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S (Treasury Inflation-Indexed Securities)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채권 원금이 조정되는 국채다. TIPS 5년 만기물을 100만 달러어치 매입할 경우 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율이 2%라면 원금도 102만 달러로 늘어난다. 표면금리가 -0.55%라도 물가가 2% 오른다면 1.4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약간의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해도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 미국 연준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물가연동국채가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 사진은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 ⓒ로이터=뉴시스 |
하지만 TIPS의 표면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이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일면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증권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마크 헐버트는 "TIPS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이스 비세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도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TIPS를 매입한 투자자들의 행위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비세이라 교수는 "TIPS는 예상치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일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향후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중 어느 쪽이 더 위협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투자자와 이코노미스트들이 지금도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슈다.
물론 미국 정부와 Fed는 단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위협이 크기에 추가 양적완화 등 모든 수단을 써서 피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효과의 부작용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주장과 아무리 애를 써도 일본식 장기불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에는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를 훌쩍 넘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는 것도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리지, 디플레이션으로 가게 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지,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투기 열풍이 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TIPS는 물가 하락 때 원금 보존 장점
이런 관점을 지닌 전문가들은 TIPS의 금리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의미도 '불확실성'에 두고 있다. 비세이라 교수는 "TIPS가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도 헤지 수단이 된다는 점이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만일 5년 동안에 마이너스 금리를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심하게 오든지, TIPS 투자자는 만기 때 원금을 그대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TIPS는 인플레이션 때 원금이 그만큼 불어나는 것뿐 아니라, 디플레이션 때 원금 손실이 없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양면적인 장점이 있다.
따라서 향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닥치는지, 아니면 일본식의 장기 불황이 올지 불확실성이 클 경우 투자자들에게 TIPS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헐버트에 따르면, 만일 향후 5년 동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심한 연 평균 5%를 기록한다면, 지난 25일 매각된 TIPS 투자자는 연평균 4.45%(5%-0.55%)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연동이 되지 않는 일반 재무부 국채의 현재 수익률 1.17%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반면에 심각한 디플레이션, 예를 들어 향후 5년 동안 물가가 연평균 2% 하락할 경우 이번에 TIPS를 매입한 투자자는 원금을 보존함으로써 연평균 실질 수익 1.45%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헐버트는 "불확실성이 심할 때 TIPS를 매입한다는 것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와도 이익이고, 뒷면이 나와도 이익이 되는 전략과 같다"면서 "투자자들이 -0.55%의 금리를 감수하고 TIPS를 사들인 것이 놀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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