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리 인상으로 11월3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 정례회의에서 1조 달러 안팎의 대규모 양적 완화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미. 중 환율전쟁이 전면전에 치닫기 전에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중국의 금리 인상 이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실제로 2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희석시키는 연준 고위관계자의 발언과 맞물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 내에서 자산 매입 규모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 국채 매입을 재개할 지에 대해 결정이 되지 않았다"면서 "일시적인 대규모 국채 매입 발표보다는 1000억 달러씩 점진적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FOMC 이사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정말 바라는 것은 양적완화를 밀어부쳐서라도 약달러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위해 지나친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내수를 확대해 미국의 수출을 늘어나는 선순환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국답지 않게 막대한 부채도 모자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한정 달러를 찍어대는 모습을 보이자, 세간에는 달러가 언젠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로화나 위안화 등에 빼앗길 것이라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기축통화, 하나 이상 가능한 시대
이와 관련, 국제통화체제 전문가로 저명한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기축통화 다극체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아 주목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A World of Multiple Reserve Currencies'라는 글을 통해, "언젠가 기존의 기축통화가 하나의 다른 통화로 전환되는 '티핑 포인트'가 올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논리"라면서 "하지만 이런 예상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아이켄그린이 말하는 '시장의 논리'는 이렇다. 기축통화는 달러이든 다른 통화로 바뀌든, 하나로 통일이 되어야 혼란스럽지 않고,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는 중앙은행들도 단일한 기축통화가 가장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이켄그린 교수는 3가지 근거를 들며 '과거의 개념에 머문 오류'라고 지적한다. 첫째, 현재는 실시간으로 환율을 휴대폰 등 단말기로 일반인들도 알 수 있는 시대다.
두번째,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규모는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통화가 하나 이상이어도 가능하게 한다.
세번째, 역사적으로도 한 시대에는 하나의 통화만이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견해는 틀렸다. 1914년 이전만 해도 영국의 파운드, 프랑스 프랑, 독일 마르크 등 3종류의 국제통화가 있었다.
1920~1930년대 사이에는 달러와 파운드가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공유했다. 오늘날에도 확인 가능한 외환보유고의 40%가 달러 표시 이외의 자산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런 점들로 볼 때 앞으로 달러, 유로, 위안화는 국제통화의 지위를 함께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가지 통화 모두 단독으로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약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극체제, 금융위기 재발 방지 효과
달러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막대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유로화는 유럽연합(EU)의 통합이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위안화는 국제적인 투자 및 외환보유 수단으로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일각에서는 3가지 국제통화가 존재하는 체제가 불안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아이켄그린 교수는 오히려 단일 기축통화 체제보다 '다극체제'가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보여주었듯,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쌓고, 다른 나라들의 자금을 끌어들여서 흥청망청 써온 행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통화 다극체제는 금융위기를 재발하지 않게 보다 안전한 시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 다극체제에서는 주요통화들의 환율이 위험할 정도로 요동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아이켄그린 교수는 "중앙은행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아니다"면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충족시켜 보너스를 받는 펀드 매니저들과 달리 그들은 사회적 임무를 맡고 있기에 투기세력에 대응에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아켄그린 교수는 "21세기 세계 경제는 점점 다극화되고 있다"면서 "국제통화시스템도 그렇게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제통화 다극체제는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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