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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변에 경수로 건설"…다시 꺼내 든 '핵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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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변에 경수로 건설"…다시 꺼내 든 '핵 카드'

美중간선거-G20 종료 맞춰 '협상 안하면 핵능력 커져' 경고

북한이 핵 카드를 다시 꺼내 흔들었다.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 1기를 건설한다는 사실을 미국인 학자를 통해 알리는 방식으로 포문을 열었다.

핵군축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13일 최근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시설에 발전용량 25~30MW(메가와트)의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방북했던 해커 소장은 베이징으로 나와 기자들을 만나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북한은 이제 막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완성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9월 30일 북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부지 주변을 찍은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냉각탑 신축' 아니라 '경수로 신축' 확인

지난 9월 말 미국의 국제안보전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영변 핵시설에서 새로운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달 4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 및 시설 유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ISIS의 분석을 사실상 확인한 바 있다.

이어 이달 초 북한을 다녀온 잭 프리처드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10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방북했을 때 영변 지역의 새로운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반드시 핵시설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건축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처드 소장은 신축 공사의 진척 상황에 대해 "철근이 좀 있는 기초적인 수준"이라면서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프리처드 소장에게 "(2007년 10.3 합의로 불능화 작업을 했던) 5㎿ 원자로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영변에 관한 심상치 않은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이 2008년 6월 폭파한 냉각탑을 다시 짓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해커 소장의 이날 전언에 따르면 건물 신축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냉각탑이 아니라 경수로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신문>에서 "자위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며, 100% 우리의 원료와 기술에 의거한 경수로가 힘차게 돌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경수로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경수로 건설에는 미국 등이 보유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경수로에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하고자 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의 핵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그간 북한은 이 방식의 원자로를 추진하지 않았다. 다만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국제 컨소시엄 방식으로 함경남도 신포시에 경수로 발전소가 건설되다가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면서 중단됐다.

국제사회 대형 이벤트 및 한·미 정부 집권 후반기 맞춰 '시동'

북한이 경수로 건설 사실을 공개한 시점은 미국의 중간선거 11일 뒤이자, 서울 G20 정상회의 종료 다음날이며, 일본 요코하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하는 날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미국이 핵 협상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자신들의 핵 능력만 커질 것임을 경고하는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특히 프리처드 소장과 헤커 소장, 루이스 교수 등 미국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핵 활동의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방식으로 미국의 관심을 자극했다. 또한 11일 남측에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을 하자고 제안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우선 좋게 하고 보자는 미국의 주문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북한이 핵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년 뒤 재선을 위해 대외 문제에서라도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력 기반이 취약해진 오바마 대통령을 흔들어서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북한의 행동은 남쪽의 이명박 정부가 G20 정상회의 후 본격적인 레임덕 시기로 접어 들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대북 관계에서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판'을 크게 흔들어 6자회담과 남북관계를 동시에 풀어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수로 원자로 신축 카드는 미국과 한국을 움직이기에는 그리 큰 위력을 가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3차 핵실험, 우라늄 농축 및 핵융합 기술과 관련된 추가 행동,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중국이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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