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영변 지역에 조성한 경수로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북한 미국의 민간인 전문가들에게 공개하면서 근본적으로 북ㆍ미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북한 영변 원자로 지역 일대를 둘러보고 돌아온 미국의 핵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소장은 20일 공개한 `영변 핵시설 방문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자들의 이 같은 언급들을 전했다.
헤커 소장은 "이번 방북기간 만났던 북한 관리들은 아주 분명한 어조로 '북ㆍ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헤커 소장은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억지력으로서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는 뜻을 언명했다"고 덧붙였다.
헤커 소장은 특히 체제 안보 불안이 해소되기를 원하는 북한 당국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한 북한 정부 고위 인사'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으로 이어졌던 지난 2000년 10월의 북ㆍ미 공동 코뮈니케가 문제 해결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헤커 소장은 이 같은 입장을 전한 '북한 정부 고위 인사'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ㆍ미 공동 코뮈니케는 지난 2000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조명록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 국장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북미관계개선을 희망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양국이 체결한 공동성명으로 상호 적대의사 철회와 경제협력,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미사일 문제 해결 등의 노력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북ㆍ미관계 개선없이 비핵화는 없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과 국제적 의무 준수없이는 북.미간 관계개선은 없다'는 미국 행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북한이 전력생산 목적이라고 하지만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이 가능한 원심분리기와 경수로 시설을 공개하면서 '북.미관계 개선없이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은 미국 측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