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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원심분리기 공개 "2000개 가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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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 원심분리기 공개 "2000개 가동중"

"협상 국면으로 전환 의도"…美, 고위 관계자 한ㆍ중ㆍ일 급파

-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방북(2~6일)
- 프리처드 "영변에 신축 건물 움직임 목격"(10일)
- 존 루이스 스탠포드대 교수, 지그프리드 헤커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방북(9~13일)
- 헤커 "영변에 25~30MW 실험용 경수로 건설중"(13일)
- 모튼 아브라모위츠 전 국무부 차관보,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프로그램 국장,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 등 방북(15일)
- 프리처드 "2012년 완공 목표 100MW 경수로 추진"(16일)
- <교도통신> "3차 핵실험 준비중"(18일)
- 헤커 "원심분리기 보고 왔다. 2000대 가동중"(20일)

북한이 미국과 또 다시 '핵 게임'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민간 학자들을 차례로 불러들여 자신들의 핵 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주고, 그들로 하여금 정보 공개의 수위를 차츰 높이게 하는 주도면밀한 방식으로 미국의 눈길을 확실히 잡아끌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고위 당국자를 한국, 중국, 일본으로 긴급 파견해 사태를 살피도록 했다. 현재까지는 언론 보도로만 나온 3차 핵실험이 실제 추진될지, 북한의 추가 핵 카드가 무엇일지, 오바마 정부가 현 사태를 어떻게 인식할지,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떨지 등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는 예민한 순간에 접어들었다.

▲ 지그프리드 헤커 소장
우라늄 농축 시설은 강력한 '핵 카드'

21일을 기준으로 최신의 북한 핵 소식을 전한 인물은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헤커 소장.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실험용 경수로 건설' 뉴스를 처음 공개한 그는 백악관에 가서 북한에서 본 것들을 보고한 후 20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헤커 소장은 북한이 정교한 원심분리기 수백 개를 갖춘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자신에게 보여줬다는 '쇼킹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 시설은 이제 막 건설된 것으로 보였고 '초현대식 제어실' 같은 첨단 장비를 통해 통제되고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은 그에게 원심분리기 2000개가 이미 설치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기구 조사관들이 북한에서 추방됐던 작년 4월까지만 해도 이런 시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이 시설이 지어진 속도로 볼 때 외부의 도움이 있었으며 이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엄격한 제재를 위반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핵무기는 제조 원료에 따라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나뉜다. 플루토늄탄은 천연 상태의 우라늄을 정제해서 만든 핵 연료봉을 원자로에 넣고 태운 후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뽑아내(재처리) 만든다.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실시한 핵실험에는 모두 이 방식으로 만든 핵 폭파장치가 쓰였다.

이에 비해 우라늄탄은 천연 우라늄을 정제해 그 속에 포함된 우라늄(U235)의 비율을 0.7%에서 90% 이상으로 농축시켜서 만든다. 원심분리기는 바로 이 우라늄 농축 과정에 필요한 장비다.

헤커 소장이 지난 13일 북한이 짓고 있다고 말한 경수로는 3~5% 정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쓴다. 그러나 농축 농도를 90% 이상으로 올려 고농축 우라늄(HEU) 상태가 되면 핵무기가 된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실제로 2000대 가동하고 있다면 연간 우라늄탄 1개 가량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헤커 소장이 20일 <뉴욕타임스>에 공개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경수로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만들 수 있을 뿐더러, HEU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즉, 우라늄탄을 곧장 만들거나, 경수로에 쓰인 후 플루토늄탄이 될 수 있는 연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핵 카드가 된다. 한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급파한 오바마 정부,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까?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이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보상할지 말지를 떠보는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보상을 이끌어 내려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만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위당국자도 "지금 북한이 어떻게든 협상 국면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겉으로 보기엔 기존과 다를 바 없다. 백악관은 이번에 새로 드러난 정보를 이용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또한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설득해서 북한에 더 강한 압력을 넣길 바라고 있고, 북한이 핵 포기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건설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을 간접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8일 "경수로 건설로 나가는 것은 시비질할 수 없는 신성한 경제 주권"이라고 주장한 데서 읽혀지듯, 북한은 다시 꺼내든 핵 카드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도 기존과는 다른 대응을 고려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중국, 일본을 급히 방문하는 것은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보즈워스가 이끄는 미 정부의 범부처 방문단은 20일 오전 미국을 떠나 21일 서울에 도착해 한국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진 뒤 22일 일본 도쿄, 23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뒤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19~20일에도 동맹국과 의회에 급히 브리핑을 했고, 중국·일본·러시아·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 관리를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고위당국자 "대북정책 전환, 모르겠다"

한국 정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2일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만난 후 중국을 방문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를 만난다. 위 본부장은 지난 18일 일본에도 다녀왔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관련국들 및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자제하고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해야 할 것"이라는 외교부의 21일 논평에 비춰볼 때 이명박 정부는 6자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의 선제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원심분리기 공개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조속한 협상을 원한다면 한미간 견해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 미국의 향후 태도가 주목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파문으로 대북정책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포괄적 요구"였다면서 "주변국들과 협의결과에 따라 조직할 수(바뀔 수) 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보기관들이 공을 떨어뜨렸다"

한편,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가 북한에 다녀온 미국인 학자들에 의해 드러나자 미국 정보기관들의 '정보 실패' 문제도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헤커 소장이 새로운 핵 시설 위치로 지목한 곳을 위성으로 주시하고 있었다면서도, 헤커 소장이 말하기 전까지 시설의 존재 여부를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대해 프리처드 소장은 "정보기관들이 공을 떨어뜨렸다(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고위 정보 당국자는 20일 저녁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배를 놓쳤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해 수년 동안 알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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