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는 지난달 초 "향후 10년내에 금값이 온스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의 전망마저 '완전히 허튼소리'라고 일축한 이후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가 넘는 수준은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거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관련 기사:페섹 "로저스보다 루비니의 전망이 옳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
이 글에서 루비니 교수는 최근의 금값 상승세는 펀더멘털적인 요인도 일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이러한 펀더멘털적 요인들은 지속될 보장이 없는 것이며, 상당부분은 투기적인 수요에 의한 거품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루비니 교수는 향후 금값이 펀더멘털적인 요인들에 의해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수는 있어도, 언제든지 하향 조정을 받을 위험에 놓여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지난 2년간 금값 변동은 펀더멘털로 설명 가능
최근처럼 금값이 폭등세를 보일 경우 거품이 아니라 펀더멘털이 반영된 것이라면, 그 가능성은 두 가지 상황 뿐이다.
첫째,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서도 상승세일 때 금은 인플레이션의 헤지 상품이 된다. 두번째, 불황급 경기침체 위험에 따른 은행 파산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우려할 경우,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투자 대상이 된다.
최근 2년 동안 금값은 이런 패턴을 따랐다. 2008년 상반기 금값이 폭등했다. 당시는 신흥시장들이 과열되고, 상품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고도성장을 하는 신흥국가들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펀더멘털에 의해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었지만 거품이 낀 수준까지 오른 금값은 2008년 하반기에 급락했다. 배럴당 145달러를 넘어선 원유가격이 글로벌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대체하면서 금값은 상품가격이 조정되는 과정과 함께 하락하기 시작했다.
금값이 다시 급등한 것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다. 투자자들이 금융자산의 안전에 대해 겁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G7이 금융시스템을 구제하는 조치를 위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수그러들었다.
2008년 말 투자자들의 패닉이 잦아들자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불황급 경기침체에 뺘져들면서 상업용 및 산업용 금 수요는 물론 사치재로서의 수요조차 급감했다.
금값은 2009년 2~3월 다시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대부분의 금융시스템들이 지급불능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구제하기에 너무 큰 규모의 은행들로 인해 금융시스템을 지탱하기 어려운 나라들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이때의 패닉도 가라앉으면서 금값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미국의 부실자산 구제계획(TARP)이 가동돼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고 글로벌 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금값 급등세는 투기적 수요 탓"
그런데 단기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 위험이 대두되거나 불황이 조만간 닥칠 것도 아닌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왜 금값이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것일까?
금값이 오르는 몇 가지 이유는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은 황금광들이 주장하듯 금값이 2000달러를 향해 급등세를 나타내기 보다는, 하향 조정될 상당한 위험 속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패턴이 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첫번째, 현재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기조에 놓여있지만, 대규모 통화증발에 따른 재정적자로 인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촉발되고 있다. 두번째, 통화팽창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원자재를 포함한 자산에 몰리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번째,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 표시 상품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게 됐다. 금을 포함해 원유, 에너지 등 상품 가격은 달러 가치가 떨어질수록 달러 표시 가격은 오르게 되는 것이다.
네번째, 전세계 금 공급은 한정된 반면,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금 수요의 일부는 인도, 중국, 그리고 한국 등의 중앙은행들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 수요는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이들은 가능성은 낮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더블딥 경기침체가 초래할 불황급 사태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에 투자하고 있다.
사실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헤지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금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과 민간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을 조금만 높여도 금값은 상당히 오른다.
마지막으로, '소버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두바이, 그리스를 비롯한 신흥시장과 일부 선진국의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은 이들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지탱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다시 우려하게 됐다.
금값 하락시킬 변수들 많아
그러나 금은 내재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값이 하향 조정될 상당한 위험이 있다. 중앙은행들이 언젠가 통화팽창 정책과 제로금리 정책에서 선회하게 되면, 원자재를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은 하향 조정될 압력이 커질 것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도 원자재 수요에 대한 전망이 위축되고 미국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질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글로벌 자산거품을 초래한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중단될 경우에도 자산거품 붕괴 속에 금값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
현재의 금값에는 달러 캐리트레이드와 유동성이 일으킨 글로벌 자산 거품이 일부 포함된 것이며, 투자자들의 추종 매수와 투기적 매수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 거품이 커질수록 붕괴의 폭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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