처럼 세계인들을 극단으로 갈라 놓은 사건의 장본인이 개인적인 문제로 몰락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바로 스웨덴에서 일어났다는 '섹스 스캔들'이다. 이 잡지에 따르면, 지난 8월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사회민주당 사람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문제의 사건이 시작됐다.

이 행사를 주최한 단체의 대변인 안나 A.라는 여자가 어샌지를 초청했고, 어샌지는 스톡홀름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에서 머물렀다. 두 사람이 행사 전날 밤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그 다음날 어샌지는 스웨덴 노조협회 본부에서 아프간 관련 문서 폭로에 대해 얘기했다. 소피아 W. 라는 이름을 가진 스톡홀름 인근 도시 출신의 젊은 아티스트가 이 행사에 사진작가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그녀는 어샌지를 추앙했다.어샌지와 소피아 W.가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도 이론이 없다.

문제는 이후 두 여자가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논의한 뒤 경찰에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안나 A.는 나이가 자기보다 어린 소피아를 증인으로서 동반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녀는, 어샌지가 폭력적이지 않았지만 여자들에게 이상한 태도를 갖고 있으며, '노'라는 대답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웨덴 검찰은 당초 강간 혐의를 적용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가 철회했으나, 성추행 혐의는 유지했다.

몇 주 뒤 두 여자의 변호사는 검찰이 강간 혐의에 대해 재조사하도록 설득했다. 지난 11월 새로운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스웨덴 당국은 어샌지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 사법부의 판단이 남았다. 두 여자는 처음에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지기로 했으나 콘돔 사용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 당국의 이상한 사건 처리 방식

스웨덴은 독일에 비해 성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성적 행위를 강요한 사람은 강간죄로 기소돼 최소 2년에서 최대 6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조금 중한 케이스도 4년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스웨덴 당국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어샌지의 변호인 제니퍼 로빈슨에 따르면, 어샌지는 4주 동안 스웨덴에서 조사가 가능한 상태였다. 게다가 스웨덴 검찰의 허가를 받아서 출국했고, 영국의 런던 경찰청에게도 자신의 법률사무소를 통해 연락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또한 어샌지는 런던 주재 스웨덴 대사관 또는 런던 경찰청에서 조사받을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어샌지가 "스웨덴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며 영국 사법당국이 자신을 스웨덴으로 추방하는 조치를 할 것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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